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말 바루기] 고해성사 (2)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6-10-11 수정일 2016-10-12 발행일 2016-10-16 제 301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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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해진 하느님과 관계 회복하는 성사

가톨릭 신자들이 고해소 앞에서 주춤대는 것은 어쩌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해성사는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 있는 행위입니다.

고해성사 경험이 있는 신자라면 이러한 성찰이 이뤄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실천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체험했을 것입니다. 결국 끊어지거나 멀어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열망이 고해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대로 고해성사는 5단계로 이뤄집니다. 첫 단계인 성찰로 시작해, 고해성사를 받을 신자가 해야 할 의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성사의 핵심인 통회로 이어집니다. 통회에 이어 다시는 그런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그러나 결심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교만과 자포자기입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결심했다 할지라도 다시 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러기에 결심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자신의 힘으로만이 아닌 끊임없이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자들에게 부족한 것이 바로 성찰과 통회와 결심입니다. 잘 준비된 성사란 바로 이 세 가지를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세 단계가 잘 이뤄졌을 때 이어지는 단계가 고백입니다. 고백하는 대상은 사제이지만 하느님께 하듯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여야 합니다. 고백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남의 잘못을 함께 고발하는 태도나, 변명하는 자세, 추상적인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모습은 피해야 합니다. 왜냐면 고해성사는 오로지 자신의 잘못을 하느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부활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가 성탄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는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0조 2항에 대한 주교회의의 해석을 근거로 1년에 한 번만 고해성사를 보면 교회법상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고해성사는 신앙생활을 하는 데 장애가 아니라 더 나은 삶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다리라는 생각을 갖고 하느님께 기쁘게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그 다리를 건널 용기는 바로 우리들의 몫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