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FunFun) 전례] (41) 영성체 전에는 물도 마시면 안 되나요?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
입력일 2016-10-18 수정일 2016-10-18 발행일 2016-10-23 제 301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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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체 한 시간 전부터 공복 유지하며 몸과 마음 준비
병자·노약자·간병인은 식사 가능
14세기경 공심재 본격적으로 실시
순수한 물은 미사 전도 가능

세라: 신부님, 오늘 미사 중에 할머니 한 분을 봤어요. 영성체가 시작되고 일어나면서 제대를 향해 깊게 절을 하시더라고요…. 제대 거의 앞까지 오셔서는 앞사람들이 성체를 모시면서 절을 할 때마다 같이 깊게 절을 하셨어요. 지나친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티모: 그 할머님은 조금 과하셨던 것 같긴 하지만 성체를 대할 때 ‘그리스도를 대하듯이’ 경건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맞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체를 받는 사람 바로 뒤에서 한 번의 큰 절로 경외심을 드러내기를 권고하고 있고요.

민이: 그럼 영성체 후는요? 제대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숙이고 입에 넣으면서 걸어가는 사람도 있어서 늘 헛갈려요.

티모: 그리스도의 몸을 모셨음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 제대에 절을 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지만 부족한 자신에게 주님이 오심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제대를 향해 절을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요.

세라: 영성체 후 자리에 와서는 잠시 묵상을 하는 것이 맞죠?

티모: 그럼요. 빵의 형상에 현존하는 주님을 내 안에 모신 직후이므로 주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영성체 행렬이 끝나면 행렬을 도왔던 성가도 마치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교우들이 ‘침묵 중에’ 미사 전체의 은혜에 감사하고 자신이 모신 주님과 사랑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죠. 소중한 침묵의 시간을 생략하거나 지나치게 짧게 하거나 악기 연주, 특송 등으로 방해하는 것은 그리 옳은 방법이 아니에요.

민이: 영성체 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던데 물도 마시면 안되나요?

티모: 공심재 말씀이군요. 3세기 테르툴리아노(160~220년 경)의 저서 「부인에게」에 영성체는 식사 전에 해야한다고 가르치는 내용이 나오지만, 본격적인 공심재 규정이 나타난 것은 중세 후기였어요. 1917년의 교회법전은 영성체 하기 전날 자정부터 일체의 음식이나 음료를 먹거나 마시지 못하게 했죠.

세라: 와…, 전날 자정부터요?

티모: 네. 하지만 1964년에 바오로 6세 교황은 사제와 교우 모두 영성체 전 1시간까지로 공심재 시간을 줄였고, 1983년 교회법전에서는 영성체 전 1시간의 공심재를 유지하되 병자나 노약자나 간병인은 예외로 밝혔어요. 그리고 순수한 물은 미사 전 언제라도 마실 수 있습니다.

민이: 주님을 모시기 전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네요.

티모: 맞습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1,34)라고 하시고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36)라고 당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되뇌이면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모실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죠. 우리들이 준비가 잘 되어 있을 때 예수님은 우리 각자를 당신 제자로 이끌어 주실 겁니다.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rn정리 우세민·이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