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50) 스스로 결정하고 싶고 내 생각도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나미 원장 (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입력일 2016-07-26 수정일 2016-07-27 발행일 2016-07-31 제 300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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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자율적 결정 힘들고 내 의견 어떻게 표현할지 혼란스러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고민이 많은 2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어려서부터 착하고 순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데,무슨 일이든지 제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버릇이 되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가 너무 힘듭니다. 남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때로는 내 생각과 의견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변】생활 속 작은 일부터 스스로 결정하면 조금씩 변할 것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하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갖고 이제껏 살아오셨다면, 일단은 스스로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특히 신자라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아왔던 것이니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방식을 갖고 계셨다면, 이 또한 매우 좋은 일입니다. 남은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을 만한 자기 이야기만 떠들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허무감, 자괴감, 역설적인 고립감 같은 것을 경험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항상 남의 말만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이 진정한 친밀감을 느끼기 힘들고, 항상 무언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적절하게 자신의 의견도 말하고, 남의 이야기도 경청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겠지요.

이런 사실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어렵다면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겠지요.

우선은 자신의 의견이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거나, 부모 등 연장자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식의 억압적인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항상 자기 고집만 세우는 부모님 밑에서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만 강요당했다면 학교나 사회에서 갑자기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바뀔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자기 자신의 약점을 잘 관찰하고 고치려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해서 하루아침에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민주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몇 배 더 노력을 해야 좀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게 되겠지요.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거나 배신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어도 상대방이 자신을 떠날까봐 끝내 솔직한 마음을 보이지 못하기도 합니다. 내가 상대방과 다른 의견을 냈다가 혹시라도 화를 내면서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차라리 내가 좀 힘든 게 낫지, 아예 아무도 내 곁에 없으면 정말 어떻게 사나, 하는 식의 불안과 공포가 스스로의 의견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 그 때문에 아주 심한 비난을 받거나, 매우 후회스러웠던 뼈아픈 경험이 있어도,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결정이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일의 결과에 대한 뒷감당이 두렵다면 또 스스로 의견을 독단적으로 내기 힘들 수가 있습니다.

항상 약자가 되어 강자의 비위를 맞추고만 살았다면, 이제라도 자신의 존재를 강자의 위치에 두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쩌면 크고 작은 파열음, 실망과 분노 같은 것을 상당기간 겪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기간을 견디고 끝까지 버텨 보는 것도 어쩌면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요.

그러나 성격이 금방 변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실 것입니다.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 어떤 것을 타고 다니고, 어떤 것을 살 것인지 등등 아주 작은 일부터 하나씩 결정하시다 보면 어느 틈엔가 아주 큰일도 결정하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니, 그때까지 길게 호흡하시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을 한번 관찰해보세요.

이나미 원장 (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