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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복음살이] 무관심한 사회… ‘외로운 죽음’이 늘고 있다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11-22 수정일 2016-11-23 발행일 2016-11-27 제 3021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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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에 비친 세상

지난해 6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46)씨의 죽음이 보도됐다.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김씨는 역도계를 떠난 후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다 죽음을 맞았다. 시신은 이웃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올해 3월초 광주 쌍촌동 한 원룸에서는 혼자 살던 81세 할아버지가 세상을 뜬 지 열흘 만에 발견됐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상태였다.

지난 8월에는 대전에서 하루 새 홀로 거주하던 어르신 3명이 숨진 채 이웃들에게 목격됐다. 모두 심각하게 부패가 진행된 모습이었다.

가족 친지 사회와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 눈을 감은 뒤에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이른바 ‘고독사’라 불리는 무관심 속의 죽음이 늘고 있다.

■ 어르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공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는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15년 경우 1245명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1년 693명 대비 179%가 급증한 수치다. 연도별로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50대 사망자가 368명(29.6%)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282명(22.7%), 70세 이상 267명(21.4%), 40대 172명(13.8%), 40세 미만 50명(4%)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따져 보면 남성이 74.8%(931명)로 여성 18%(220명)를 앞섰다. 40~50대 사망자가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절반임을 알 수 있다. 중년 남성들의 죽음은 은퇴시기에 일터를 잃고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혼 증가, 경제 악화로 인한 가족의 별거나 해체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 같은 통계 수치들은 과거 어르신들에게 집중됐던 무관심 속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핵가족화, 1인 가구 현상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는 어르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며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시급한 실정이다.

■ 고령화의 그늘, 독거 어르신의 증가

단순히 특정 연령에 국한되거나 한정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죽음을 맞는 상황은 여전히 대부분 독거 어르신들에게서 나타난다. 1인 어르신 가구의 증가는 그 주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집계 결과’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보다 3.3% 증가한 27.2% 였다. 특히 유의해서 볼 것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증가한 1인 가구 수 중에서 44%인 43만9000가구가 60대 이상의 어르신이라는 점이다. 혼자 사는 60대 이상 인구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기대 수명의 연장, 독거 어르신들의 증가 등은 이 같은 고령층 1인 가구 비율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소외’는 어르신들이 홀로 죽음을 맞는 가장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독거 어르신의 사회적 교류 실태를 밝힌 ‘노인돌봄기본서비스’ 2007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17% 정도, 가족과 접촉을 하지 않는 경우가 22% 정도, 친구와 연락과 접촉을 하지 않는 경우가 각각 34%, 이웃과 연락 및 접촉을 하지 않는 사례가 각각 24% 정도, 26% 정도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회적 교류가 전혀 없는 노인도 27% 가량인 것으로 드러난다. 전체 독거 어르신 중 1/4 이상이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단절돼 있다는 의미다.

■ 연대성 높이기

교회 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 복지 정책, 일자리 방안 등이 함께 고려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연대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당을 중심으로 소외되고 고립돼 있는 계층들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안정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본당 내 각 조직들이 독거 어르신을 비롯한 1인 가구 가정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면서 지역 사회 내 민간 또는 공공 기관과 네트워크 체제를 형성,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노인복지담당관 장소영(율리안나) 과장은 “독거 어르신 경우 본당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 어려운 점을 파악하고 이를 본당과 공유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면서도 핵심”이라고 말한다. 정 과장은 “ 특히 우울증을 앓는 어르신들은 자존감도 낮고 삶의 의지도 약한 상황이어서 꾸준한 방문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구대교구 성주본당(주임 이강태 신부)이 ‘은빛 날개’라는 프로그램으로 40명의 어르신들을 돌본 사례는 각 본당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대상은 집에서만 봉성체를 영하는 어르신들이었다. 본당 사회복지위원회가 어르신과 봉사자를 연결했고 성주군 복지관에서는 봉사자 교육을 맡았다. 노인대학 학생들과 레지오 단원, 차량봉사자가 한 조를 이뤄 가구 방문에 나섰다. 지역 내 마켓들과 연계해서 방문 선물도 저렴하게 제공받았다. 노인대학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이야기를 나눴고 레지오 단원들은 어르신과 함께 기도를 드렸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같이 할 사람 없이 외롭게 지내던 어르신들은 본당 신자들의 방문만으로도 반가워했다.

지역 주민센터와 연계, 독거 어르신이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파악해서 정기적으로 반찬나누기 등을 펼쳤던 서울지역 한 본당도 독거 어르신들에게 지역에 대한 유대감을 만들어 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어르신들이 어르신을 돌보는 조직을 만드는 등 본당이 매개체가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힌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 복지교육센터 도건창(요한) 소장은 “그에 앞서 먼저 찾아가서 이웃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근표 신부(서울대교구 사무처장)는 “무관심 속에서 홀로 맞이하는 죽음은 그리스도교인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줄여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홍 신부는 “죽음 이후의 천국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부터의 하늘나라를 말씀하셨다”면서 “독거 어르신과 지역의 소외된 이들을 돕는 교회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라고 전했다.

◆ 교회 안에서는 ‘무관심사’ 제언도

‘고독사’(孤獨死)란 개념은 2001년부터 일본에서 유품 정리 회사를 운영한 요시다 다이치씨가 처음 만들어냈다. 그의 독특한 직업이 방송에 보도된 후 요시다는 「유품 정리인은 보았다」 「유품이 말하는 진실」 등의 책을 통해서 ‘고독사’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아직 학계에서는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교회 내에서는 고독사 대신 ‘무관심사’(無關心死)라는 용어로 제언하기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고독하게 죽음을 맞는 존재라는 입장에서다. 아울러 고독사 용어의 핵심이 관계단절로 인한 죽음을 얘기한다고 볼 때, 사람들의 무관심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