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였던 엄마 아빠… 우린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시술 없이 가임력 높이는 자연적 임신법 여의도성모병원서 국내 처음 도입 7월, 센터 문 열어
5월 21일 서울 명동 대교구청 주교관 성당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는 특별한 세례식이 마련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프로임신법’을 통해 탄생한 아기들의 세례식이었다. ‘나프로임신법’(NaProTechnology)은 자연(Nature)·가임력(Procreative)·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 고유의 가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신법이다. 난임 치료는 물론 여성의 건강 증진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자연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 햇살 찬란한 오월의 아침입니다. 조용하던 서울 명동 주교관 마당에 30여 명의 어른들이 한데 모여 웃고 인사를 나누니 왁자하네요. 병원에서 뵌 교수님과 신부님도 오셨네요. 와우! 빨간 모자 쓰신 할아버지다. 오늘 저한테 세례를 주신다고 하셨죠? 제가 이 세상 빛을 본 게 지난 3월 2일이거든요. 이제 저도 꽤 컸답니다. 오늘 만큼은 울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을 거예요. 이제 저를 리노(고유)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태어나기 전, 저희 엄마(김솔·도미니카·28)-아빠(고재호·그레고리오·33)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걱정이 많았대요. 의사 선생님들은 호르몬과 배란장애에 의한 난임이 의심된다고 하고요. 그런데 교회병원에선 ‘나프로임신법’이라는 것을 배우면, 자연적으로 아기도 갖고 출산도 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고 해요. 교육 과정이 6개월인데, 엄마·아빠가 교육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제가 생겼답니다. 저만 보면 다들 기적이라는 말을 합니다. 엄마·아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저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하느님을 향한 믿음도 더욱 깊어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효주 아녜스(문선율)예요. 오늘 함께 세례 받은 친구들 중에선 가장 막내죠. 4월 19일에 태어났답니다. 저희 엄마(고민선·소사 세실리아·39)·아빠(문홍권·바오로·44)의 둘째 딸이에요. 처음으로 명동 나들이를 했지만, 저는 세례식 중에도 너무 졸렸거든요. 그래도 추기경님과 부모님, 대부모님께서 이마에 구세주 그리스도를 뜻하는 십자표를 그어주셨을 땐 반짝 눈을 떴죠. 그런데 앗, 차가운 물이 이마 위로 쏟아지는 거예요. 제가 다시 한 번 더 태어난 거죠? 추기경님께선 이젠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부모님과 대부모님께선 저를 하느님 뜻에 따라 키우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도록 교육시키겠다는 다짐을 하셨어요.
우리나라에선 혼인 후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는 이들이 1년 안에 임신을 하지 못하면 난임(불임)이라고 진단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곧바로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 시술 등을 권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고, 여성 몸에도 심각한 해를 끼친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병원장 승기배)은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 영성을 바탕으로 한 ‘나프로임신법’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염수정 추기경)는 미국 교황 바오로 6세 연구소에 이영 교수와 조미진 간호사(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를 파견, 양성을 지원했다. 국내 첫 ‘나프로임신법’ 교육에 참가한 부부는 8쌍이었으며, 그 중 3쌍의 부부가 교육 받은 지 2~3개월 만에 자연적으로 임신에 성공하고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했다. 해외에서는, ‘나프로임신법’을 통해 자연적으로 임신하는 비율은 최대 9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현재 난임부부들에게 ‘나프로임신법’ 교육과 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앞으로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들을 비롯해 전국 교계 병원에서 ‘나프로임신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확산시키고, 학교 성교육 등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나프로임신센터’는 오는 7월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