지난 기획/특집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서품] 교구장 훈시·축사·답사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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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구요비 보좌주교에게 목장을 수여하고 있다. 목장은 교회를 이끌어갈 주교의 직무를 상징한다. 사진 박원희 기자

목장 수여

■ 교구장 훈시 - 염수정 추기경

“자기 양 위해 목숨 내놓는 목자 돼야”

구요비 주교님, 주교님께서는 사람들 가운데서 뽑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세워져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주교직은 영예가 아니라 임무를 나타낸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주교는 지배하기보다는 봉사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신비의 충실한 집전자와 관리자, 보호자가 되십시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가정을 다스리라고 주교님을 뽑으셨으니 자기 양들을 알고 양들도 그를 아는 참된 목자, 자기 양들을 위하여 서슴없이 목숨을 내놓는 목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십시오.

하느님께서 주교님께 맡겨 주시는 모든 이, 특히 그리스도를 위하여 함께 봉사하는 동료들인 사제와 부제, 그리고 가난한 이, 연약한 이, 나그네, 이방인을 아버지의 사랑과 형제의 사랑으로 대하십시오. 또한 신자들이 주교님과 함께 사도직에 종사하도록 권고하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말을 기꺼이 들으십시오.

모든 교회의 근심 걱정을 언제나 함께 지고,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기꺼이 도와주십시오. 주교님께서는 교회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반영하고, 스승이요 사제이며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직무를 수행합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의 교회에 생명을 주시고, 연약한 우리를 당신의 힘으로 강하게 하십니다. 성령께서는 또한 주교님에게 하느님의 교회를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온 세상의 양 떼를 돌보십시오.

■ 주한 교황대사 -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축사

“자신의 모든 것 그리스도께 봉헌하길”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서울대교구 모든 구성원들의 영적 성장에 관심과 염려를 함께 갖고 계십니다.

네 분의 보좌주교는, 복음화에 있어서 더 굳건해지고자 하는 서울대교구의 굳은 의지를 의미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가 맡겨진 양 떼를 위해 기도하고 가르치고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구요비 주교님을 임명하는데 있어, 교황님께서는 구 주교님의 인간적 자질과 함께 지난 36년간 사제 생활의 열정과 진지한 사목 생활을 고려하셨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주교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교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명예가 아니고, 교회의 사목직무와 봉사에 헌신하는 것입니다.

새 주교님은 자신의 몸과 영, 시간과 가진 것, 건강과 삶 전체를 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봉헌할 것입니다.

■ 주교회의 의장 - 김희중 대주교 축사

“가난한 이들 위한 교회 실현 앞장서야”

구요비 주교님은 ‘가난’과 ‘겸손’의 삶을 사셨습니다.

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시고, 겸손한 자세로 신자들을 대하시며, 성체조배와 성실한 기도생활로 신자들을 이끌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 방향을 오래 전부터 줄곧 실천하신 것입니다.

또한 구 주교님은 노동자들의 벗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셨습니다.

여기 모인 모든 분들이 구 주교님께서 오늘 제단에 엎드려 주님께 봉헌하신 그 마음으로,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일생동안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기도해주실 것입니다.

또한 구 주교님께서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의 큰 빛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시며 필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으실 것입니다.

■ 사제단 대표 - 안수배 신부(방배동본당 보좌) 축사

“신자들과 함께 눈물 흘려주실 어른”

주교 임명 소식을 듣고 교구장님과 만나셨을 때, 눈시울을 붉히며 포옹하시던 주교님의 사진 속 모습을 기억합니다. 저희는 어쩌면 소문난 울보 주교님을 모시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주교님에게서, 눈물을 흘리시던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신자들과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구요비 주교님을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대도시의 삭막함 속에서 외롭고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교구에, 이들과 더불어 눈물을 흘려주실 어른을 보내주셨습니다.

늘 한결 같은 모습으로, 교우들과 저희 교구 사제단을 지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나를 따라라”(요한 21,19)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교회가 세상의 지혜와 논리를 거슬러 그리스도만을 따를 수 있도록 함께 울고 또 함께 웃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 평신도 대표 - 권길중 회장(서울대교구 평신도단체협의회) 축사

“권위 내려놓고 기도의 삶 몸소 보여준 분”

구요비 주교님께서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예수님처럼 사제직에 주어진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으시고 겸손을 다해서 신자들을 사랑하셨습니다. 목자로서 주교님의 삶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많은 분들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또 주교님께서 성체조배와 묵상을 비롯한 기도생활의 본을 보여주심으로써 신자들이 기도하는 삶을 살게 해 주셨습니다. 이제 주교님은 본당을 넘어서 교구 보좌주교라는 등경 위에 놓아야 할 큰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교님께서 아버님의 신앙을 보시고 사제성소를 느끼셨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이의 아버지, 어머니들, 즉 저희 평신도들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 사제성소와 수도성소, 가정성소를 모두 증가시키는 비옥한 성소의 밭이 될 것을 구 주교님을 비롯해 염수정 추기경님과 모든 주교님들께 약속드립니다.

■ 보좌주교 답사 - 구요비 주교

“늘 깨어 기도하는 사목자 되겠습니다”

팔삭둥이 같은 저를 이 거룩한 주교직에 불러주신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저를 직접 선택하여 이 직무를 맡겨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자녀다운 효성과 절대적 순명을 약속드립니다.

주교 직무를 시작하며 교구장님의 뜻을 받들고 잘 보필하며 일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서울대교구 신부님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와 사도로서 기쁘고 보람된 나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데 열과 성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또한 오늘의 교회가 세상에 열린 신앙공동체로서 더욱 더 발돋움하며,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지향합니다.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의 삶과 실존 전체로 보여주시는 모범을 따라,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교회 사명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 늘 깨어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오늘의 교회가 이 시대의 징표들을 잘 읽고 응답할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는 사목자가 되기를 다짐해봅니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 양을 놓아두고 떠나신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아가는 목자가 되도록 혼신을 다해 보렵니다. 또한 이 시대의 소외되고 외롭고 병으로 아파하고 고통 받는 가난한 형제들 안에서 주님을 만나 뵙도록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교구민의 많은 기도와 지도 편달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