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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주일 특집] 청소년 사목, 존중에서 시작하자

최유주 기자
입력일 2017-05-23 수정일 2017-05-24 발행일 2017-05-28 제 3046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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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주간 담화서 ‘존중 통한 관계 회복’ 강조
우리가 존중할 때 아이들은 한뼘 더 성장
스스로 자존감 갖고 행복해질 수 있어
학교 찾아가는 등 능동적 사목도 필요
(재)한국방정환재단이 2016년에 발표한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22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어린이·청소년 5명 중 1명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결과는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불행감을 느낀다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청소년주일을 맞아 ‘존중’이라는 열쇠말을 중심으로, 교회 혹은 우리 각자가 청소년을 돕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주교회의 교육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교육주간(5월 22~28일) 담화문을 통해 방황·폭력·중독·자살 등 청소년이 겪는 문제를 언급하고, ‘존중을 통한 관계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말하는 ‘존중’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인 ‘높이어 귀중하게 대함’이 아니다. 미성년자라고 불리기도 하는 청소년을 불완전하고 미숙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유영 상담봉사자(수원교구 대건청소년상담소)는 “어른들이 보기에 청소년들이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해 보여도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흔들리면서 지나가야하는 과정이 있다”면서 “본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청소년들이 하는 일에 대해 믿고 존중해줄 때 그들의 능력이 올바로 발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청소년들 대부분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는 사실상 모든 것을 성적으로 평가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청소년에 대한 ‘존중’이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가톨릭청소년포상제도’에서 포상을 받은 청소년들이 직접 여행을 구성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제공

■ 교회가 먼저 찾아가다

교회로 오지 않는 청소년을 기다리기보단 직접 찾아 나서 먼저 청소년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청소년에 대한 ‘존중’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경기도 화성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수원교구 서신본당은 신자 수가 약 890명에 불과한 소규모 본당공동체다. 지역이 협소해 본당 관할 내 학교도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전부다. 그래서 주임 정석화 신부는 청소년을 만나고자 학교로 발걸음을 했다.

정 신부는 우선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안면을 익혀 나갔다. 또 직접 학교를 찾아가기 전부터 SNS를 통해 본당 성가경연대회에 대한 소식 등을 전하며 학생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정 신부는 본당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고립된 지역의 특성을 극복하고자 성당에서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자 본당 청소년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또래 사목자’가 돼 각자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본당의 주일학교 등록 인원은 초등학생 16명, 중학생 7명, 고등학생 6명 총 29명에서, 1년 후엔 2배 이상인 60명으로 늘어났다.

이제 본당 청소년들은 스스로 신앙 활동들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능동적인 면도 보이고 있다. 정 신부는 올해 신앙학교로 제주도에 가고 싶다고 제안한 주일학교 학생들의 바람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신 학생들은 직접 비용 마련에 나섰다. 방과 후 시간을 쪼개 직접 향초를 만들고, 여러 본당을 돌며 판매도 한 것이다.

서신본당 사례는 교회가 청소년을 찾아 나서고 찾아온 청소년을 ‘존중’해줌으로써, 그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서울 동성고등학교 동아리 ‘DSPM’에 참여한 학생들이 장경진 신부와 활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청소년이 서로를 존중하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사장 염수정) 산하 동성고등학교(교장 박일 신부)에는 청소년이 청소년을 ‘존중’하며 운영되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DSPM이다. DSPM은 Dong-sung School Peace Maker(학교 평화 지킴이)의 약자로, 세 사람이 선한 일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동참한다는 ‘3인의 법칙’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DSPM에 지원해 뽑힌 3명의 지원자 학생들은 수업 중 잠자는 친구들을 깨우는 일에서부터 학급에서 소외된 학생을 보살피는 일까지, 학급의 다양한 문제를 협력해 해결한다. 교실 분위기를 잘 아는 구성원이 통제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평등한 중재자로 나선 점이 주효했다.

DSPM에 참여한 김민식(요셉·고3) 학생은 “진지한 대화나 상담이라기 보단 가볍게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서로 문제를 공유하면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배우진(라파엘·고2) 학생은 “진로에 고민하는 친구를 상담해주면서 부모님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했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DSPM 학생들의 활동은 ‘사명서’ 작성에서부터 시작된다. 내용은 반마다 다르고, 담임교사의 지속적 피드백을 통해 수정·조율된다. ‘사명서’에는 ‘혼자 밥 먹는 학생이 있으면 같이 먹겠다’, ‘친구들을 존중하겠다’ 등 각자 인식하는 문제와 해결방안을 담는다.

DSPM을 담당하는 종교인성부장 장경진 신부는 “청소년들이 서로를 돌보면서 교사들이 미처 살필 수 없던 고민들을 대화로 해결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공동체성을 함양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교회 혹은 학교가 매개 역할을 펼쳐, 청소년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 낸 사례들이 늘어가고 있다. 존중은 어려운 방식이 아니다. ‘관심’과 ‘인정’, ‘믿음’만으로도 청소년들은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은 존중받음으로써 ‘자신감’과 ‘성취감’을 드러낸다.

교회에서 존중받은 청소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될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청소년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사회에 정착하게 된다면, 청소년들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행복해질 수 있다.

김용수 신부(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교리교육부국장)는 “교회에서 청소년을 존중한다는 것도 교사나 사목자만에 의해 청소년사목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며,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또한 자발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