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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우 신임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 인터뷰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7-04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7-07-09 제 305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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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출신 첫 주교… 사제단과 일치 노력”
 4·3사건 아픔과 갈등 딛고 하나된 교회공동체 이룰 것
“부교구장 주교 직무는 교구에 내린 하느님의 은총”

“하느님께서 저에게 엄청난 사고를 치신 느낌입니다.”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로 임명된 문창우 주교의 첫 마디였다.

“하느님의 섭리를 보게 돼 감사의 눈물이 난다”는 문 주교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사제들과 일치하고 이를 통해 제주 사회에 하느님의 손길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문 주교는 자신이 제주교구 출신 첫 주교가 된 데 대해 “작은 공동체 제주교구를 대변하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교구는 사제가 총 60명입니다. 소규모 사제 공동체이지요. 그래서 제주 출신 주교가 임명된다든지 제주교구를 대변한다는 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문 주교는 인터뷰 내내 몇 차례나 제주 4·3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제주 현대사에는 4·3사건이라는 아픔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제주 사람들에게는 정의, 자기주장을 위해 나서면 죽는다는 피해의식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문 주교는 “이런 제주의 현실을 하느님의 현실로 돌려놓는 것이 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도와 함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제서품 때의 사목 표어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를 소개하며 “한국사회의 아픔·갈등·시련을 통합해 하느님 백성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주교는 대학교 재학 시절 가톨릭학생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학생운동에 앞장선 경험이 있다. 그때 체험에 대해 문 주교는 “오늘날 한국사회, 특히 제주 사회와 정체성을 바라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문 주교는 대학시절 경험을 통해 형성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사제로서 갖춘 신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2004년 ‘4·3의 역사와 신학적 모색’, 2006년 ‘1901년 제주 ‘신축교안’의 선교사적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해 제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신학적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교회 안팎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문 주교는 “‘하느님 사랑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재직하고 있는 신성여중 교문에서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물론, 교장실을 개방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드나들도록 하고 있다. 문 주교가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문 주교는 부교구장으로서 임무를 시작하며 교구 사제들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다툰 적은 없지만 저의 가치관과 기준 안에서 구별하고 판단했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용서를 청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교구장 주교 직무는 개인적 영광이 아니라 교구에 내린 하느님의 뜻”이라며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한 첫 단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교구 신자들을 향해 “부족하지만 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보필해 직무를 열심히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제주교구 신부님들 많이 사랑해주길 부탁한다”며 교구 사제단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문창우 주교 약력

1963년 3월 15일 부산 출생

1966년 제주도로 이주

1981년 제주대학교 화학과 입학

1990년 광주가톨릭대학교 입학

1996년 2월 10일 사제수품

1996년-1997년 제주교구 서문본당 보좌

1997년-1998년 제주 중앙주교좌본당 보좌

1998년-1999년 제주교구 중문본당 주임

1999년 제주 4·3 고충상담소 소장

2000년-2006년 제주교구 교육국장

2003년-2006년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담당

2006년-2016년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영성지도

2007년 제주대학교 사회학 석사학위

2014년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박사 과정 수료

2016년 3월-현재 제주 신성여중 교장

2017년 6월 28일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 임명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