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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를 배웁시다] 21 노사관계 - 하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학교수
입력일 2017-03-16 수정일 2017-03-16 발행일 1992-02-09 제 179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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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공생 공멸의 처지
공동선 실현위해 함께 노력해야
■ 재화의 바른사용과 노사관계의 목표

노사간의 존재하는 갈등들을 잠재우는 관건은 이미 언급했듯이 인간다운 삶의 영위와 경제적 불평등의 제거이다. 교회는 재화가 모든 인가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항상 주장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등은 절대적인 물량적 평등이 아닌 능력ㆍ신분ㆍ지위ㆍ경력에 따른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사회의 기초적 구성단위인 가정에서도 재화는 절대적인 평등의 원칙하에서 분배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재화는 만인을 위한 것이기에 비록 사유물이라 해도 공유물이란 의식을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사목헌장69). 지상의 재화는 하느님의 계획에 의해 인간발전의 방편이 된다. 즉 지상의 재화는 우선적으로 사회의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상태에 있으며, 사회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물질적인 편리와 풍요는 인간이 보다 가까이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는 도구임에 틀림없다(사회적 관심42). 따라서 노사관계는 자기편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적이고 보편적인 재화의 본래 목적을 이탈하여 사회와 나라의 경제상황을 위태롭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한국의 현실과 노사관계

1900년대 초엽의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 비인도적인 저임금, 근로조건의 열악, 노동운동의 계속적인 탄압에 의해 식민지적 노사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후 1945년 8ㆍ15해방을 기점으로 본격적 자본주의 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1950년 6ㆍ25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비극, 자본가 계층의 불안정, 국내시장의 협소, 자원의 빈곤, 인구의 과밀, 도시의 인구집중 현상 등은 1961년 5ㆍ16혁명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정부주도의 권위주의적인 경제개발과 수출을 위주로 하는 노동집약적 공업화를 추진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런 와중에서 경제적 고도성장의 목적을 외적으로 실현했으나, 재벌기업들의 급격한 비대화 현상, 중소기업 육성의 부진등이 나타났고, 저임금제의 유지, 노동운동의 무조건 반대와 탄압등은 자율적 노사관계의 성숙을 방해하게 되었고, 빈부격차가 가져온 계층간의 상대적인 빈곤감은 심각한 노사갈등을 악화시키게 된 것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 불경기로 인한 선진국의 통상압력, 저임금 개발도상국들의 공업화에 의한 추격등이 현대적 설비개선, 기술개선, 경영관리 개선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개선과 함께 자본 및 기술집약적 공업화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한편 국민생활의 수준향상과 의식수준의 항상은 다양한 민주화 의식을 낳게 했다.

1980년 5ㆍ17조치는 피어나는 민주화의 싹을 잘라 버리는듯 했으나 제5공화국 말기인 1987년 6ㆍ29선언을 계기로 지금까지 노사간의 극력한 분규가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축적된 불만은 기업자체의 파괴를 겨냥하는 경우들도 있었고, 기업들도 정부당국의 공권력 개입 요청으로 전쟁을 방불케하는 비극적 상황을 보임으로써 노사양편에 심각한 손해를 끼쳐왔다. 그래서 상품의 국제 경쟁력 약화, 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물가의 불안정, 수출의 부진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신용감소 등은 국가를 총체적 위기의 늪에 빠지게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노사간에는 긴장이나 반목이 불가피하게 있는 것이지만, 이런 일들은 노사간의 대화와 양보를 통해서 극복될 수 있다. 국가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는 조화와 일치를 도모해야 한다. 노동자없는 기업이나 기업없는 노동자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서로 공생공멸의 관계에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적인 정의와 원리에 의해 노사 관계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과 개별집단은 물질주의에 의해 전체사회의 공동선을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교회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위로와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항상 선언하고 있다. 한편 국가도 역시 노사관 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는 전체적인 노동정책을 구상하고 실현시키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는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구체적인 공동선 실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여하간 교회는 노동자 계층의 상황을 직시하고, 그 처지를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노사양편에 선익이 되는 가르침과 입장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