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성 요셉 대축일 특집] 이 시대 아버지의 모범, 성 요셉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3-14 수정일 2017-03-15 발행일 2017-03-19 제 3036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요셉 성인에게 배우는 사랑과 존경 받는 아버지 되기
‘가족 보호와 배려의 산 표본’ 성 요셉
가정의 참 행복과 평화 위한 ‘롤 모델’

한 가정의 가장으로 권위의 상징이었던 아버지.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아버지의 ‘권위’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 게다가 부부 사이에 그리고 자녀와 나누는 대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장은 가족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 자녀교육과 신앙교육에 있어서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리스도인 가정에서도 가장이 어떻게 서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면서, 사회의 기본이며 뿌리이고 신앙의 텃밭인 가정이 같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을 맞아, 요셉 성인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올바른 정체성을 되짚어보고, 그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교회는 성 요셉을 가정의 참된 행복과 평화를 위한 아버지상으로 제시한다. 사진은 나자렛 성 요셉 성당 안에 있는 성 요셉과 예수님상.

■ 소통이 어려운 아버지

윤영(베드로·47·의정부 마두동본당)씨는 중학교 2학년생인 딸과의 대화가 너무 어렵다. 딸은 윤씨와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할 뿐만 아니라 윤씨가 묻거나 말을 걸어도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다.

윤씨는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좀 나를 따르는 것 같더니, 중학교 가서는 같이 있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중2병’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장인 윤씨는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주말도 없이 밤낮없이 일해왔다. 윤씨는 “딸과 같이 한 추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딸이 무언가 나에게 삐쳐있는 것 같은데,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종훈(엘리오·55·서울 신내동본당)씨는 가족 안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가족들이 자신을 따돌린다는 것이다.

김씨는 “가족들이 나만 보면 슬슬 피한다”면서 “거실에서 TV를 보면 아이들과 아내 모두 방을 들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산 집에서 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살면서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니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김씨는 가족들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가 ‘자신이 고집불통’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이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를 꺼린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융업체에서 일하는 최형진(마태오·40·서울 중앙동본당)씨는 3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아이 양육 때문에 휴직을 해 회사에서 밉보일까 걱정”이라고 말한 최씨는 그래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성가정의 수호자, 성 요셉

이 시대 아버지는 고달프다. 대부분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동시에 육아와 가사를 해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에게는 외면당한다.

소통 부재의 시대에 바람직한 ‘아버지상’은 무엇일까? ‘아버지 노릇’하기 어려운 현 시대에, 교회는 성 요셉을 가정의 참된 행복과 평화를 위한 아버지상으로 제시한다.

“성 요셉은 메시아의 계획에 참여했고, 그리스도를 인간사회에 모셔 들인 ‘성가정’이라는 핵가족의 보호 및 교육 사명을 맡으셨다. 하느님의 아들이자 ‘사람의 아들’이신 분의 어머니와 결합되는 특전과 함께 자기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찬미 받게 되셨다.

또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수호 직분을 신뢰하도록 만드셨다. 그분의 수호 직분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온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를 수호 대상으로 삼게 되었으며, 따라서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을 위해 그분께 기도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이 1975년 성 요셉 대축일인 3월 19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알현을 위해 모인 군중에게 한 가르침이다. 성 요셉은 우리 시대의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요셉은 마리아의 임신을 알고 파혼하기로 작정(마태 1,19)했지만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알고 아내로 맞았다. 법대로 사는 ‘의인’이었지만 율법주의에 빠지지 않고, 율법의 완성인 사랑의 계명을 따랐다. 아버지로서 요셉은 예수에게 경건한 삶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돌봄 아래에서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랐던 것이다.

요셉이라는 이름이 가진 뜻은 ‘하느님을 돕다’이다. 요셉 성인의 인생은 성실한 ‘돕는 이의 삶’이었다. 레오 13세 교황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성 요셉을 “가족들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 산 표본”이라고 하면서, “아내들에게는 사랑, 마음의 일치, 충실함의 모범이고, 미혼자, 독신자, 수도자·성직자에게는 정결의 이상이며 수호자”라고 칭송했다. 이어 “성 요셉은 마리아의 남편이요 예수의 아버지이므로 가톨릭교회의 가장권을 가지고 계신다”고 덧붙였다.

■ 성 요셉 아버지학교

각 교구들은 아버지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스스로 터득해 다시 가정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성 요셉 아버지학교’다.

2005년 수원교구에서 시작된 ‘성 요셉 아버지학교’는 아버지들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프로그램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혼과 가정 붕괴, 가족 형태의 변화 등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아버지들이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찾는 데 힘이 돼준다.

각 교구별로 프로그램 진행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각 5~6주에 걸쳐 ▲땅갈기(아버지란 누구인가) ▲씨뿌리기(아버지의 영향력) ▲물주기(아버지와 남성) ▲돌보기(아버지의 사명) ▲열매 맺기(아버지의 영성) ▲참회예절 및 수료미사 순으로 진행한다.

아버지학교 프로그램은 건강한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참가자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가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어머니를 재인식하도록 안내하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신앙 안에서 자녀를 양육하도록 교육시키고, 성 요셉을 모델로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정 안에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교구와 광주대교구, 전주, 대전, 부산, 청주, 인천, 원주, 마산, 제주, 의정부교구가 ‘성 요셉 아버지학교’ 혹은 비슷한 이름으로 이른바 ‘아버지 학교’를 운영 중이다. 교구에 따라 1박2일의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진행한다.

의정부교구 아버지학교 우인화 사무국장은 “아버지학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바로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면서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영향력, 사명과 역할을 깨우치고 느끼게 함으로써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