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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문창우 주교 서품] 이모저모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n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n
입력일 2017-08-22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8-27 제 305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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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에도 기쁨 더해… “소외된 이들 위해 힘써주길”

8월 15일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서품식에서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문 주교에게 전하고 있다.

교구 설정 40년 만에 첫 제주 출신 주교를 맞는 제주교구는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 서품식 도중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자리를 지키며 문 주교의 서품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제주에서 열리는 첫 주교서품식에 신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문 주교의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에 따른 첫 실천인듯 제주교구는 제주 4·3사건 유족과 강정마을 평화활동가, 세월호 가족, 탈학교 청소년, 제주 4대종교연합회 대표 등을 서품식에 초대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제주 출신 첫 주교 탄생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쁨을 알리기도 했다.

■ 서품식을 준비한 사람들

◎… 서품식이 열린 제주교구 삼위일체대성당에는 행사 시작 3시간 전부터 봉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특히 야외 성당 특성상 교통정리가 필요한 만큼, 일찍부터 나선 기사사도회 봉사자 23명이 서품식을 찾는 신자들을 반겼다. 제주교구 기사사도회 김영수(베드로·60·신제주본당) 회장은 “제주교구에서 새 주교님이 탄생하신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서품식장에도 땀방울이 이어졌다. 제주교구 내 27개 본당에서 모인 200여 명의 봉사자들은 비가 내리는 중에도 ‘빛의 안내자’라는 이름 아래 하얀 한복과 정장을 갖춰 입고 자리 안내, 예물 봉헌, 영성체 안내 등 봉사에 힘을 다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제주 한국병원 소속 가톨릭신자 의사 3명, 제주교구 라파엘 약사회 소속 약사 2명, 간호사 1명은 의료진을 꾸려 비상사태에 대비하기도.

제주교구 연합성가대는 아름다운 전례가 되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지휘자 강창오(프란치스코·53·연동본당)씨는 “연습하는 동안 250명 단원이 거의 결석을 하지 않을 정도로 한마음으로 전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창우 주교가 신자들에게 인사한 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 겸손한 주교에게 보내는 박수와 환호

◎… 서품식이 진행되는 동안 신자들은 여러 차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히 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주교를 상징하는 자주색 주케토를 문 주교에게 씌우는 순간 신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어 주교를 상징하는 반지, 주교관, 목자 지팡이가 수여될 때마다 신자들은 큰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주교 표지 수여에 이어 선배 주교들은 한국 주교단의 일원이 된 문 주교를 환영하는 의미로 일일이 포옹하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평화의 인사가 진행되는 동안 문 주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가며 선배 주교들의 축하를 받았다. 신자들은 문 주교가 눈시울을 붉힐 때면 같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평화의 인사가 끝난 뒤 문 주교는 신자들과 주교단을 향해 깊이 허리 숙여 인사했다. 문 주교의 겸손한 모습에 참석한 이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 비 내리는 서품식

◎… 제주의 변화무쌍한 하늘은 서품식 중간에 비를 뿌렸다. 서품식 도중 두 차례 비가 왔지만 참석한 신자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준비한 우산과 우비로 비를 피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비가 오는 것은 그 자체로 은혜이고 선물이다”라며 “오늘 비가 온 것은 문 주교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 감격하는 가족과 교구 신자들

◎…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서품식장 맨 앞에 자리 잡은 문 주교의 아버지 문종수(요셉·86·동광본당)씨와 어머니 김양희(아가타·83)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며 아들의 주교 서품을 더 뜻 깊게 축하했다.

제주교구에서 처음 열린 주교서품식에 참석한 제주교구 신자들은 이 자리를 더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문 주교의 제주대 화학과 동창 유경익(비오·56·중앙주교좌본당)씨는 “항상 기도하며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며 “문 주교는 학생들, 소외된 이들을 두루두루 잘 챙길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 소박한 축하연

◎… 서품미사가 끝난 뒤 주교단은 제주교구 화북본당 미니버스로 함께 주교회의 엠마오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축하연을 진행했다. 축하연 사회는 교구 총대리 양영수 신부가 맡았다.

제주교구 제2대 교구장 김창렬 주교, 현 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문창우 주교와 함께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교구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평화의 섬에서 한반도 평화까지”를 건배사로 제의했다.

문창우 주교가 서품식 중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면서 오로지 주님께 의탁하고 겸손하게 주님께 봉사한다는 의미로 제단 앞에 엎드려 있다.

주한 교황대사관 참사관 마르코 스프리치 몬시뇰이 문창우 주교 임명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창우 주교 부친 문종수씨와 모친 김양희씨가 봉헌 예절 중 빵과 포도주를 교구장 강우일 주교에게 전달하고 있다.

문창우 주교 서품식에서 제주교구 연합성가대가 성가를 부르고 있다.

서품식 뒤 주교회의 엠마오 연수원에서 열린 축하연.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2대 교구장 김창렬 주교(왼쪽부터)가 함께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문창우 주교 서품식에서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n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n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