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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리를 배웁시다] (18) 정당한 임금 (상)

이용훈 신부ㆍ수원 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17-02-17 수정일 2017-02-17 발행일 1992-01-19 제 178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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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생계보장은 윤리적 의무
불가피한 경우외 공권력 개입돼선 안돼
임금은 정의에 입각 책정돼야
■ 일반적 임금의 개념

사용자와 노동자는 임금해석에 있어서 상반되는 입장에 있다. 사용자에게 임금은 화폐, 즉 명목임금이지만 노동자에게는 구매력을 의미하는 실질임금이다. 이런 양편의 상반된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에게 임금은 하나의 기업을 운영하는 비용이 되고, 노동자에게는 생계유지의 원천이 된다. 당연히 자본가는 임금비용이 낮을수록 유리하고 노동자는 높은 임금수준을 기대하게 된다. 기업에서 임금은 자금ㆍ원자재ㆍ기계ㆍ토지 등의 생산요소중의 하나인 노동력 상품의 비용인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개별 노동자의 임금액의 높고낮음보다 매월 노무비 총액이 얼마나 되는가 혹은 그 비용을 얼마나 낮출 것인가에 관심을 두게 된다. 반면에 노동자에게 임금은 무엇보다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지속시키는 유일한 수임원이며 생활구조와 수준을 통제하는 소득이 된다. 곧 임금은 엄밀하게 보면 단순한 소득이 아닌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격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자 개개인이 받는 임금수준이다. 그런데 기업은 부가가치중 일정한 이윤을 계산하고 임금을 노동자에게 제공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측은 부가가치중 일정한 임금을 전제로 하고 이윤을 결과 또는 잉여로 본다.

노동자는 생계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노동력을 사용자에게 판매하게 되는데 사용자는 풍부한 노동력과 생산수단의 소유를 내세워 임금의 결정과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게된다. 게다가 독점 자본주의에서 비롯하는 실직사태는 임금결정의 주도권을 사용자가 갖게 한다. 따라서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는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지불하려 한다. 곧 사용자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강요하게 된다. 여기서 양편의 충돌로 노동쟁의가 발생하게된다.

■ 교회의 가르침

임금은 자유계약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용자는 합의된 금액만을 노동자에게 지불하면 더 이상의 의무가 없으며, 사용자는 계약에 명시된 책임이나 합의한 내용에 의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을때만 정의를 거스르는 것이기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 바로 자유 자본주의적 주장이다. 「노동헌장」은 이런 주장은 노동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지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노동력의 행사는 개인적인 자유의지의 소관이면서도 노동의 결과에서 얻는 재화를 갖고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는 것은 자연법칙이기에 인간의 노동은 윤리적 의무에 해당하며, 임금의 액수도 자연적 정의에 따라 책정되어야 한다.

노동자 자신과 그 가정의 생계유지는 절재적인 의무이며 이를 경솔히 여기는 것은 죄악인 것이다. 더욱이 가난한 자는 임금 이외에는 다른 방법으로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그러므로 노사가 자유로이 계약한 노동계약이라해도 최소한의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 자연법의 정신이다. 협박에 의해 불리한 노동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노동자들은 불의의 희생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임금과 그외의 노동문제들은 당사자들의 조직, 곧 노동조합에 의해 의견이 수렴되고 결정되어야 하고, 국가의 공권력 개입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요청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노동헌장 61~64).

임금은 노동문제중 가장 핵심적 사항이다. 이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정의를 실현하는 척도이다. 교회는 인간노동을 상품시장에서 거래하는 상품이나 생산수단으로 보는 태도를 거부한다. 그래서 양편 계약자의 범위를 넘는 법칙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자연적 정의개념이다.

따라서 임금수준은 노동자의 열등하고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자가 최저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계약을 생활고로 인해 체결한다면 이는 폭력과 같은 것이다.

이용훈 신부ㆍ수원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