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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주일 특집] 특별기고 - 평수사 성소의 촉진을 위하여

양운기 수사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04-30 수정일 2017-05-01 발행일 2017-05-07 제 304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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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에 맞서 형제적 공동체 생활로 세상 깨워야

오늘날 평수사가 된다는 것은 세속화의 흐름에 편승하면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지배하고 권위를 권력으로 행사하려는 유혹에 맞서는 복음적 가치를 제시하는 일’이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수도생활을 하는 수도자들 중 남성 수도자를 수사라고 합니다. 남성 수도자는 다시 ‘평수사’와 ‘수사신부’로 구분합니다. ‘평수사(비 성직수사)는 사제 서품을 받지 않은 수사’를 말하고 ‘수사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은 수사, 즉 수도사제’를 말합니다.

2016년 한국교회 통계에는 1650여 명의 남성 수도자가 있는데 이중 ‘사제서품을 받은 수도사제’가 1200여 명, ‘사제서품을 받지 않은 평수사’가 450여 명입니다. 450여 명의 ‘평수사’들은 이미 고령에 접어들었고 ‘수도사제’들은 젊은 층이 많습니다. 이는 30여 년 전부터 ‘평수사 지원율’은 급속히 감소했고 ‘수도사제의 지원율’은 매우 증가한 결과입니다. 그동안 젊은이들이 수도회에 입회하는 경향은 ‘수도사제’에 치중되었고 수도회들도 그렇게 양성한 결과입니다.

현재 전반적으로 수도성소 지원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평수사의 지원율’은 현저히 낮은 수치로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한국 수도회들에서 ‘평수사’의 비율은 10% 정도로 보면 타당할 것입니다. 세계교회의 수도회들 안에서 ‘수도사제와 평수사’의 비율도 이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교황청은 평수사 성소의 감소와 그 심각성을 오래전부터 주시하고 있었고 2015년 12월 14일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Congregation for Institutes of Consecrated Life and Societies of Apostolic Life, 이하 수도회성)이 「교회 안에서 (평)수사의 정체성과 사명」(Identity and mission of the religious brother in the Church)이란 훈령(이하 평수사 문헌)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평수사’를 주제로 발표한 독립적인 ‘평수사 문헌’으로 교황청의 긴장과 절박함, 고민이 절실히 엿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2013년 11월 로마 살레시아눔에서 열린 세계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USG) 82차 총회(27~29일)에서 평수사들, 사제가 아닌 수도자들의 성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는 사제가 아닌 남자수도자들의 성소의 위기가 이 성소가 끝났음을 말해 주는 시대의 표징이라고는 전혀 믿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계시는지 우리는 알아들어야 합니다.”

왜 ‘평수사 성소’는 외면되고 있는가? 젊은이들은 ‘평수사 성소’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세상은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이전투구의 현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교종 프란치스코는 ‘비인간적인 새로운 경제 독재’라 표현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평수사’가 된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초기 사도행전 2, 4장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의한 형제적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잠든 세상을 흔들어 깨우는 일입니다.

오늘날 ‘평수사’가 된다함은 무엇인가? 그것은 친교적이며 교회적이며 동시에 평신도적 정체성(laity)으로 견고한 성직중심주의의 유혹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세속화의 흐름에 편승하면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지배하고 권위를 권력으로 행사하려는 유혹에 맞서는 복음적 가치를 제시하는 일’(평수사 문헌 7항)입니다. 그것은 현재 교회의 젊은이들의 ‘사제(司祭)선호’ 흐름에 역행하며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므로 평수사로 산다는 것은 ‘교회의 지금 흐름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고 행동하는 일’입니다.

‘평수사 성소’는 역사적이며 실재적이며 비제도적이며 예언자적 역동성이 풍부했었습니다.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복음적 순수성을 갈망하던 소수의 신자 무리들로 시작된 수도적 삶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예언적 몸부림이었고 ‘수도생활’의 신호탄이었으며 사막의 안토니오 성인과 성 베네딕토 등이 ‘평수사’의 역사적 실재였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도생활과 평수사’의 존재는 그리스도교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교황청은 ‘평수사 성소’의 감소가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해를 돕는 핵심 요소의 감소로 이어지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입니다. ‘평수사 성소의 위기’는 교회의 위기입니다.

그렇다면 평수사의 삶은 어떤 매력이 있는가? 젊은이들은 평수사의 삶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가? 사제 직능이 선호되는 오늘날 교회에서 ‘평수사 성소’를 어떻게 촉진해야 하는가?

‘평수사 문헌’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쏟아지는 수많은 출판물 앞에 ‘문헌’은 하나의 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헌’이 없을 때도 ‘평수사 성소’는 존재했으며 ‘문헌’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예언자적 태도입니다. 그 신원의 태도는 투박한 쇳소리로 교회와 시대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으며 그들에게 ‘문헌’은 없었고 오직 복음의 ‘본질과 핵심’을 찾아 나서는 결단이었으며 사라져 가는 교회의 영(靈)을 회복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평수사 성소’의 선택, 그것은 ‘평수사’ 자신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사로 잡혀서 ‘평수사 성소’를 살게 되었는가를 그리스도교적 자유 안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다양성의 존중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리스도교적 성숙과 자유의 결핍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즉, 교회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답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 「평수사 문헌」은…

평수사와 관련된 교회 문헌은, 교황청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이하 수도회성)이 2015년 12월 14일 발표한 「교회 안에서 (평)수사의 정체성과 사명」(이하 「평수사 문헌」)이 거의 유일하다.

그동안 교황이나 수도회성 장관이 강론이나 각종 발언 등을 통해 평수사 성소의 의미를 강조한 경우는 있지만, 수도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에 평수사 성소를 일부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평수사’를 주제로 삼은 공식 문헌은 「평수사 문헌」이 처음이다.

교회는 평수사 감소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미 2008년부터 「평수사 문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제 역할과의 관계 속에서 수사들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문제로 여러 차례 발표가 미뤄져 왔다.

「평수사 문헌」은 교회가 ‘평수사 성소의 지위’에 대해 깊이 고민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사제 직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남성수도생활에서 평수사는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위험’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아울러 평수사 성소의 역사적 실재를 인식하고 성소 감소를 우려하면서 평수사 정체성과 사명을 교회 구성원들에게 알리려는 절박함이 드러난다. 나아가 ‘평수사 성소’의 역사적이며 실재적, 비제도적, 예언자적 역동성을 자극하여 평수사 성소 촉진 방향을 제시한다.

「평수사 문헌」은 ‘평수사 성소의 지위와 감소’에 우려와 관심을 표현했다는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문헌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수사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신학 작업이 이뤄지면 평수사에 대한 복음적, 신학적, 역사적, 시대적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평수사 성소’로 접근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양운기 수사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