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상살이 복음살이] 재난재해 상황 속 한국교회는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6-05 수정일 2017-06-05 발행일 2017-06-11 제 304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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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구호 위해 전국 연락망 만들어 조직적 대응
수해 땐, 교회 차원서 성금 모아 전달
세월호 참사 계기로 대응 체계화 실행
서울카리타스, 구호자원 총괄표 작성
재난지역에 상황실 차려 적극 돕기로

넘실대는 파도 위에 부서지는 햇빛! 울창한 숲에서 콸콸콸 쏟아지는 폭포수! 여름이 다가오면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휴가지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과 함께 여름 한편을 이루는 또 다른 모습은 홍수·태풍·폭염 같은 재난으로 무너진 삶의 터전과 일상이다. 가톨릭교회는 이런 어려움에 맞서 일상이 허물어진 이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모습으로 이재민과 함께해오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본지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피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재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 재난 대응에 관한 교회 가르침

재난 대응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25항에 드러난다. 「찬미받으소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를 가난한 이들이 당한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회칙 25항은 “가난한 이들은 기후 변화에 적응하거나 자연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자금이나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회 복지나 사회 보장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라고 밝힌다. 또한 “우리의 형제 자매가 관련된 이 비극에 대한 우리의 부실한 대응은… 우리 이웃에 대한 책임감의 상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하며 교회가 재난을 당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찬미받으소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기후 변화를 막는 데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함을 강조한다.

■ 어려움에 함께해 온 한국교회

1965년 7월 25일자 본지는 수재의연금품을 모으는 광고를 실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로, 가톨릭 언론을 활용해 한국교회가 체계적으로 재난에 대응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81년 9월 초, 태풍 ‘애그니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해 126명이 사망하고 1만4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때 인성회(현재 한국 카리타스 전신)는 수해지역 복구와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을 총괄하며 체계적으로 재난에 대응했다. 당시 인성회 최재선(폴리카르포) 사무국장은 “인성회는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상황을 조사해 각 교구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감당할 수 없는 피해 수준일 경우 국제카리타스에 긴급구호 요청을 보냈다”며 당시 인성회의 역할과 활동을 밝혔다.

또한 한국교회는 2002년 8월, 124명이 죽고 5조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낸 태풍 ‘루사’ 때도 지역별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본당, 교구 차원에서 생필품 지원, 피해 가옥·농지 복구에 힘을 보탰다.

■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교회는 이처럼 재난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재민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복구에 힘을 보태는 등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재난현장에서의 효율적·전문적·체계적 대응이었다. 정성환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 피해, 2007년 12월 태안 기름유출 사고, 2011년 경기도 동두천 물난리 현장에 신자들이 찾아가 복구에 참여하고 봉사자를 위한 밥차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신부는 “이때 봉사자에게 연락하고 모이는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며 “재난 대응 체계화 논의가 있었지만 행동으로 아직 옮겨지지 않은 시기”라고 평가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 정부 관계자 등이 한데 몰린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은 혼란과 긴장이 뒤엉킨 공간이었다. 참사 현장을 보고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봉사를 어디서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해 놓은 밥이 산더미 같이 남고 빨래차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이때 현장에 있던 정성환 신부, 최기원 신부(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 회장), 정승욱 신부(당시 진도본당 주임)는 자원봉사자들이 헤매는 모습을 보고 상황이 안정되려면 한국교회가 체계를 갖춰 재난재해에 대응하고 전국적 연결망을 형성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그리고 구체적 방안을 찾아나갔다. 이후 각 교구는 재난재해 대응 담당자를 지정해 연락처를 공유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정성환 신부는 당시 진도에서 종교가 자원봉사 체계를 잡고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종교는 재난 상황에서 재난을 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영성·심리지원 체계를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회복지 실무자 연결망 공유

현재 재난재해 대응 연결망 구성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서울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가 주도하고 있다. 재난 대응 각 교구 담당자는 지난 4월 열린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2017년 교구 사회복지회(국), 복지전국단체 전체 실무자 연수 및 회의’에서 실무자 연락망을 만들어 공유하고 이동밥차, 이동목욕차 등 각 교구가 갖고 있는 재난재해구호 자원을 조사한 총괄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 실무자들은 서울 명동에서 추가 모임을 열고 재난이 발생할 경우 발생지역에 상황실을 차리며 각 교구가 보유한 자원을 상황에 따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각 교구에서 재난재해 관련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할 경우에도 이를 전국 연결망을 통해 공유하기로 했다.

■ 태풍·홍수·폭염 대비 상황

서울지역 재난 대응을 주로 담당하는 조직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 평신도 봉사단체 나눔의 묵상회다. 나눔의 묵상회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카리타스 봉사단을 조직해 재난지역에 출동한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이성순(나눔의 묵상회 담당)씨는 “현재 재난현장에서 식사를 제공할 밥차에 필요한 취사용 기구, 식기 목록과 수량을 파악하고 세척을 하는 등 즉시 사용 가능하도록 재정비해 보관하고 있다. 또 재난이 발생했을 때 봉사인력이 즉시 참여할 수 있는 본당별 비상연락망을 구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나눔의 묵상회는 2012년 7월 안동교구 공검본당에서 2박3일 동안 밥차 배식 훈련, 수지침·온열치료 등 응급 처치 훈련, 집수리와 같은 복구 훈련을 실시해 현장 활동이 가능하도록 역량강화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대교구 재난봉사단은 평소에는 노인이 사는 오래된 집 문턱 낮추기 봉사를 실시하며 봉사단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확인한다. 아울러 상·하반기에 재난 관련 교육을 함으로써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중이다.

또 폭염에 취약해 여름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쪽방촌 폭염 대책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 소속 가톨릭사랑평화의집(소장 김남훈, 02-2277-2632)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발견할 경우 주민센터나 보건소에 연계하는 방법으로 폭염 상황에 대응한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