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회교리를 배웁시다] 17 노동자들의 기업참여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교수
입력일 2017-02-15 수정일 2017-02-15 발행일 1992-01-12 제 178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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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올바른 질서유지 필요
분배는 사회정의에 따라야
자본가 횡포에 맞서는 행동은”정당”
노동자 복지위해 교회 노력 요청돼
■ 기업참여의 일반적 의미

노동자의 경영참여 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현대의 기업은 경영전문화에 의해 경영자가 운영하게 되는데, 기업가는 기업에 재정과 조직에 주로 관심을 가지나, 경영자는 항상 기업가와 이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그는 기업의 성장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기업의 성장은 경영자의 권한ㆍ지위ㆍ금전적보상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노동자의 대표와 권한을 공유하게 될 때 노동자의 전문성 부족과 편협한 관점 등이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게 할 뿐만 아니라, 경영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는 궁극적으로 사유재산 제도를 위협하게 되어 자본주의적 기업제도와 충돌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주장이 기업의 전체운영이나 기획관리를 간섭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업의 횡포와 노동자들의 인권유린 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급선무일것이다. 여하간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경영참여에 대한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압력은 경제-사회적 변화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이다. 과거에 비해 오늘의 노동자들은 기술의 정보ㆍ장기적ㆍ학교교육ㆍ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강한 독립의식과 개성을 갖고 있으며, 건강과 안전시설에 대한 부족, 작업환경의 불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기업내에서의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의미하는 협의적인 것이다. 즉 참여는 노동자가 기업내 여러계층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기업내 의사결정은 회사수준, 공장 및 부서별 수준, 작업장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가 그들의 대표를 통해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절차는 간접참여의 형태인데 단체교섭, 노동자 위원회, 노동자 이사 등을 경유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의사결정 참여는 노동자 대표와 경영자측과의 임의적 협정을 통해서, 그리고 입법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경영 및 감독위원회의 참여 : 노동자들은 법률이나 임의적인 협정에 참여하는 최고 경영층에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 공동 협의회 : 노동자들은 노사공동 위원회에서 대리인들을 선출한다. 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토론의 기회를 마련해 주고 경영층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하며, 경영자측에 생산, 안전, 복지문제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단체교섭 : 임금, 근로조건 등은 경영자측과 노동자대표 사이의 협상절차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업장 수준에서의 참여 : 노동자는 작업장에서 관리층이나 기술전문가와 함께 생산문제의 분석에 참여하며 작업방법 및 근로조건의 개선과 직무이행에 대한 제안을 하게 된다.

■ 교회의 가르침

노사간에는 서로의 이익을 내세우다 보면 자연히 마찰이 생긴다. 발전도상에 있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노사관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국가와 기업의 조직적인 압력으로 인해 파행운영을 하게 되어 상호간에 불신이 심화된다.가끔 자본가와 운영자들이 엄청난 이익을 착복한 사실이 탄로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자본가가 대부분의 부가가치인 이윤을 가져가고, 노동자들에게 기본적 노동력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생존력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생존만을 부지할수 있는 정도로 임금을 지불하게 될 때에 누적된 불만이 터져서 걷잡을 수 없는 파업사태와 사회적인 혼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노동자가 부도덕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사용자에게 해서도 안된다. 생산물과 발생한 이윤분배에서 사용자 몫으로는 단지 투여된 기본 비용만을 제외하고 전부 노동자가 소유해야 한다는 이론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런 이론을 발전시키려면 개인의 소유권 자유를 무시하는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주장하는 마르크스적 사회주의 노선으로 기울어지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노사는 건전한 목표를 설정하여 적극적인 협력으로 기업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노동자들은 기업체의 건전한 발전과 능률적 운영을 위해서 참신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고, 기업체의 밝은 앞날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어머니와 교사 92ㆍ99). 자본의 소유자나 경영인들만이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민주적인 발전은 지연될 것이며,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소지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요구들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이 오늘날 크게 활기를 띠는 것이다. 이런 노조운동은 여러나라의 법률과 국제법 등에서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의 역사적 체험은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다양한 노동문제의 와중에서도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든지 자기자신의 물질적 욕망과 소유욕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노동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은 협동과 도움을 서로 필요로 하기에 이웃과 함께 공존한다는 의식을 항상 갖는 것이다. 노동자 집단의 파업결행은 국민경제 및 국익의 차원에서, 기업 내적안정의 차원에서, 가정적 차원에서 크고 작은 손실을 동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노사분규가 일어날 수 있는. 근본원인들을 적합한 시기에 제거하기 위해 정부와 해당기업체는 사전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어머니와 교사 94 : 노동헌장56).

기업경영과 참여는 노동자, 자본가, 경영인 모두 각자의 직무에 맞게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노사협의회법이나 근로 기준법, 노동쟁의 조정법 등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이때 노동자측은 당연히 노조의 활동을 전제하게 된다. 노조를 운영하게 되는 이유는 노사간의 원만하고 정당한 질서를 유지하고, 표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노조조직은 정부나 기업의 어떤 압력이나 보복없이 결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이런 노조활동은 노동자의 기본권에 속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기업경영에 참여함으로 인해 그들의 고귀한 인격을 노동현장과 기업안에서 구김살없이 드러낼 수 있다.자유자본주의의 사회-경제체제에서 인간의 노동은 다만 생산의 도구이며, 자본은 생산의 효과적 요소 내지 목적으로 잘못 해석되고 있기에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함께 손을 잡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래서 노동자들은 기업경영과 생산관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되었고, 사실 노동자들의 외침이 통일될 때 노동의 조건과 보수,사회적 법규정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사목현장 78 : 어머니와 교사 91 : 노동하는 인간 8).

■ 노동복지와 교회의 임무

노동자의 기업경영과 참여가 가져다주는 중대한 사항은 공정한 생산물과 이윤에 대한 분배이다. 모든이의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재화는 분배되어야 한다. 노사중 한편이 다른편을 이윤의 분배에서 도외시하려 할 때 충돌이 심화된다. 따라서 창조된 재화의 분배는 공동선과 사회정의의 요청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노사간의 부당한 이윤의 분배는 심각한 갈등의 원인이 되고있다. 일반적으로 이윤분배에서 일차적으로 노동자가 항상 불리한 입장에 있기에 불평등한 분배의 성행과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따라서 비인간화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뭉쳐서 단체적이고 조직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은 윤리적인 시각에서 합당한 처사인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착취, 열악한 근로조건,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장 의식의 결여 등은 노동자가 뭉치는 원동력이된다. 경제정의 구현을 위한 외침이 세계도처에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느님께서 명하시는 정의의 차원에서 교회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지위격하, 노도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접, 빈곤과 인권유린과 기아지역의 증가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해야할 것이다.교회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정의실현과 노동자들의 복지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전개해야 할것이다.

이용훈 신부ㆍ수원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