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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복음살이] ‘복지 사각지대’ 속 독거노인의 삶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5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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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채 외로움과 생활고에 방치되기 일쑤
노인 10명 중 2명이 ‘독거노인’
갈수록 빠른 증가세 보이지만 전담 복지시설·법적 근거 없어
성남시, ‘고독사 예방 조례’ 제정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설립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 노력 펼쳐

독거노인이 ‘고독사’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은, 가난과 외로움을 견디는 독거노인들이 더욱 힘겹게 버텨내야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회와 단절된 독거노인들은 무관심 속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연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속에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1인가구는 127만3169명(2015년 기준)으로, 전체 노인 인구 중 18.6%가 ‘독거노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복지는 대부분 여가복지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독거노인을 전담하는 시설을 만들 법적 근거도 미약해 아직은 관련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할머니! 어떻게 지내세요! 불편하신 데는 없어요?”

윤문자 수녀(성남시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가 집을 방문하자 김(안나・81) 할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관절염, 심장질환 등으로 몸 이곳저곳이 아파 거동이 편하지 않은데도, 버선발로 문을 열고 나와 윤 수녀를 맞이한다. 평소 안나 할머니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안나 할머니에겐 매주 방문해 안부를 물어주는 성남시독거노인종합센터 직원을 만나는 것이 삶의 기쁨 중 하나다.

“좋죠. 너무 좋아요. 이야기도 들어주고 필요한 것도 챙겨주고.”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는 센터 직원과 안부를 묻는 전화는 할머니와 사회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생활고를 견디게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안나 할머니는 14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생활해왔다. 전 부인이 낳은 자식들을 평생 채소를 팔아 정성껏 키웠지만, 남편이 죽고 나자 연락을 끊었다.

당장 한 끼 먹을 것조차 없는 가난이 안나 할머니 앞에 닥쳤지만, 살아갈 방법이 없었다. 연금에서도 공과금 등을 빼고 나면 생활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만 남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면 생활비라도 받을 수 있지만, 부양의무자인 자녀들의 소득과 재산이 있어 그마저도 탈락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늙고 오랜 노동으로 몸도 성치 않은 할머니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기댈 곳 없을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 준 곳이 센터다. 안나 할머니는 센터에서 지원해주는 식료품과 생필품으로 그래도 끼니는 챙길 수 있게 됐다.

“혼자 있을 때 아픈 게 제일 걱정되고, 외로운 게 제일 힘들어요.”

손(데레사・88) 할머니는 “혼자 있을 때 아플까봐 가장 불안하다”고 말한다. 체력도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아프기까지 하면 혼자서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화재나 가스사고가 나거나, 하다못해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처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자칫 죽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3일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가 1232명으로, 2011년(693명)과 비교해 5년 새 77.8% 늘어났다고 밝혔다. 무연고 사망자는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망자다. 그러한 무연고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의 노인이다.

데레사 할머니는 “그래도 센터에서 전화기와 감지센서를 달아줘서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거노인의 안전을 위해 가스감지기, 행동감지기 등을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있다. 센터는 이 감지기를 통해 등록 독거노인들의 급격한 체온변화나 가스·화재 등의 위험상황을 실시간 감지하고, 신고와 현장방문을 병행해 독거노인들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데레사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세례를 받았다. 평생 불교신자로 살아온 할머니가 개종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워서”였다.

데레사 할머니는 “성당에 가기 전에는 집에서만 있어 너무 외로웠다”면서 “인근 할머니들의 소개로 성당에 다니면서 교리도 배우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그래도 외로움을 많이 잊었다”고 말했다.

낮에는 성당에도 나가고 복지관이나 노인정에도 가서 사람들을 만나지만, 새벽과 밤, 폭염으로 외출이 어려울 때면 외로워도 그저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그래도 데레사 할머니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만큼은 건강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은 찾아오는 이가 없으면 온종일 외로움에 시달려야 한다.

외로움으로 고통과 두려움까지 느끼는 환경은 우울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43.7%가 우울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생활하는 노인의 26.2%가,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의 34.9%가 우울증상을 겪는 것에 비하면 홀로 사는 노인들이 우울증을 앓는 비율이 높다. 우울정도 평균도 노인부부 4.6점, 자녀동거노인 5.6점에 비해 독거노인은 6.6점으로 높았다.

우리사회에선 아무런 도움의 손길 없이 고통 속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1인가구는 127만3169명(2015년 기준)으로, 전체 노인 인구 중 18.6%가 ‘독거노인’이다. 노인 10명 중 2명이 ‘독거노인’인 셈이다. 게다가 독거노인의 수는 2005년 78만2708명, 2010년 106만6365명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은 올해 독거노인의 수가 151만 명, 전체노인의 21.2%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급격히 늘어가는 독거노인들의 생활고는 생명문제로까지 이어진다. 2014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15.3%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12.7%가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6%)이었다. 부부거주, 자녀동거 등의 경우보다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이 높지만, 홀로 살고 있는 만큼 자살을 예방하거나 위급 상황 발생 시 대처해 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엔 이런 독거노인을 돌보기 위한 전담 복지시설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는 대부분 여가복지가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독거노인을 전담하는 시설을 만들 법적 근거도 미약해 아직은 관련 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의 하나로, 최근 경기도 성남시는 독거노인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 6월 27일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아직 안나 할머니처럼 센터의 도움을 받는 독거노인은 센터의 관할지역인 성남시의 독거노인 2만6000여 명 중 4500여 명에 불과하다. 센터를 통해 행동감지기, 가스감지기 등의 설치와 식료품, 생필품 지원, 생활관리사 파견, 상담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독거노인이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따라서 센터는 지역 내 모든 독거노인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수도회 재단이 운영하는 만큼 성남지구 본당과 연계해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성남지구 내 본당들이 소공동체,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등을 통해 본당 내 독거노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윤문자 수녀는 “주변에 지원을 못 받고 있는 독거노인이 계시다는 것을 센터에 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서 “우리 어르신들을 향한 작은 관심만 있어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