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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300만 허와 실] 22 혼인성사 1 총론

허남 기자
입력일 2017-05-22 수정일 2017-05-22 발행일 1992-04-05 제 179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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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성사를 생활화하는 과정”
「비산자혼」ㆍ「관면혼」급신장 추세
6쌍중 1쌍이혼…빗나간 결혼관서 파탄
이기적 부부 중심주의 탈피돼야
교회가 부부갈등ㆍ혼인조당문제 깊이있게 다뤄야
본보는 창간 65주년 특집호를 기점으로 「교세 3백만의 허와 실」을 다시 시작한다. 이 기획시리즈는 본보가 창간 62주년을 기념하여 시작, 교회의 칠성사를 중심으로 교회의 허와 실을 진단해온 비중있는 지면으로 그동안 예비자교리교육, 세례성사, 고백성사 등을 집중 보도해온 바 있다. 이번호부터「혼인성사」를 주제로 혼인성사 및 가정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다뤄나갈 계획이다. 혼인은 신자나 비신자 모두에게 일생에 있어 중요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나가느냐는 점이 각자의 시각과 삶의 양식에 따라 다를 뿐이다. 특히 신자들에게 있어 결혼과 결혼으로부터 시작되는 가정공동체의 삶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결혼생활이 바로 하느님의 구세사의 신비에 참여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 금가는 부부상

『선택이 잘못됐구나』.

결혼생활이 지속되는 가운데 누구나 한번쯤 해봄직한 자탄이다.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구성하고, 두 인격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부부생활은 당사자들에게 즐거움과 동시에 피곤함을 제공한다. 특히 일상속에서 부부간에 나타나는 갈등은 부부의 끈을 강하게 하는 화해와 이해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양태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수도회 소속으로 부부들을 대상으로 많은 면담을 해온 한 신부는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남편이 바라는 아내상과 아내가 바라는 아내상을 설명해 준다.

대부분의 남편들은 아내에게 대해서 집을 비우지 않는 아내, 정성을 쏟아 음식을 만들어 주는 아내, 그날 일어난 일은 그날 해결하는 아내, 말대꾸를 삼가하고 순종하는 아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사는 아내, 절제하는 아내, 즉 무조건 용서해 주는 모성애를 가진 따뜻함을 가진 아내의 상을 원한다고 한다.

이에반해 아내들은 남편에 대해서 밤늦게까지 술마시고 손님까지 데리고 오지말 것, 아이들 앞에서 엄마의 위신을 세워줄 것, 밖에서 일어난 일을 집에 와서 이야기해 줄 것, 아내의 꿈을 키워줄 것, 사소한 일에는 간섭하지 말것, 가끔 부부 동반의 외출을 해줄 것, 시집과 친정을 똑같이 존중해 줄 것, 약속은 꼭 지켜줄 것등 너그러움을 지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수 있는 포용력을 지닌 남편을 바란다고 한다.

부부 상호간에 상대방에게 바라는 이같은 기대감은 일상 생활 속에서 부숴지게 마련이고 이러한 순간을 현명한 마음자세로 승화시켜 나가지 못할때 부부간의 갈등은 물론 그 가정의 불화의 근원으로 자리잡게 되곤 한다.

결혼생활의 불화감은 예기치않은 순간에 다가 온다. 또한 그 이유도 두사람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경제생활, 자녀교육, 환경, 부부애 등 주변의 영향에 따른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시말해서 결혼을 포함한 가정생활은 일상생활의 문제를 비롯 물질만능주의 및 개인주의의 영향에 따라 심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 이혼율이 57년부터 66년까지는 0.31%였던 것이, 76년까지는 0.66% 86년까지는 1.38%를 나타내고, 91년도에는 한해동안 8만4천여쌍이 이혼을 하는 등 해가 지날수록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더욱이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기혼자중 8쌍중 한쌍이 이혼한다는 분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실제로는 법(法)외 이혼까지 포함해 6상중 한쌍이 이혼한다고 말하고 있고, 가톨릭 신자 역시 전체 통계 수치상으로 볼 때 비신자와 비슷한 이혼율을 나타내고 있어 가정의 파괴가 신자 비신자를 막론하고 급증하고 있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가정의 중요성

이런점에서 교회의 혼인성사 및 가정의 중요성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교회는 역사적으로 가정의 중요성을 남다르게 취급해 왔고, 현대에 와서도 그 중요성 강조는 계속되고 있다.

『개인의 구원과 일반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공동체와 가정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 (사목헌장 47항) , 『가정은 여러 세대가 모여 보다 깊은 예지를 얻고 개인의 권리를 사회생활의 다른 요청과 조화 시키기위해 서로 협력하는 곳이므로 사회의 기초를 이룬다』 『가정은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내는 학교』 (사목헌장 52항)

이외에도 교회는 여러 문헌과 기회를 통해 가정의 중요성과 가정의 성화를 크게 강조해왔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반드시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같이 강조되는「가정」의 중요성은「가정의 성화」와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살리게 된다. 가정의 성화는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부부간의 사랑과 존경, 화목과 신의, 부모와 자녀간의 사랑과 이해, 자녀의 영적 성장, 자연법의 준수, 가정기도, 가족계획에 대한 올바른 인식 등을 통해 나타날 수 있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으며, 사목자들에게도 이 같은 가정공동체가 이뤄질수 있도록 깊이 다가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뿐만아니라 모든 문화와 전통안에서 가정은 인간사회의 기본적 단위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가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또한 건전한 가정을 위해서는 가정의 시작이 되는 두 인격체의 올바른 만남과 사랑에 따른 결합 및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의 의미와도 직결된다.

특히 가톨릭교회에서는 가정을 혼인성사로 축복된「구원 성사의 장(場)」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은 자신들이 받은 혼인성사와 혼인성사를 통해 이뤄진 자신의 가정의 의미를 올바로 인식, 자신의 삶에 구현시키도록 스스로의 모습을 쇄신시켜 나가야 하며, 교회는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젊은이들로부터 결혼한 이들, 갈등을 일으키는 부부, 조당에 걸린 부부등 혼인성사에서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교육과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현재 혼인을 하려고 하는 젊은 신자들이나, 외짝교우 부부, 결혼생활중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부부등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교회에서 가르치는 혼인성사와 연결, 재삼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고 사목자들은 제시하고 있다.

■ 그리스도교의 혼인관

그리스도교적 혼인이란 개념은『천지창조때 하느님이 제정하시고 그리스도께서 성사의 품위를 부여하신 일부일처의 나뉘지 않고 가를 수 없는 생활과 애정의 일신 공동체를 이루는 결함으로 인류의 보전과 부부 서로간의 인격완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성사와 관련해 사목헌장은 48항에서『신자부부는 특별한 성사에 의하여 견고하게 되고, 이러한 성사의 힘을 받아 혼인과 가정에 있어서의 사명을 수행해 간다. 그리고 이들은 주님의 정신으로 평생토록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 차서 그들의 자기완성과 상호의 성화를 향하여 나날이 진보함으로써 다같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고 가르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교회에서 가르치는 혼인의 성사성은 혼인에 부가되는 무엇이 아니라「혼인자체」가 곧 성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례받은 신자가 신앙을 갖고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성사생활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혼인성사가 다른 성사들과 특이하게 다른 점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혼인성사는『성사의 사효적표징(의식자체로 효력을 갖는다는 뜻) 이 전례행위(혼인예식)에 있지 않고 신앙과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가 주고 받는 인격적 상호증 여로 성립하는 것』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혼인당사자들이며, 주례하는 사제나 부제, 증인은 단지 교회의 공식 입회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교회의 가르침들의 이면에는「혼인을 통한 결혼생활이 곧 육화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구원의 성사」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는 곧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사랑을 결혼생활에서 기억하고, 재현하며, 종말론적 완성을 열망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은 물론 그리스도의 부활신비에 참여, 이기주의적 부부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부모의 소명과 인류봉사의 사랑에 살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교회의 현실

교회에서 가르치는 혼인성사의 의미는 이처럼 중차대하고 성직자 및 수도자와는 또다른 성소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불구, 이에대한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고 또 실천하고 있는 신자가 드물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 교화가 가나강좌등 여러 교육을 통해 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천적인 실행이라는 측면에서의 교회의 노력은 태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상계동본당주임 구요비 신부는 이와관련『기혼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부부 개별적인 신앙생활이 주류인것 같고, 부부공동체, 가정교회라는 의미에서 신앙생활을 영위해 가는 부부는 발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고 일러준다.

90년말 CCK에서 발표한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에 따르면 90년 한해동안 교회에서 혼인성사를 받은 신자가 2만5천5백47쌍이며, 이중 교우혼인이 9천3백79쌍, 관면혼인이 1만6천1백68쌍이다. 이는 89년말 2만4천9백34쌍과 88년말 2만4천1백3쌍, 87년말 2만2천9백10쌍, 86년말 2만3천4백24쌍 등과 비교해 신자수의 증가율에 따르지 못하는 속도로 혼인성사가 이뤄져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도표참조>

또한 교우간의 혼인성사는 거의 대동소이한 반면 관면혼배의 경우는 계속 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교회의 혼인성사에 대한 교육의 현주소및 신자들의 의식을 단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비신자와의 결혼율은 통계상의 관면혼배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외짝교우에 대한 사목대책은 심도있게 마련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와같은 여러 점을 감안할때「혼인성사」에 대한 의미및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고, 가정생활을 통해 성사를 올바로 생활화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몫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교회 혼인법 1063조는 이러한 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도적권고인「가정공동체」의 71항에서『현대사회의 변화는 가정, 사회, 교회가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적절히 준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교회 혼인법 1064조에서도 잘 나타나듯 교회는 혼인에 합당한 준비를 시킬 수 있도록 사제, 기혼부부, 종교인, 전문적으로 훈련된 상담가를 이용하여 편성된 교구 프로그램도 발굴, 활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증가하는 이혼추세, 이에따른 가정문제및 사회문제, 올바른 준비없는 결혼, 혼인예식 절차, 혼인조당에 따른 문제, 외짝교우 문제, 가족계획에 관한 문제, 부부간의 갈등 등등 혼인과 관련돼 파생되는 문제는 많고도 많다. 또한 이 문제들은 모든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신자, 특히 교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는 『부부들의 기쁨과 희망, 번민과 고통을 바로 자신의 것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요청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6쌍중의 한쌍이 이혼하고, 이 이혼 추세에는 신자도 예외없는 수치를 나타내는 것을 감안, 부부간의 갈등 및 혼인조항 문제는 심도있게 교회가 다가서야 하는 부분으로 제기되고 있다.

허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