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희년 ‘평신도대회’ 준비했던 류덕희 전 한국평협 회장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6-11-08 수정일 2016-11-09 발행일 2016-11-13 제 3019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나부터 바로 서야 세상도 바로 서
 한국교회와 사회 내적쇄신에 노력”
   

류덕희 전 한국평협 회장이 자신이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우리가 바로 서지 않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항상 변화하고 노력하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한다면 그 어떤 상황이 와도 극복할 수 있죠.”

류덕희(모세·78·경동제약 회장) 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21일 대희년을 맞아 서울 올림픽공원 체육관에서 열린 평신도대회에서 그가 발표한 ‘평신도선언’을 떠올리며 소회를 밝혔다. 류 전 회장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평협 회장을 지냈다.

당시 평신도대회를 준비하며 그는 ‘대회를 통해 평신도들이 무엇을 다짐하고 봉헌할 것인지 만반의 준비를 해 2000년 대희년을 의미있게 맞이하게 하자’는 다짐을 했다. 그는 평신도선언을 통해 먼저 당시 한국교회의 내적 문제를 정확하게 짚었다. 주일미사 참례자가 감소하고 냉담교우가 증가하며 그에 따라 신앙과 생활이 불일치하는 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 와중에 대희년과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류 전 회장은 당시를 돌아보며 “한국사회와 교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점이었다”며 “평신도 소명과 사명에 비추어 오늘날 현실을 반성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에 요청되는 바람직한 평신도 사도직 방향을 제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평신도선언의 내용은 획기적이었다. 자격이 있는 평신도들이 교회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청했다. 또 본당, 교구, 전국 차원에서 평신도 사도직 단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으려면 중앙조직 재정비를 포함해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교회가 사회에 대해 봉사하고 섬기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사회적 위신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는 그는 “교회가 진정한 권위를 회복하려면 나 개인에서 출발해 사회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보고 내적 쇄신 노력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사실 한국평협의 대희년 맞이 준비는 그가 한국평협 회장직을 맡은 1996년부터 이미 시작됐다. 각 교구 사목지침에 따르되 평신도들만이라도 통일성 있는 틀을 마련해 계획적으로 준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핵심 사업은 대희년에 앞서 성자·성령·성부의 해 3년간 펼친 ‘평신도 제자리 찾기 운동’이었다. 그는 1996년 11월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한다’는 강론자료를 통해 “대희년 준비 첫 해인 1997년 ‘성자의 해’를 맞아 나부터 새롭게 변화해서 그 변화된 삶을 통해 우리 주변과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1998년 ‘성령의 해’에는 ‘이제 제자리를 찾아 나섭시다’라는 기치 아래 자신이 처한 위치를 파악하고 반성과 회개로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촉구했었다”고 말했다. 또 “1999년 ‘성부의 해’를 맞이해서는 하느님 ‘사랑의 마음’을 본받아 사랑을 나누고 베풀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펼쳤고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자리 찾기 운동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주교특별위원회가 펼쳤던 ‘새날 새삶 운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제자리 찾기 운동은 이후 한국평협이 펼친 여러 운동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도덕성 회복을 강조한 ‘똑바로 운동’, 아름다운 가정과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한 ‘아가 운동’, 최근 ‘답게 살겠습니다’ 등도 제자리 찾기 운동과 큰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류 전 회장의 기억 속에는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기업과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전국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 그는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경제 살리기 특별 기도회’에서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한 평신도 선언문을 발표했었다”며 “지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평협이 사회교리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대통령과 비선실세를 둘러싸고 급격한 혼란 속에 빠진 현재에도 이 같은 위기 극복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극소수 리더가 맹목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쫓는 현상 때문에 지금의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성취의 삶이란 노력하고 행동으로 옮기며 간절한 마음을 가져야만 이뤄지는 것이라는 것을 평신도들이 명심한다면 위기 극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짚었다.

류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평신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사제 분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씀하십시오. 그래야만 교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고 사회적 권위도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맹목적인 신앙’은 옳지 않습니다. 실천하는 신앙으로 나아갈 때 하느님은 반드시 응답을 주실 것입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