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영화인협회가 추천하는 ‘위령성월에 볼 만한 영화’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11-09 수정일 2016-11-09 발행일 2016-11-13 제 3019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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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마주한 죽음·이별의 여러 모습들
엄마 잃은 4살 아이 ‘뽀네트’부터 
아내 떠나보낸 ‘오베’까지 4편 소개
죽음 겪으며 삶의 의미 새롭게 성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위령성월이다. 살아있는 우리들은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한편 ‘삶 자체는 항상 한 조각의 죽음’이라는 말처럼, 언젠가 우리에게 닥쳐올 죽음을 떠올린다. 죽음을 묵상하는 계절, 가톨릭영화인협회 추천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은 영화들을 모았다.

■ 뽀네트(Ponette)(1997년)

‘뽀네트’

“엄마는 돌아오지 않아, 뽀네트.”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

4살 난 뽀네트는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자신은 왼쪽 팔만 조금 다쳤을 뿐인데,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뜻도 잘 모르겠고, 엄마를 다시 만나지 못하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엄마를 찾기 위해 나름의 모든 노력을 펼치는 뽀네트.

예수님처럼 다시 살아돌아올 것이라는 고모 말에 하염없이 집 밖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주문도 걸어보고 두 손 모아 하느님께 기도도 드린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하느님과 엄마는 대답이 없다.

속상한 마음에 엉엉 우는 뽀네트 앞에 홀연히 나타난 엄마는 ‘웃음을 잃지 마라’, ‘행복을 배워라’고 말한다.

4살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죽음, 그리고 그 현실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간절한 갈망과 노력은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받게 된다는 것도. 뽀네트 역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빅뜨와르 띠비솔은 이 영화로 199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상영시간 97분. 전체 관람가.

■ 굿바이(Good&Bye)(2008년)

‘굿바이’

첼리스트인 ‘다이고’는 그가 몸 담았던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면서 실직자 신세가 된다. 우연히 ‘연령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조건의 광고를 접하고 면접을 본다. 회사의 실체가 ‘시신을 염하고 관에 넣는’ 납관전문회사라는 것을 알고 아연실색하지만, 삶의 방편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첼로를 켜던 손으로 죽은 이들의 마지막 단장을 돕게 된 다이고는 어느 순간 고인의 관을 덮으며 화해와 용서의 말을 나누는 산 이와 죽은 이들에게서 아름다움과 보람을 느낀다.

영화는 죽음을 다루지만 어둡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고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들이 웃음과 코믹한 장면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납관’ 예절을 통해 죽은 자에 대한 예의와 정성의 모습을 느껴볼 수 있다. 살해된 동포들의 장례를 정성껏 치뤄주곤 했던 성경 속 토빗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제81회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다.

상영시간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15년째 치매 상태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그녀. 남편은 의사지만 의료사고 경력이 있고, 병원에서도 곧 정리 대상이다. 직장에 다니는 딸은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고, 삼수생 아들은 가라는 의대가 아닌 미대를 가고 싶어한다. 그러한 복닥거림 속에서 어느 날 자기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암 덩어리를 발견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녀 앞에서 가족들은 이별을 받아들이고 보내는 준비를 한다. 1996년 방영된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지금 만약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죽음이 닥친다면?’이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죽음에 대한 상념과 함께 가족의 소중함이 되새겨지는 영화다.

상영시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 오베라는 남자(En man som heter Ove, A man called Ove)(2015년)

‘오베라는 남자’

59세 된 오베는 고집불통 까칠남에 동네 정리반장이다. 원칙에 살고 원칙에 죽을 만큼 정해진 규율에 철저하다. 주차가 안 되는 장소에는 구급차 진입도 반대할 정도다. 얼마 전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잃은 그는 직장에서도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한다. 살아갈 이유도 낙도 잃어버린 상황에서 양복을 깨끗이 차려 입고 아내 곁으로 떠나려 하는데, 그때마다 이웃들이 문을 두드리며 죽음을 방해한다.

마을로 새로 이사 온 이란 출신 이민자 파르바네와 자꾸 엮이게 되는 오베. 이전 같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몰랐던 문제들도 접하게 되면서 차츰 삶에 변화가 생긴다.

프레데릭 배크만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불통의 삶을 살던 오베가 이웃들과 부대끼며 가족처럼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울다가 웃다가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게 된다.

상영시간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