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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다문화가정 위한 활동 펼치는 ‘다문화주부클럽’ 한애숙 회장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10-11 수정일 2016-10-12 발행일 2016-10-16 제 3015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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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이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치안봉사단은 지역 안전에 한몫
‘사진교실’… 새롭게 가족 보는 계기
자존감·공동체성 높일 과정 계획

‘다문화주부클럽’ 한애숙 회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모성은 모든 것을 다 품는 ‘흙’과도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좋은 씨를 심으면 싹을 틔워주고, 더러운 것을 버려도 품어 정화시켜주지요. 좀 덜 예쁘고 불완전한 가정이라도, 어머니로서 또한 아내로서 여성은 그 가정을 품을 수 있는 힘을 하느님께 선물 받았습니다.”

‘다문화주부클럽’ 한애숙 회장(데레사·60·수원교구 금정본당)은 모성의 중요성에 관해 이같이 설명하면서, ‘주부’들의 역할은 얼마든지 다채롭게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전업주부’가 된 이들의 역할을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 틈엔가 저평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주부들의 힘은 한 가정 안에서의 살림살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가족’들을 돌보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다문화주부클럽’은 경기도 비영리민간단체로, 다문화가정 부부와 자녀를 위한 무료심리상담을 비롯해 친정부모, 형제 맺어주기 등의 공동체 구성, 각종 교육, 봉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진 ‘대한주부클럽’에 뿌리를 두고 소비자 보호활동에 꾸준히 힘써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보다 소외되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인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단체명도 바꾸고 활동의 폭을 넓혔다. 한 회장은 ‘다문화주부클럽’ 창립을 발의하고, 다양한 활동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운영의 구심점이 되었다. 미리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부클럽 임원진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들로 구성돼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에 더욱 힘을 얻었다.

특히 ‘다문화주부클럽’ 회원들의 활동은 단순히 우리 국민들이 다문화가정에 대해 품고 있는 인식을 개선하고,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올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의 관계 개선과 그 자녀들의 재능 개발 및 양성, 나아가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 발전 등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창단한 클럽 산하 ‘다문화치안봉사단’은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과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단체다. 작게는 가족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들을 지역 내 독거노인과 소외 아동, 미혼모 등과 나누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한 회장은 제주협의회에서 주관한 ‘다문화가정 부부를 위한 주말’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에 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다. 마침 한 회장이 거주하고 있는 군포 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이 많이 생겨나고 있을 때였다. 다문화가정들은 겉보기와 달리 그 속이 많이 상해 있었다.

그는 오랜 기간 ME 가족으로 활동해온 역량을 살려 남편 박영식(레오·60)씨와 함께 다문화가정 무료 심리 상담부터 시작했다. 이어 결혼이주여성들의 ‘언니’, ‘친정어머니’가 되어주는 작은 정성에서부터 그들의 문화 예술적 재능을 키워주고, 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체험 과정을 제공하는 데 적극 나섰다. 다문화가정 전체의 돌봄 차원에서 시아버지 시어머니까지 함께하는 가족 힐링 캠프와 가족 농장 체험 등도 제공하는 다리가 됐다. 다문화가정 자녀들뿐 아니라 지역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합창단 ‘햇빛’과 다문화오케스트라 등은 이제 지역사회에서도 큰 인기몰이를 하는 단체가 됐다. 특히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교실’은 주부들의 일상을 예술로 변화시키고, 그들이 가족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좋은 매개가 됐다. 오는 10월 26일부터는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두 번째 사진전시회도 마련한다.

한 회장은 “어떤 관계라도 맺어지고 개선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열고 함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첫 걸음은 서로 만나 한데 어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같이 살아가는 여정에서 일회성 혹은 이벤트성 행사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다문화가정 구성원 개개인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살리고, 끈끈한 공동체성을 이어갈 수 있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마련코자 한다”고 전했다.

이주민들을 이른바 행사장 박수 부대로만 동원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계획과 지원을 통해 한데 어울려 사는 이웃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한 회장은 “한 가정 안에서 어머니가 바로 서면, 크고 작은 상처들을 아물게 하고 화목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된다”면서 “하지만 개개인만 보아서는 안 되고 그 가정의 어르신들과 자녀들, 형제자매들을 두루 살피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