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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 좌담 ‘부활 신앙으로 바라본 세월호’

정리 박지순 beatles@catimes.kr, 사진 서상덕
입력일 2017-04-11 수정일 2017-04-14 발행일 2017-04-16 제 304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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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원인 규명과 바른 평가’ 부활 신앙 드러내는 길
다시 이런 일 없도록 생명문화 바로 세우는 계기 돼야

■ 일시 : 2017년 4월 6일 오후 2시

■ 장소 :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1898광장 내

우리사랑나눔센터

■ 사회 : 장병일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 좌담자 : 오세일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사회학과장), 정혜숙 위원(체칠리아·故 박성호군 어머니·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위원), 이석태 변호사(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가톨릭신문은 세월호 참사 3주기(4월 16일)를 앞두고 ‘부활 신앙으로 바라본 세월호’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세월호 참사 그 자체와 다름없는 인물들인 이석태 변호사와 정혜숙(체칠리아)씨, 세월호 참사를 사제이자 사회학자로서 깊이 있게 연구해 온 오세일 신부가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이제 꼭 3년이 되는 시점이라면 참사를 매듭짓고 화해와 치유의 길을 찾아야 함에도 아직도 세월호 안에는 미수습자가 9명이나 남아 있고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달려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진도 앞바다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인양돼 3월 31일 전남 목포신항에 입항하면서 미수습자 수습과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보내는 지금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와 교회에 던진 의미와 미해결 과제를 풀어갈 지혜를 찾아야 한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오히려 더 곪아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세월호를 육지로 옮겨 선체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무엇인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세월호를 떠올리면 4월은 참 잔인한 달 같으면서도 그리스도인들에게 4월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 있는 기쁜 달이기도 합니다. 특히 올해 부활 대축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같은 날이다 보니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 이 좌담이 세월호의 진실을 드러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장이 되길 기원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목포신항으로 옮기는 일을 왜 3년 동안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드니 기쁘기보다 허탈합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는 소회나 감상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 세월호 3주기를 맞는 소회

-이석태 변호사(이하 이 변호사) : 지난해 세월호 2주기 때 안산에서 ‘세월호 기억식’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장으로 정부로부터 한참 시달림을 당할 때였습니다. 저와 특조위원들이 세월호 기억식에 함께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인사말을 부탁받고 “세월호 참사 3주기에는 3년상이라는 말이 있듯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세월호 조사를 마무리짓고 희생자들을 편히 보내드리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3주기를 앞두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특조위는 쫓겨나듯 활동이 중단됐고 활동 결과에 대한 백서조차 못 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목표의 핵심 사항 중 하나가 선체 인양이었는데 선체가 인양된 것은 희망적인 일입니다. 미수습자 9명의 수습과 참사 원인규명은 이제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됐다고는 하지만 어떤 성과를 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오해도 참 많았습니다. 제가 특조위원장을 하면서 유가족들을 만나보면 그분들은 배상이나 보상문제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미수습자들을 수습하고 참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세월호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길입니다.

-정혜숙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위원(이하 정 위원) : 3년 전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부터 “참사가 왜 발생했나?” 물었습니다. 아직 이 물음에 아무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은 넘쳤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동거차도까지는 250m밖에 안 돼서 구명조끼를 입고 헤엄쳐서도 동거차도로 올라갈 수 있었고요. 300명이 넘는 승객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해불가한 일입니다. 세월호 주변 어선들도 접근해 구조에 참여할 수 있었음에도 당국에서 어선들을 사고 해역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어요.

정부가 진실된 자세로 세월호 참사를 해결했으면 좋으련만 ‘구조쇼’, ‘언론쇼’를 하며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세월호 안에는 아직 9명의 사람이 있고 당연히 찾아내야 합니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는 쉽게 안 되겠지요. 정부는 아직도 숨기려고 하는 게 많아요. 해양수산부는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에도 세월호 인양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데도 국민을 속이고 상하이 샐비지를 데려다 어민들에게 피해를 줘가며 참사 3년이 다 돼서야 겨우 선체를 인양했습니다. 용서가 안 되는 일입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무능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어요. 앞으로 진상규명 과정에서도 정부의 거짓행태는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세일 신부(이하 오 신부) : 교회 시각에서 사순시기의 의미를 파스카의 신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죽음을 통해 생명을 얻는 것이 사순의 큰 의미입니다. 모세가 파라오에게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한 사건은 모세나 예수 그리스도의 개인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이고, 공동체 내부에서 끝난 사건도 아닙니다. 그 안에 하느님의 손길과 섭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공동의 기억이 파스카의 신비이고 부활입니다.

세월호 참사 3년이 돼가면서 ‘이제 가슴에 묻어야 한다’거나 ‘유가족이 양보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월호는 사회학자인 제가 볼 때 한국사회의 시대적 징표를 담은 사건으로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모순이 담긴 세월호를 품에 안고 새 시대로 갈 것인가, 죽음에서 생명으로 갈 것인가, 거짓에서 참으로 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입니다. 대통령도 탄핵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사회는 진정성의 잣대로 세월호 참사를 평가하고 빛의 이정표를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부활 신앙을 사는 길이기도 합니다.

■ 세월호 책임소재 어디서 찾아야 하나

-장 국장 :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된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이 변호사 : 세월호 참사가 나고 많은 분들이 청원을 해서 세월호 참사 특별법이 통과돼 특조위가 출범했습니다. 특조위가 국가기관인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특조위를 태어나지 말아야 할 기구라거나 세금 도둑이라고 왜곡하는 세력들이 있었고 저는 청와대로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특조위원장 임명장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시행령은 특별법 집행 방법을 정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특별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정부는 특조위에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파견해 특조위를 무력화시키려 시도했습니다.

정부는 특별법 해석도 자의적으로 했지요. 위원장인 저는 농성을 해가며 막아보려 했지만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특조위는 시종일관 제대로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말았지요.

특조위 여당 측 위원들은 처음에는 특조위 운영에 협력하는 듯하다가 ‘대통령 7시간 행적’이 쟁점화 되자 회의 도중 퇴장하거나 위원직에서 사퇴하며 혼돈과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세월호 특조위는 활동 종료 후에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낼 종합보고서도 쓰지 못했습니다. 특조위의 잘못이 아닙니다. 종합보고서는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끝나고 나서 쓰는 것인데 특조위는 목표했던 조사의 3분의 1만 진행한 시점에서 쫓겨나듯 종료됐습니다. 독에 물이 차고 있는데 독을 깨뜨린 것과 같습니다. 특조위는 진만 빼다가 1년9개월이 지나간 것입니다. 청문회만 3번 했습니다. 아쉬움이 많습니다.

-장 국장 : 정부가 세월호 참사 발생부터 요소요소마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 신부 :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비정상성이 사회의 공공성과 공공질서를 무너뜨렸습니다. 인륜에서 할 수 있는 일까지도 세월호 참사에서는 막혔습니다. 차기정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무너진 공공질서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법제적인 차원에서도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시대에 새로운 제도와 규범이 필요합니다.

정부 간섭으로 세월호 참사가 정치적 논쟁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국가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부분이 앞으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될 것입니다. 특조위가 국가 안전사회 건설에 대한 보고서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이 변호사 : 지난해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유럽에 가서 영국의 축구장 관중 사망사건의 국가 책임 문제가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살펴보고 왔습니다. 유가족들은 교훈을 얻고 돌아왔는데요.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에서조차도 축구장 관중 사망사건에 대한 국가책임은 희생자 유가족들이 오랜 세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세 번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가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이 끝난 것은 특조위 책임도 있지만 정부의 방해가 원인입니다. 제2기, 제3기 특조위가 출범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구성돼 있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제2기 특조위가 그 결과를 이어받아 참사 진상규명을 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장 국장 : 아직도 세월호를 둘러싼 온갖 뜬소문들이 나돌고 있어 세월호 유가족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이 변호사 : 세월호에는 미수습자들의 몸만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담겨 있습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들어왔는데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과학 수사처럼 명확하게 해야 하고 유해 발굴 전문가도 목포신항으로 와야 합니다. 해수부는 지금이라도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들이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하는 정도까지 그 분들과 협의해야 합니다.

-정 위원 : 정부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고 뒤로 숨으면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대형 참사가 나면 피해자 가족들을 사건 처리를 위한 협의체에 들어오게 해서 가족들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처리하는 정부는 유가족을 순수유가족과 비순수유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하고 지금은 미수습자 가족과 수습자 유가족으로 또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이간질이지요. 불필요한 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행태입니다.

타이타닉 침몰 사고의 결과로 여객선 안에 구명정이 놓이게 된 것처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생명을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는데도 책임질 사람들이 자기 죄를 가리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오 신부 : 세월호 참사는 사적 차원에서 몇 사람의 이슈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를 잊고 떠나자고 한다면 역사의식이 없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승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민사회 운동이 일어나서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대형 참사가 났을 때 조작과 은폐를 반복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 세월호와 촛불의 관계

-이 변호사 : 3년은 한국 문화에서는 전통적으로 장례를 마치고 망자를 떠나보내는 시간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3년이 지났지만 규명된 진실은 없고 지금에서야 진실규명이 시작되려고 합니다. 지난 3년은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장을 맡았던 저에게 무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농단 끝에 붕괴됐는데 세월호 진실을 묻어버리려다 국민적 분노를 낳았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거리에 나왔습니다. 세월호에서 촛불이 나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 위원 : 촛불은 시민 공동체의 상징이면서 시민의 자긍심이고 세월호 그 자체입니다.

-오 신부 : 촛불은 세계사적으로 볼 때도 시민운동사에서 획기적 사건입니다. 촛불 안에는 파스카의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도 촛불에서 발견됩니다. 저는 촛불에서 우리 국민들의 높은 국민성을 체감했습니다. 촛불의 밑바닥에는 세월호에 미안해 하며 눈물 흘리는 국민들이 있고 불의한 정권을 교체해 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적 욕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4월 6일 ‘부활 신앙으로 바라본 세월호’ 주제로 이석태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정혜숙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위원, 서강대 사회학과장 오세일 신부, 장병일 가톨릭신문 편집국장(왼쪽부터)이 좌담회를 열고 있다.

■ 세월호 아픔 치유보다 진상규명이 우선

-장 국장 : 세월호의 아픔과 분노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할 때는 아닐까요.

-이 변호사 :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피해자들은 아무런 위로를 받지 못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이제 일어서자’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어서 세월호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을 위로해 주기를 바랍니다.

-정 위원 : 저희 유가족들은 ‘치유’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와 3년이 지난 지금 시간만 흘렀을 뿐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이제 상처를 치유하고 기억으로 가져가라’는 말은 더 큰 상처만을 줍니다.

유가족 입장에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없었습니다. 특조위 부활과 진상규명이 우선입니다. 그런 후에야 치유를 말할 수 있습니다.

-오 신부 :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개인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아픔과 분노를 공동체 모두의 삶 안으로 확장시키고 승화시켜야 합니다.

■ 세월호 선체조사위와 2기 특조위 관계 설정

-장 국장 :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앞으로 부활될 특조위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할까요.

-이 변호사 : 제2기 특조위는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쉽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2기 특조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선체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이어받아 기소권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왜 막지 못했는지에 관한 보다 강한 조사권은 부여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 위원 : 지금도 해수부는 유가족과 협의하지 않고 선체조사위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은 시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민의 힘은 더 커지고 유가족들과 계속 같이 가야 합니다. 제2기 특조위 역시 시민의 힘으로 더 강화돼 반드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해야 합니다.

-오 신부 :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시금석과 같은 사건입니다. 교회는 세월호 참사를 마주 보면서 시대의 아픔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것이 종교의 사회적 기능입니다.

정리 박지순 beatles@catimes.kr, 사진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