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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특집] 가톨릭-개신교 신학자 대담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1-10 수정일 2017-01-10 발행일 2017-01-15 제 302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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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신부 “교회 분열 500년, 가톨릭도 책임 인정하며 일치 노력을”
박 신부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 전례와 교리적 차이 이해해야”

1월 18일부터 25일까지 전 세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을 기념한다. 특히 올해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 문 앞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어 ‘종교개혁’을 촉발시킨 지 500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본지는 ‘종교개혁’ 500주년과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을 맞아,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산하 신학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송용민 신부(가톨릭 측 위원장)와 박태식 신부(개신교 측 위원장)의 대담을 마련했다. 두 신부는 이번 대담을 통해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은 서로를 갈라놓은 교리적인 해석의 차이를 다시 찾아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의 공통된 신앙을 확인해서 차이를 포용하고, 다양성으로 이해해 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태식 신부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신학 석사, 독일 괴팅겐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대한성공회 사제로 서품됐으며, 현재 장애인센터 ‘함께 사는 세상’ 원장을 맡고 있다.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로도 재직 중이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화위원장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개신교 측 신학위원장을 맡고 있다.

성공회 / 박태식 신부는

송용민 신부는 인천교구 소속으로, 1997년 사제품을 받았다. 독일 본 대학에서 기초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인천 삼산동·강화본당 주임을 역임했다. 현재 주교회의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다. 2007~2013년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신학위원회 가톨릭 측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 / 송용민 신부는

■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과 자성”

▷송용민 신부(이하 송 신부) : 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 되는 해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500년 전 종교개혁은 하나의 상처일 수 있습니다. 1500년간을 지켜온 서방의 로마 가톨릭교회가 단일성을 상실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로마 가톨릭교회로 돌아오지 않는 개신교를 일방적으로 탓하거나, 가톨릭교회의 견고함을 자랑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종교개혁을 부당하게 폄하하거나 가톨릭 신앙의 정당함을 옹호하기 위해 지내온 50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가톨릭교회 역시 교회 분열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태식 신부(이하 박 신부) : 처음 그리스도교가 시작됐을 땐 가톨릭과 개신교라는 식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4세기 말에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후, 5~6세기경 그리스도교는 제도 정비를 합니다. 가톨릭과 정교회가 나누어진 때는 10세기 전후이며, 개신교와 가톨릭이 나누어진 때는 1500년 전후이니, 그리스도교는 대체로 500년 정도에 한 번씩 큰 사건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숫자가 함축하는 바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할 것 없이 중대한 도전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만합니다.

올해 개신교 교파들에서는 종교개혁 이전의 가톨릭과 구별되는 신학적인 가르침들, 이를테면 의화가 갖는 구원론적 의미의 점검, 교회 전통에 대한 재검토와 성경이 갖는 위치의 재발견, 직제의 이해 등등의 논쟁점들을 오늘날의 시각에 맞춰 정리하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시도할 것입니다. 개신교 교파들이 과연 종교개혁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성도 이어질 겁니다. ‘기념’과 ‘자성’, 이렇게 두 가지의 키워드가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개신교계의 분위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송 신부 : 맞습니다. 그래서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은 단순한 기념이기에 앞서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교회도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분열의 상처를 딛고, 이제는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신교계가 박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념과 자성’으로 한 해를 보내게 된다면, 가톨릭 신자들은 개신교 신자들과 만나는 삶의 자리, 가령 가정과 직장, 동창 모임과 동아리 모임 등에서 서로를 갈라놓게 만든 교리적인 해석의 차이들,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갖게 된 편견과 오해의 반목적인 태도들을 청산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에게 종교개혁은 상처이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 상처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면, 지금의 교회가 가야 할 길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 일치운동은 그리스도인의 소명

▶박 신부 : 이 시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소명은 일치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고 꾸준히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사실 이런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유럽 등지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신학자들이 같이 모여 꾸준히 공동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물들이 책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이를테면 1977년에 나온 「하나인 믿음」과 같은 책을 발간했고, 2013년에 가톨릭과 루터교에서 공동으로 「갈등에서 사귐으로」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냈습니다. 이런 결과물들은 물론 오랫동안 이루어진 대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진행된 루터교와 가톨릭의 대화는 1960년에 시작했습니다. 1965년 7월에 볼티모어에서 8명의 루터교 신학자와 9명의 가톨릭 신학자가 처음으로 만났고, 1990년까지 무려 9차례나 되는 토론을 통해 드디어 ‘성서와 전통’이라는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공통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 하나 선정하는 데 무려 35년이나 걸린 셈입니다. 바로 이런 방식이 서구 가톨릭과 개신교에서 일을 해나가는 방식입니다. 황당하지요! 35년 만에 겨우 공동 연구 주제를 선정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빨리 빨리’에 물든 한국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보고 배워야지요.

▷송 신부 : 박 신부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분열의 상처를 씻고 일치하기에는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흔히 악습을 고치려면 그 악습이 생긴 기간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요?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가 열리기 전, 독불장군처럼 장자의식을 갖고 개신교를 폄하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회가 세상 속에 파견됐고, 일치의 표징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보다 깊이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분열된 교회의 모습이 그야말로 복음 선포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죠.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들이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요한 17,21)라고 간절히 기도하신 것처럼, 개신교인들을 갈라진 형제들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일치를 회복하기 위해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벗어버리고, 함께 기도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공동선을 실천하면서, 서로를 갈라놓은 교리적인 해석의 차이를 신학적 대화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일치운동은 서로를 갈라놓은 교리적인 해석의 차이를 다시 찾아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서로의 공통된 신앙을 확인해서 차이를 포용하고, 다양성으로 이해해 내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한국교회의 일치를 향해

▶박 신부 : 한국의 각 그리스도교 교파들도 일치를 위한 여정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개신교 일치운동의 하나로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라는 조직이 3년 전에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의 교회 일치운동은 이미 20년 넘게 이어져 왔습니다. 2014년에 비로소 공식화된 기구가 생긴 것이지요.

하지만 일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용어 통일도, 전례에 대한 상호 이해와 관용도, 교리적인 간격을 줄여나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양측의 상호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30년간 종교전쟁을 치렀을 정도로 극단적인 대립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신부님과 목사님이 공동으로 집전하는 결혼식과 장례식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반목을 했지만, 이러다가는 둘 다 망하겠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던 겁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서로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송 신부 : 저도 오랫동안 교회 일치운동에 동참하고, 신학교에서 교회 일치와 관련된 과목을 신학생들에게 강의해오면서도 여전히 개신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일치운동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신부님들을 많이 만납니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은 가톨릭교회가 이른바 ‘갑질’을 하는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천주교 교세의 위축이나 냉담자 증가 등의 위기 징후들을 보면, 우리도 현실에 자족하는 교회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자성을 하게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2000년대부터 주교회의 교회일치위원회 차원에서 개신교단들과 일치운동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 전체 차원에서 공감을 얻지는 못합니다. 교황님과 보편교회가 일치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한국의 현실은 가톨릭을 이단으로까지 치부하는 일부 개신교단의 일방적인 태도에 등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개신교와는 대화가 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요. 하지만 교회 일치는 예수님의 복음적 요청이고, 이 점은 우리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소명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신앙과직제 창립 이후 가장 심도 있게 추진하고 있는 평신도를 위한 ‘그리스도인 일치 아카데미’가 일치운동에서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일치 아카데미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유능한 신부님들과 목사님들이 다양한 주제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3기로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많은 평신도들이 이 아카데미 강좌를 통해 새로운 교회 일치의 비전을 찾고,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나가고 있습니다.

▶박 신부 : 저는 교회 일치운동을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치를 위해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종교인들이라면 꾸준히 계속 참여해야 합니다. 때마다, 해마다 구성원이 바뀌면 사실 난감할 뿐입니다.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지치지 않는 대화’와 ‘고정된 멤버십’에 기초한 진정한 일치운동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송 신부 : 또한 풀뿌리 일치운동 확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년 기념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이 신자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개신교인들과 함께 기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평신도들이 일치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가까운 인척과 교우 관계 속에서 개신교 신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교리적 논쟁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삶의 기쁨에 대하여 대화를 나눠보실 것을 권유합니다. 삶의 대화는 교리적 논쟁을 넘어 우리 교회에도 일치의 씨앗을 뿌리는 작은 희망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그리스도인 일치운동 주요 연표

1908년 미국의 폴 왓슨 신부 ‘교회 일치주간’ 주창

1964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 발표

1965년 주교회의 ‘전국 그리스도교 재일치위원회’(현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전신) 설립

1966년 한국 가톨릭교회와 대한성공회 서로 방문하면서 기도회 시작

1966년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일치평의회)와 세계교회협의회 ‘신앙과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기도 주간 자료 준비

1968년 교황청 일치평의회와 신앙과직제위원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일치기도 주간 자료를 최초로 공식 사용

1968년 한국 가톨릭교회와 개신교가 합동 기도회 개최 교파 대표자 간담회 공동 개최

1975년 지역교회 일치운동 단체가 준비한 초안을 바탕으로 한 일치기도 주간 자료 최초 사용

1993년 교황청 일치평의회 ‘교회일치 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 발표

199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일치운동에 관한 회칙「하나 되게 하소서」 발표

1999년 교황청-루터교세계연맹 ‘의화 교리에 대한 합동 선언문’ 발표

2004년 교황청 일치평의회와 신앙과직제위원회가 일치기도 주간 자료를 같은 형식으로 공동 발표

2008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 주간 100주년 기념

2014년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

20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

2015년 5월 28일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 1주년 감사기도회에서 김희중 대주교(왼쪽)와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가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