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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돈 수녀의 주의 기도 해설 묵상] 10ㆍ끝 - 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정하돈 수녀·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
입력일 2017-08-18 수정일 2017-08-18 발행일 1994-08-14 제 191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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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기도문의 이 마지막 두 간청은 완전히 병행하고 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소서」-「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병행을 이루고 있는 이 문장 구조는 두 문장이 내용상 가깝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곧 유혹은 악이고 악은 유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의 기도문의 마지막 간청은 마태오 전승에서 부정적으로 표현한 내용을 긍정적으로 돌리기 위한 후문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기도의 딱딱한 끝맺음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후문장이 내용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을 주지 못하고 있다. 후문장은 앞문장에 마치 반대 명제처럼 뒤따르고 있다.

「우리를 빠지지 말게 하소서」-「우리를 구하소서」

「유혹에로」우리를 인도하지 마소서 가 아니라「악에서」우리를 구하소서.

후문장은(앞에 있는 간청의 맥락 안에서) 우리가「구제」받아야 할「악」이 무엇인지 이해하였을 때에 우리에게 밝혀질 것이다.

◆도덕적인 악 구제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기도하는 자는 구제 받아야 할「악」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만 할 것이다. 보통 주의 기도문에서 번역, 사용되고 있는「악에서」는 희랍어에서「ponerou」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악의」혹은 도덕적인「악」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인격적인 것,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악한 자」「악한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기도할 때에 우리는 악에 대해서「무관심」해지고 싶어한다. 그것은 어떤 반대의 것, 어떤「악한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악」을, 아마도 도덕적인 악, 죄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악에 대한 개념을 보다 폭넓게「유혹」의 내용 전부를 받아들임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악」이란 그저「악한 것」이 아니라 큰 죄, 신앙 배반(배교)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악」의 개념은 앞문장 안에서 배교의 유혹뿐 아니라 그보다도 도덕적인 잘못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어떻든「악」이란 그 모든 위험성 안에서「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도덕적인 악을 말한다.

◆악=사탄으로 이해 가능

희랍어 텍스트에 의하면「악」을「사탄」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위험을 어떤 상대적인 것으로 표현한 앞문장과 함께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여기서 무엇보다도「악」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앞문장 안에서「유혹」이면에 본래 주모자인 사탄의 형체를 들추어 낼 수 있었다. 그처럼 인격화시킨 악 이면에 간접적으로 악한「자」, 즉 사탄을 봄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실은「악한 자」혹은「악」이라고 순순히 번역,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다. 추상적인 어법은 우리 삶 안에서, 우리 세상 안에서, 우리 실제 안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갖게 하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은 배교를 의미

악한 자 혹은 악은 다른 이로부터 올 수 있다.

그것은 내 안에 자리할 수 있다. 악한 자 혹은 악은 개별적으로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집단적인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악한 자 혹은 악은 사람들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든지 이런 상대적인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악한 것(악) 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악을 오직 악의 한 가지 외형만으로 집약할 수 없다. 유혹이 여러 가지 다른 형태 안에서 우리에게 접근해오듯이 바로 외형들의 다양함이 악으로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둘째, 주의 기도문을 기도하는 자가 악에서부터 구제되기를 기도할 때 바로 이 같은 다양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삶의 상황들의 다양함이다. 왜냐하면 악이 한계를 명시(definition)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주의 기도문을 바칠 때 우리 삶 안에서, 우리 세상 안에서, 우리 자신 안에서 끊임없이 겪게 되는 분열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 그것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이기주의 때문에 공동으로 함께 하는 모든 행복을 위험스럽게 만드는 분열이다. 아니면 그것은 결코 완전히 자기를 희생하지 않기 때문에, 또는 자기를 칭찬하거나 자랑하는 자기 중심적인 사랑에서부터 결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행동에서 오는 분열이다. 우리는 이 옛기도 안에서 사람들에 대한 얼마나 많은 경험들을 통한 지혜들이 숨어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말씀들을 거듭거듭 우리의 경험들로써만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공동체 위한 기도 중요

우리는 물론 다른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죽게 만드는 악한 질서에 대해서 얼마든지 그리고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교회와 신학의「특별한 유혹」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혹들은 우리 모두를 큰 위험 속으로 끌어갈 수 있기 때문에 큰 악일 수 있다. 오늘날 여러 사이비 종교 형태 안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이러한 악의 형태들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표현한 신념과 전통 속에 우리의 신앙을 가두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행동하거나 유도하거나 도와주는 이는 악을 범한다. 왜냐하면 그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를 외면하게 하고 새로운 질문을 가로막으며 또한 신앙을 배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악에서 우리를 구하소서』. 이 말은 이제 우리가 쉽사리 빠지는「마비」에서부터 우리를 구해 주소서 하는 말과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앙을 다만「낡은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모든 잘못은 다른 이에게로 돌리는 오류에서부터 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악「으로부터」해방되기를 바라거나 또는 악을 면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고 무엇보다 악「으로부터」「떠나기를」,「물러가기를」, 즉 악이 위험스럽게 가까이 있는 데서부터 구제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비록 많은 유혹의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할지라도 아버지께서 우리를 유혹으로「이끌어들인」것은 아니다.

후문장은, 우리가 아주 위태로운 상황 속에 처해 있음으로 다급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도움을 부르짖어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우리는 단지 유혹의 상황 안으로「이끌려 들어가지」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만이 아니고, 악이 위험하게 가까이 있는 데서부터 또한 구제 받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너무나 약하고 위험을 느끼기 때문에 악이「가까이」있는 곳에서조차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끊임없이 기도 배워야

우리는 여기서 다시금 예수의 제자들이 그 얼마나 어려운 공동체 안에서 살았던가를 생각해야만 하겠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위험 중에 있는 형제들을 염두에 두고「우리를 구하소서」하고 기도해야만 한다. 이 간청기도 이면에 드러나는 형제들의 공동체 안에서 어려움을 동반하는 공동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도 앞문장에서처럼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같이 기도하는 사람은 아직 악의 세력 밑에 있지 않다. 비록 그가 큰 위험 속에 있다 할지라도 그는 근본적으로 악에서부터 떠났으며 또한 아버지의 손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보호 받은 제자는 비록 세상이 악의 세력에 시달리고 있다 할지라도 하느님의 보호 아래 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기도문의 후문장은 앞문장처럼 같은 방법으로 위험의 심각성과 아버지의 보호의 힘을 생생하게 알고 기도하면서 이 두 가지를 같이 묶어줄 줄 아는 마음을 요구하고 있다. 오직 기도하는 자의 마음 안에서만 이런 대립을 해소시킬 수 있다. 이 간청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인들의 존재의 갈등 속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릇된 두려움이나 그릇된 신뢰에서 오는 부담감이 없이 기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수의 정신 안에 깊이 잠겨야 하고 또한 자신 안에서 그 정신을 실현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도를 배우기 위해 거듭거듭 예수의 생활 학원에 가야만 한다. 그래서 그분의 기도학원이 우리에게 점점 더 생활학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마지막 기도는 핍박과 곤궁에서의 부르짖음이고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자가 도움을 외치는 울부짖음, 곧 구명신호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되고 그분의 권세를 떨치게 될 세말의 완성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다.

◆기도=구명신호

그뿐 아니라 그들에게 용기와 신뢰를 주시며 세말에나 있을 구원시대의 은총을 바로 지금 그들의 가난한 삶에 내려주시도록 기도하라 가르쳤다. 그러나 예수는 언제나처럼 이 마지막 기도에서도 그릇된 믿음, 광신의 위험을 제자들에게 경고하셨다. 그러므로써 제자들의 위험스런 실존의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제자들로 하여금 늘 깨어있기를 요구하셨다.

주의 기도는 그 기도 자체 안에서 순환하고 있다. 마지막에 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아버지, 당신의 나라가 오소서』. 이 기도의 마지막 구명신호는 우리가 하느님 나라의 오심 뒤에 부르짖는 유혹의 상황 속에서 더욱 높아진다. 이 마지막 간청을 영혼의 심층에서부터 아뢰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기도할 수 있고 또한 큰 기도 원의를 올바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마지막 구명신호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있을까? 곧 다가올 하느님 나라가『그 날 수가 줄여져』어서 빨리 오고, 그래서 모든 위험이 끝날 수 있도록(마르코 13, 19 이하 참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릴 수 있는 것 외에는.

◆마지막에 다시 시작

주의 기도는 중단할 수 없다. 끝에 가서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주의 기도가 본래 유일한 큰 원의, 즉 하느님 나라의 오심과 그분의 나라에 대한 갈망에서부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모든 것의 중심은『아버지,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소서』이다. 그러나 세 가지 간청은 하느님 통치와 나라에 대한 주요 원의에 마치 세 유성처럼 동반되고 있다.

주의 기도는 결국 기도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찾아낼 수 없는 구조 양식을 가지고 있다. 이 기도의 극히 단순한 기본 형식은 언제나 알 수 있고 모든 것에 그 정신이 침투하고 있다. 예수의 모든 말씀처럼(마르코 13, 31) 예수의 이 기도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주의기도

하느님 나라가 오기까지 이 기도는 울려퍼질 것이다. 그러면 세 가지 간청은 떨어져 나갈 것이고 그분의 유일한, 그리고 최종 원의는 완성되고 하느님 통치와 나라는 실현될 것이다. 그러면 제일 마지막에 그리고 영원토록 순수한 모습 속에서 그 언제나 그분의 감추어진 영혼이었던『아버지,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소서』라는 기도의 시작만이 남을 것이다.

정하돈 수녀·포교 성베네딕도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