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전례] (43) 감실이 없는 곳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 남은 성체는 어떻게 하나요?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6-11-01 수정일 2016-11-02 발행일 2016-11-06 제 3018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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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모두 영하거나 인근 성당 감실로 모셔 가
성체 훼손·모독 방지 위한 조치
입구에 성합 놓고 성체 영할 신자가 제병 넣어 여분 발생 방지하기도
세라: 신부님, 지난 주일에 본당의 날 행사가 있어서 지역 체육관에서 미사를 봉헌했거든요. 그런데 영성체 후 남은 성체를 신부님과 수녀님이 여러 개씩 나눠 드시는 거예요. 원래 성체를 남기면 안 되는 건가요?

티모: 일반적으로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에는 “성체 분배가 끝나면 사제는 남은 성혈을 제대에서 곧바로 모두 모신다. 남은 성체는 사제가 제대에서 모시거나 성체 보관을 위한 곳으로 옮겨간다”라는 「미사경본 총지침」 163항을 따르지요. 하지만 야외, 그러니까 성당 밖 감실이 없는 곳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에는 이러한 지침을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죠.

민이: 야외 미사의 경우엔 참례자 수부터가 일반 미사와는 차이가 날 것 같아요.

티모: 그렇죠. 그래서 예상 인원보다 제병을 훨씬 여유 있게 준비해야 해요. 제병이 부족해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참례자가 있으면 안 되니까요.

세라: 그럼 몇 개가 남든 그 자리에서 모두 영하는 방법이 권해지는 건가요?

티모: 성체가 미사 참례자 수와 엇비슷하면 가장 좋겠죠. 남은 성체가 적을 경우에는 주례자와 공동 집전자, 그리고 성체분배자들이 남은 성체를 모두 모십니다. 하지만 그렇게 모시기 불가능할 만큼 많은 양이 남은 경우에는 공동 집전자 중 한 사제가 남은 성체들을 가장 큰 성합에 모시고 봉사자와 함께 근처 성당의 감실로 모셔야 한답니다. 그래서 감실이 없는 곳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에는 성체가 남을 상황에 대비해 가장 가까운 성당의 담당자에게 연락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놓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성체 이동에 차량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테니 차량과 운전자를 준비시켜 두기도 하고요. 성체가 담긴 성합을 옮기는 사제는 ‘주님 만찬 미사’ 때 수난 감실로 성체를 옮길 때처럼 어깨보 끝으로 성합을 감싸 덮어야 합니다.

민이: 제가 신앙심이 부족한 건지, 그렇게까지 성체를 옮기는 건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티모: 단순히 제병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행동들이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를 주님의 몸으로 이해하면 결코 과한 것이 아니지요. 잘못 모셨다가 훼손되거나 불경스럽게 이용되거나 하면 안 되는 것이니까요. 성당 입구에 성합을 설치하고 영성체 할 사람이 성당에 들어갈 때에 제병을 하나씩 성합 안에 넣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성합에 담긴 제병만 축성해, 남는 성체가 하나도 없도록 하는 것이지요.

세라: 신부님, 그렇게 소중한 성체를 다 영하지 않고 본당 감실에 일부를 모셔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티모: 첫째 목적은 죽을 위험에 있는 병자를 위한 노자 영성체를 위해서입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제병을 축성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 성체를 영해야 할 때를 대비해 두는 것이지요. 둘째 목적은 미사 외에도 빵의 형상 속에 감추어 계신 우리 주 그리스도를 흠숭하기 위해서입니다(훈령 「성체신비공경」 49항 참조).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