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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II] 사회악을 이기자 <8ㆍ끝> 종합

최정근 기자
입력일 2017-08-17 수정일 2017-08-17 발행일 1994-08-21 제 1918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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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삶이 극복의 “첩경”
악의 만연은 사상 인물 부재 탓
폐습 타파 선도는 가정에서부터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는 한국병의 원인과 행태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와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 란 고민을 갖고 가톨릭신문은 지난 6월 19일부터 기획시리즈 긴급진단「사회악을 이기자」를 연재해왔다.

가톨릭신문은 그동안「음란물에 중독된 청소년」을 비롯 도박으로 썩어가는 사회, 과소비, 청소년 약물 남용, 마약 중독, 잘못된 음주문화, 죽음을 부르는 혼수 경쟁 등 총 7개 분야로 나누어 나름대로의 원인과 그 대책을 제시했다. 비단 이 일곱 가지 예가 사회악의 전부는 아니지만 현재 가장 이 사회 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표류하고 있음을 우리는 제시한 바 있다.

한국 사회가 악으로 가득한 가장 큰 이유가 사회를 지탱해주는 사상의 부재, 어른의 부재라는 게 그동안「사회악 시리즈」를 취재하는 기자들 모두의 의견이었다.

변화무쌍한 현대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렵고 힘든 상황 또는 무엇인가 판단해야 할 경우가 주어졌을 때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철학이나 본받을 만한 인물이 적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부모를 난자해 살해한 박한상 사건을 접하면서 경악해 하기는 하나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이고 이를 이겨나갈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자신들의 삶의 저변에서부터 전환된 삶, 회개의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상문고등학교 사건으로 실추된 교권은 우리 모두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계마저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더불어 더 이상 존경의 대상, 자신들의 삶에 준거틀을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하는 사회, 자신들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집단이기주의로 이웃의 목줄을 잡아야 하는 삭막한 사회로 내몰고 있다.

이 같은 이유를「오랜 독재체제 아래 억눌려왔던 국민 대부분이 이젠 그 체제의 허위에 빠져 변화되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사회학자들의 지적대로 한국병은 어디 한 군데를 고쳐서 될 일이 아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톨릭 신자 스스로가 먼저 사회악을 이기고 올바른 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자는 게 가톨릭신문이 이번 시리즈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다. 특히「가정의 해」를 맞아 가정에서부터 나쁜 습관을 차근차근 없애 나가자는 애기다.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과소비 풍토, 늘어만가는 마약과 약물 복용, 도박과 알콜 중독, 음란물의 범람과 죽음으로 몰고가는 혼수전쟁 등 만연된 사회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가정에서부터, 우리 각자의 철저한 회개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황 요한 23세가 회칙「어머니와 교사」에서「인간 개개인이야말로 모든 사회제도의 기초이며 원인이며 목적」이라고 강조했듯이 이와 같은 사회악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제도와 가치를 인간 모두의「공동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이 잘사는 사회,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건설을 위해 개개인의 회개가 필요하고 이에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앞장서 십자가를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시대적 요청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마약과 알콜에 빠져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모습 속에 이 나라의 비젼이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신들의 배 부름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는 기성세대의 각성과 이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이겨나가려는 젊은이들의 총기가 살아있는 사회가「하느님 나라」와 닮은 사회임을 신자들 스스로 인식, 삶으로 증거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성체가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지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때 이 사회에 그늘진 사회악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