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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제언]「추기경의 때늦은 고백」을 읽고/ 김찬수 신부

김찬수 신부ㆍ안양 호계동본당 보좌
입력일 2017-07-27 수정일 2017-07-27 발행일 1993-03-21 제 1847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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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중립성 수호는 당연
3월3일자 한겨레신문 김종철 논설위원의 「추기경의 때늦은 고백」을 잘 읽었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어서 소견을 몇 자 적어본다.

논설위원은 2월28일자 한국일보 5면에 실려 있는 김수환 추기경과 장명수 편집위원의 대담을 읽고 나름대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칼럼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정독하였으나 논설위원이 주장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 길이 없었다.

무릇 칼럼이라면 그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아무리 개인적인 글일지라도 오도된 보도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서 독자를 현혹시킴 없이 한 자한 자 신중을 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 논설위원은 김수환 추기경과 장명수 편집위원의 대담 중에 김 추기경이 장명수 편집위원의 『대선 중 누구에게 투표하셨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대중씨를 찍었다고 한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역감정이 크게 완화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보고 김 위원은 『김 추기경은 왜 이제야 이렇게 중대한 발언을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선거전에 이러한 발언을 했다면 대선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 텐데』라는 논리를 펴 추기경께서 실책을 범하셨다는 인상을 독자들로 하여금 갖게끔 하였다.

논설위원은 김 추기경을 『일찍이 70년대 초부터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라고 평가하며 문맥 전체로 볼 때 이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추기경께서 마땅히 하셔야 할(?) 어느 특정 후보의 지지를 주저하셨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심어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그 제목도 「추기경의 때늦은 고백」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김 논설위원의 글을 읽고 몇 가지 느낀 점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로,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식인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나아가야 할 올바른 선택의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거 전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것이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도자들의 「비겁한 침묵」인양 단정했는데 그것은 편집위원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인으로서 선거에서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있고 더욱이 이 사회에 정신적 영향력이 큰 지도자로서 선거의 중립성을 수호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인 것이다.

둘째로, 무엇을 의도하는지 본인의 주장도 불분명한 이러한 칼럼을 어느 특정인을 대상으로 삼았고 그 대상인의 「선거에 대한 중립성」이 마치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선거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따라서 제목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어느 특정인을 마치 죄인인양 다루고 있는 것은 언론인으로서도 비양심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인 것이다. 언어에는 책임이 따르고 양심을 갖춘 언론인으로서 올바른 보도와 편견 없는 기사만이 독자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할 것이다.

김찬수 신부ㆍ안양 호계동본당 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