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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지나친 검사가 더 나은 경우

전성하(토마스 아퀴나스) 과장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혈액종양내과)rn전성하 과장은 경희
입력일 2016-11-29 수정일 2016-11-30 발행일 2016-12-04 제 302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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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감기가 안 낫는다며 60세 남성이 왔다. 기침이 2개월이나 계속된다고 했다. 감기는 통상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기관지염인 경우 기침이 3~4주 지속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 환자는 기침 외에는 다른 감기 증상이 없었다. 기침이 낫지 않아 근처 의원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약만 처방해주었다고 한다. 흉부 엑스선 촬영을 했더니 폐에 큰 덩어리가 보였다. 폐암이었다.

3~4개월 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고 명치 밑이 아프다고 내원한 58세 남성. 1년 전 당뇨를 진단받았고 소화불량이 낫지 않아 한 달 전에 위내시경을 했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였다. 아뿔싸…. 췌장 몸통에 덩어리가 보인다. 췌장암 같았다. 돌이켜보면 당뇨도 췌장암 때문에 생긴 것 같았다.

건강검진에서 철 결핍성 빈혈이 있어 내원한 68세 여성.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보다 2g/dL정도 낮았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 자궁근종이나 부인과적 질환으로 생리양이 많아지면 잘 생긴다. 또 한 가지는 위에 암이나 위염, 위궤양 등 위장 출혈이 있으면 잘 생긴다. 혹 치핵이 있어 변 볼 때마다 출혈이 있는 사람도 빈혈이 생기곤 한다. 그래서 철 결핍성 빈혈의 경우는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여 위장검사와 부인과적 검사를 시행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환자는 증상도 없고 원래 처녀 때부터 빈혈이 있었다며 검사를 거부하였다. 4개월 후 이 환자는 위암을 진단받았다. 다행히 조기 위암이어서 수술을 시행했다.

74세 여성 환자. 2달여 전부터 가끔씩 오른쪽 옆구리가 뜨끔뜨끔하다며 내원하였다. 담이 결린가보다고 생각했는데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이때껏 잔병도 없이 건강했고 5박 6일 동남아 여행 후 어제 귀국했다고 했다. 오른쪽 옆구리가 뜨끔뜨끔한 증상이 어떤 질환을 의심하기 어려운 모호한 증상이고 단순한 근육통이면 2달씩이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차 복부 CT를 촬영하였다. 당황스럽게도 간에 여러 군데 크게 전이된 암들이 보였다. 단순한 근육통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난데없이 말기 암이라는 말에 보호자들은 청천벽력이었고 이런 말을 전달해야 하는 의사로서도 입장이 난감했다.

병원 가면 밥도 안주고 금식시켜놓고 이것저것 불필요한 검사를 잔뜩 해서 없던 병도 생기겠다고 하시는 주변 사람들의 불만 섞인 소리를 자주 듣는다. 잔뜩 검사 해놓고 하나 걸려라 하는 것인지 경제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게 아닌지 환자 입장에서는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들처럼 심각한 병이 심각한 증상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환자들에게 검사를 않고 약만 처방해서 정확한 진단이 늦어졌을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그렇다고 한번 체했다고 CT를 찍고 위내시경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위의 사례들의 공통점은 어느 정도 증상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과유불급이 아니라 차라리 지나친 검사가 더 나은 경우다.

※건강칼럼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전성하 과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전성하(토마스 아퀴나스) 과장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혈액종양내과)rn전성하 과장은 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