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전례] (44) 장례미사에서 ‘평화의 인사’를 안 하는 것이 맞나요?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6-11-08 수정일 2016-11-09 발행일 2016-11-13 제 301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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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부활’ 희망하는 평화의 인사는 필요한 예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능
부활한 예수가 제자에게 한 첫 인사
장례식, 죽음의 파스카 성격 드러내야
흰색·부활초·알렐루야 장례미사에 등장

세라: 신부님, 오늘 먼 친척분 장례미사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미사가 끝난 후, 할머니께서 장례미사에서 사제가 실수를 했다며 언짢아하시더라고요. 장례미사에서 평화의 인사를 하면 안 되는데 사제가 실수로 했다면서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는 ‘요즘은 장례미사에서도 평화의 인사를 하는 걸로 전례가 바뀌었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두 분이 한참 실랑이를 해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던데 어느 분 말씀이 맞는 건가요?

티모: 아버지께서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트리엔트공의회(1545~1563년) 이후부터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3~1965) 전까지 400여 년간은 장례미사 때 ‘알렐루야’, ‘평화의 인사’를 하지 않았답니다. 당시에는 제의도 비통함을 드러내는 검은색이나 속죄를 의미하는 보라색을 사용했죠. 즉 당시의 그리스도교 장례에서는 인간적 슬픔이나 하느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 속죄 등이 강조된 것이죠.

세라: 그럼 그 규정이 바뀐 건가요?

티모: 맞습니다. 장례가 인간적으로 슬픈 일인 것은 맞지만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시간이기도 하죠. 따라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본래의 그리스도교 장례의 의미인 ‘부활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야 함이 강조됐고, 이러한 내용을 장례 예식에 반영하게 되었답니다. 「전례헌장」 81항에서 “장례식은 그리스도인 죽음의 파스카 성격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야 하며 각 지역의 환경과 전통에, 또한 전례 색상에 관한 것에도, 더 잘 부응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요.

민이: 장례식에서 파스카 성격을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티모: 전례기도문과 시편, 전례 색상 등이 개정됐습니다. 전례 색상으로 그동안 사용했던 검정색, 보라색과 함께 부활을 드러내는 흰색을 사용하게 됐고, 부활의 희망을 지닌 신앙인임을 드러내기 위해 부활초를 고인의 머리 맡에 두게 했지요. 그리고 예전에 ‘사도(赦禱)예절’이라 하여 고인의 죄사함을 위해 기도하던 예절을, 고인의 영혼을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고별식’으로 개정했답니다. 또 죽음에 대한 슬픔 때문에 하지 않았던 ‘알렐루야’를 바치며 주님의 파스카에 찬미를 드리고 ‘평화의 인사’도 나눔으로써 참석한 이가 서로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하게 됐죠.

세라: 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평화의 인사를 장례미사에서 나누는 건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긴 했어요.

티모: 평화의 인사를 인간적 기쁨을 나누는 순간으로 생각한다면 장례 때의 슬픔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죠. 하지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두려움에 떨면서 모여 있는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하신 인사가 바로 평화의 인사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장례미사에 어울리며 꼭 해야 하는 예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요(참조 요한 20,19).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 믿는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장례미사에서의 ‘평화의 인사’는 그 무엇보다 파스카 성격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