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노인의 날 특집] ‘노인 그룹 홈’을 소개합니다 - 대구 애덕의 집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n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6-09-28 수정일 2016-09-28 발행일 2016-10-02 제 3013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깨끗한 집에서 편안히 지내시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죠”
요양과 지속 보호 필요한 노인
소규모로 함께 생활하는 공간
치료 중심 복지 한계에서 탈피
가족이 돌보는 듯한 환경 조성

대구 애덕의 집 박금주 원장(맨 오른쪽)과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육수용 멸치를 다듬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노인 그룹 홈(Group Home)’은 노인 복지의 최전선이다. 기존 대규모 복지시설은 노인 인권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 그 영향력을 점차 잃고 있다. 단순히 노인 복지 문제를 ‘치료’의 목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인 그룹 홈은 치료 개념에 머물러 있던 ‘시설복지’를 탈피해 ‘재가복지’로 가는 지름길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노인 그룹 홈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인 복지 현장에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노인 그룹 홈을 더욱 활성화해야만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 ‘앞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애덕의 집’은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즉 ‘노인 그룹 홈’의 모범적인 사례다. 노인성 질환으로 요양이 필요하거나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이 소규모로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2008년 처음으로 문을 연 애덕의 집에는 현재 9명의 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애덕의 집을 거쳐 간 어르신들만 40여 명. 현재 애덕의 집에는 정원이 다 차서 입소할 수 없지만 65세 이상의 장기요양 판정을 받은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입소할 수 있다. 또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 질환(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다면 입소 가능하다.

애덕의 집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퍼즐 놀이를 하고 있다. 애덕의 집 어르신들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화투 놀이를 하거나, 독서 등의 취미를 즐기고 있다.

애덕의 집 어르신들은 80대 중반부터 90대 초반의 고령으로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처럼 하루 세끼를 함께한다. 간호조무사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가거나, 요양보호사와 함께 산책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기억력 훈련, 회상 훈련, 치매 예방 체조 등 치매 관리지원 프로그램과 신체 기능회복 훈련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다.

애덕의 집 박금주(소피아·대구 대덕본당) 원장은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모시다 여생을 함께 보낼 친구를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에 노인 그룹 홈을 시작했다. 때마침 우리나라에 노인공동생활가정 또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생기고 있을 무렵이라 살고 있던 집(대구 남구 안지랑로 29-4)을 시설로 고쳐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모시게 됐다.

애덕의 집은 노인 그룹 홈이라는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박 원장은 “어릴 적 할머니를 모시던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어르신들을 대한다”며 “특별한 무언가를 대접하고자 힘쓰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것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노인 그룹 홈은 단순한 ‘집단시설’이라기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맞춰 가정에서 지내는 것처럼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애덕의 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어르신들이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청결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직접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노인 그룹 홈의 최대 장점이다.

노인 그룹 홈에 대해 복지 현장에서는 “숙식비와 난방비도 줄이고 서로 의지하며 외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동체 유대감도 키울 수 있다”며 이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노인 그룹 홈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노인 그룹 홈 실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복지 선진국에서 모범적인 복지 시스템으로 안착한 노인 그룹 홈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도 활성화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잠시 주춤하는 분위기다. 2005년 이후 많은 수의 노인 그룹 홈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운영됐지만 곧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현행 노인복지법과 복지부 지침은 노인 그룹 홈을 2가지 형태로 나눠 구분하고 있다. ‘노인공동생활가정’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차이 없이 장기요양보험 유무에 따라 형식적으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이를 동일한 ‘노인 그룹 홈’으로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부족한 시설 수와 입소정원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노인공동생활가정의 경우 2015년 현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효천성바오로의 집 등 3개에 그치고 있으며 입소정원도 18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도 노인공동생활가정이 131개 있지만 대부분 입소정원 10명 미만의 소규모로 108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2014년 전국 142개에 117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데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역시 2015년 현재 전국 2130개에 입소정원 1만8636명으로 2014년(2134개, 1만8813명)보다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독거노인 ‘고독사’ 통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할 만큼 우리나라 노인 복지 제도 실태는 열악한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노인 그룹 홈 도입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 김제시는 경로당 154개를 노인공동생활가정으로 전환했고 관련 조례를 개정해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개인 운영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 운영하는 시설이 아닌, 계획 단계에서부터 노인 그룹 홈 취지를 살릴 수 있게 하고 예산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복지 문제에 남다른 열성을 보여 온 한국교회도 노인 그룹 홈 활성화에 더욱 적극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덕의 집 박 원장은 “일부 노인 그룹 홈은 운영자가 수익성만 따져 건물을 임대해서 운영하다 보니, 수익이 많이 나지 않자 폐업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인허가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검증을 거쳐 어르신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애덕의 집 전경. 전형적인 2층 단독주택 같지만, 마당에 꾸며진 화단과 계단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리프트(왼쪽 검정색 유리 부분)가 눈에 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n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