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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성월 특집] 묵주기도 잘 바치려면…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최유주 수습기자
입력일 2016-09-27 수정일 2016-09-28 발행일 2016-10-02 제 301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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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신비에 담긴 ‘예수님 삶’ 묵상하며
성모님의 사랑과 슬픔을 바라보세요
각 가정마다 묵주 한두 개쯤은 다 있을 정도로, 묵주기도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친숙하다. 성모송을 중심으로 주님의 기도와 영광송, 사도신경 등으로 구성되어 기도하기도 쉽다. 하지만 성모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한 것부터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 성모님의 승천까지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 전반을 묵상하면서 봉헌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10월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또 어렵게도 느껴지는 묵주기도의 방법과 내용, 기원을 비롯해 묵주기도하기 좋은 성지를 소개한다.

■ 장미향 가득한 기도

묵주기도는 ‘로사리오’라고도 하는데, 이는 라틴어 로사리움(Rosarium)에서 나왔다. 로사리움은 ‘장미 화원’이라는 뜻으로, 로사리오는 ‘장미 꽃다발’ 혹은 ‘장미 화관’을 말한다.

묵주기도의 기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설은 초기 교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교인들에게는 자신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관습이 있었다. 이 영향을 받은 초대교회 신자들은 기도 대신 장미 꽃다발을 바치기도 했다. 특히 박해 당시 신자들은 콜로세움으로 끌려갈 때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썼다. 이는 장미 화관을 쓰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을 뵙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데 합당한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박해를 피한 신자들은 밤중에 몰래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면서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 화관을 한데 모아 놓고, 꽃송이마다 한 가지씩 지향을 두고 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이집트에서 나온 설이다. 과거 이집트 사막의 은수자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시편을 50편 또는 150편씩을 매일 외웠다. 이때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둥글게 엮어 하나씩 굴리면서 기도의 횟수를 세었다고 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시편 대신 주님의 기도를 그 수만큼 바쳤는데, 수를 셀 때 편리하도록 열매나 구슬 150개를 노끈이나 가는 줄에 꿰어 사용했다. 이러한 관습들이 묵주기도를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도 전해진다.

■ 환희·고통·영광 그리고 빛

오늘날과 같은 묵주기도는 15세기에 들어 생겨났다. 도미니코 수도회 알랑 드 라 로슈(Alan de la Roche) 수사는 1464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강생과 수난, 부활에 따른 환희, 고통과 영광 등 세 가지로 나눴다. 이 기도가 널리 퍼져 15단 형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됐고, 비오 5세 교황은 1569년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를 각 5단씩 15단으로 표준화시켰다.

여기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2002년 10월 교서 「동정 마리아의 로사리오」를 발표하고 빛의 신비를 추가했다. 빛의 신비는 예수님의 공생활 주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세례와 카나에서의 첫 기적, 하느님 나라 선포, 거룩한 변모,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하면서 바친다. 각 신비에 따라 묵주기도 20단을 바치면 그리스도의 전 생애를 온전하게 묵상할 수 있게 됐다.

교황은 교서에서 “토요일이 성모신심과 특별한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관습에서 성모님 존재가 드러나는 환희의 신비를 토요일로 옮기고 목요일에 ‘빛의 신비’를 묵상할 수 있다”고 권장하기도 했다.

묵주기도 신심은 1830년 이후 성모님께서 발현해 묵주기도를 열심히 바칠 것을 호소하면서부터 더욱 가속화됐다.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당부했던 대표적인 장소는 프랑스 루르드와 포르투갈 파티마다. 1858년 루르드에서 발현했을 때, 성모님은 오른팔에 묵주를 늘어뜨리고 양손을 가슴에 모은 모습으로 벨라뎃다에게 직접 기도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또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파티마에서 발현한 성모님은 자신을 ‘로사리오의 여왕’이라 밝히고, 매일 묵주기도를 15단씩 바치면 전쟁이 끝나고 죄인들이 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모님은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얻는 은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 기도를 경건하게 바치는 사람은 불행에 빠지거나 죽을 때에 버림받는 일이 없으며, 죄인은 회개하고 의인은 은총 안에서 더욱 성장하며 영원한 생명에 합당한 자가 될 것이다.”

■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 묵상

묵주기도는 일정한 문장으로 정해진 기도문과 문장으로 정해지지 않은 내심의 기도가 가장 아름답게 조화된 기도다. 즉 성모송과 주님의 기도, 영광송 등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침묵 가운데 주님의 구원신비를 묵상하는 기도다. 묵상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 수난, 부활 등 구원사를 요약한 환희, 고통, 영광, 빛의 신비로 이뤄져 있다.

묵주기도는 날마다 전체 신비를 다 바칠 수도 있고, 요일별로 신비를 달리해서 바칠 수 있다. 월요일과 토요일엔 환희의 신비, 화요일과 금요일엔 고통의 신비, 수요일과 일요일엔 영광의 신비를 바친다. 빛의 신비는 목요일에 바친다. 하지만 이는 권장사항일 뿐 꼭 요일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묵주기도를 바치는 궁극적 목적은 각 신비에 담긴 주님의 삶을 되새기고 묵상하며 이를 본받고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묵주기도 몇 단을 바쳤다는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신비의 내용을 정확히 묵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상의 성 비오 신부는 묵주기도를 잘 바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묵상하고 있는 그 신비에서 성모님께 이루어지는 구원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성모송에 정신을 모으세요. 그때 성모님의 감정을 놓치지 마세요. 성모님께서는 묵주기도의 모든 신비에 빠지지 않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사랑과 슬픔을 안고서 구원의 현장에 함께 계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과 슬픔을 바라보십시오.”

■ 10월, 묵주기도 바치러 떠나볼까

성지 순례하며 묵주기도 봉헌… 걸음마다 새겨진 환희·고통·영광·빛의 신비

남양성모성지 돌 묵주알. 성지 뒤편 산까지 1㎞ 이어진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묵주기도 바치기 좋은 대표적인 성지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성모성지다. 남양성모성지는 지난 1991년 10월 7일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봉헌된 한국교회 사상 첫 성모성지다. 성지 내 ‘로사리오 성모님의 동산’에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지에는 화강암으로 제작된 커다란 돌 묵주알로 둘러싸인 잔디광장이 있고, 이 묵주알은 성지 뒤편 산까지 총 1㎞ 길이로 이어진다. 빛의 신비까지 봉헌할 수 있는 20단 묵주기도 길이다. 성지 입구 예수성심상 뒤편 누워있는 대형 십자가는 묵주기도 길의 시작이다. 매일 오전 10시 남양성모성지 주임 신부가 묵주기도 행렬을 이끈다.

죽산성지 묵주알 조형.

제주 성 이시돌 피정센터 내에 조성된 삼뫼소 은총의 동산에는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특별한 묵주기도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연못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표시하는 심장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작은 나무를 심어 묵주알을 표시했으며 묵주 한 알 주위에 있는 세 그루의 나무는 성부·성자·성령을 의미한다.

병인박해 때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경기도 안성 죽산성지 잔디광장에는 약 300m 거리에 5단 묵주를 봉헌할 수 있는 묵주알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또 장미꽃을 터널 모양으로 꾸민 ‘로사리오의 길’ 두 곳도 따로 만들어뒀다.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지를 본떠 만든 대구 성모당.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외에도 루르드 성모 발현지를 그대로 본떠 만든 대구 성모당, 야외 묵주알을 따라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는 서울 당고개순교성지, 바닥에 박힌 묵주알 돌을 따라 기도할 수 있는 강원도 횡성 풍수원성당, 단풍나무에 둘러싸여 가을 정취를 흠뻑 느끼며 묵주기도를 할 수 있는 경기도 화성 요당리성지도 기도하기 좋은 곳이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n최유주 수습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