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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을 아시나요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16-08-09 수정일 2016-08-10 발행일 2016-08-14 제 300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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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 풀게 해달라”는 기도서 비롯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얽힌 매듭도 술술
살다 보면 갖가지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을 마주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전구를 청해보는 건 어떨까.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에 대해 살펴본다.

2014년 3월 17일 바티칸, 프란치스코 교황 뒤로 요한 슈미트너가 그린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가 보인다.【CNS 자료사진】

■ 신심의 유래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에 대한 표현은 리옹의 성 이레네오(130/140?~202년경)에 의해 처음 생겨났다. 성인의 대표적 저서 「이단논박」에서 ‘하와의 불순종으로 생긴 매듭이 성모님의 순명으로 풀렸다’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은 바로 여기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17세기 초 오스트리아 출신 야콥 렘 신부(예수회)가 결혼생활 위기에 처해있던 독일 귀족 부부를 위해 성모님께 기도한 데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신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렘 신부는 성모님께 “부부 사이에 묶인 모든 매듭을 풀고 둘 사이를 매끄럽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부부는 이혼을 피하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았다. 몇 년 후 이 부부의 손자가 감사의 뜻으로 렘 신부가 사목했던 아우크스부르크의 성 베드로 암 페를라흐성당에 요한 슈미트너가 그린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봉헌하면서 이에 대한 신심이 지역에 퍼지게 됐다.

성화를 살펴보면, 초승달 위에 올라서 있는 성모님은 12개의 별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다. 성모님은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비둘기 모습으로 형상화된 성령이 머리 위를 날고 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묵시 12,1)이라는 성경의 내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발밑에 달을 두고’는 원죄 없는 분을 상징하고,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것은 교회의 어머니임을 상징한다.

손으로는 긴 매듭이 있는 줄을 들어 매듭을 풀고 있고, 발로는 뱀의 머리를 밟고 있다. 성화 맨 하단에는 토비야와 그의 아내가 될 사라에게 그를 인도하는 라파엘 대천사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토빗기 참조) 여기서 뱀은 사탄을 상징하며, 매듭은 우리가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들을 의미한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프란치스코 교황/제병영 신부 편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매듭이란, 우리가 어떠한 해결방법도 찾을 수 없는 문제와 난관들입니다… 우리 삶에서 우리를 묶어 놓는 온갖 것들이 모두 매듭입니다. 그것들은 우리 마음과 정신을 숨 막히게 하고 지치게 만들며,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고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뿌리입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1980년 초 프란치스코 교황(당시 베르골료 신부)은 독일 유학 중 ‘매듭을 푸시는 성모’ 그림을 보고 감명받아 이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니게 됐다. 귀국할 때 그는 그림의 복사본을 가져갔고, 남미 지역에 이 신심을 전파했다. 그가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이 되면서 신심은 더욱 널리 퍼졌다. 1988년에 이르러 9일 기도문이 일반 대중에게 퍼졌고, ‘매듭을 푸시는 성모’ 신심은 전 세계에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이 성모상을 새긴 성작을 선물하기도 했다. 성작을 만들었던 장인은 같은 성작을 제작해 아르헨티나 전 국민을 대신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 성화를 보기 위해 지금도 매년 수십만 명의 순례자들이 독일의 암 페를라흐성당을 찾는다고 한다. 현재 교황의 접견실에도 이 성화가 걸려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의 기도를 가장 잘 중재해 주시는 성모님께 우리는 탄원의 기도를 드리며 얽혀 있는 삶의 매듭을 풀어주시기를 간청한다”며 “그분께서는 사랑이 충만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의 탄원을 들어주신다”고 말한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문제들, 우리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떨어뜨려 놓는 죄들에 가로막혀 있다면 성모님께 맡겨드리고 도움을 청하자.

물론 청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은 필수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을 편역한 제병영 신부(예수회)는 청원기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모님께 자신의 매듭만을 풀어 주시도록 간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자신이 어떻게 매듭을 맺게 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변화될 수 있도록 청해야 합니다. 또한 세상의 매듭을 얽히게 하는 사람들이 변화될 수 있도록 우리가 기도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모님께서 매듭을 푸시는 장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매듭을 풀어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갖고 기도한다면 성모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에 널리 알려지게 된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께 의탁하며 우리 삶에 닥친 모든 매듭을 풀어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것이 우리의 어머니신 성모님의 또 다른 자애로움을 알려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물일 것이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