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8) 가톨릭 신자만 구원받을 수 있나요?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입력일 2016-07-19 수정일 2016-07-20 발행일 2016-07-24 제 30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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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가톨릭 교회 안에서만 구원받을 수 있나 의문 생겨

신앙생활에 혼란이 생겼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한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주일학교에 빠짐없이 다녔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교사도 했고, 학교에서는 가톨릭학생회도 열심히 하면서 주어진 조건 안에서는 최대한 열심히 성당에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톨릭교회만이 유일한 종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신교 친구나 절에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른 종교도 역시 진리라는 생각이 들고, 요즘은 어느 종교나, 심지어는 종교를 믿지 않고 혼자서라도 착하고 보람 있게 산다면 그것도 역시 구원으로 가는 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가톨릭교회에서도 다른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인정하기도 하지 않나요?

답변: 진실하게 살면 누구나 구원받아… 하느님과 기쁘게 살길

그동안 열심히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해 오다가 어느 날부터 가톨릭교회의 구원관에 대해서 회의가 들었고, 가톨릭교회만이 유일한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성직수도자인 저도 한때 교회의 구원관에 대한 회의를 지닌 적이 있었지요. 그렇기에 ‘보편적인 구원관’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을 자세히 알아보면서 질문자가 지닌 회의에 대해 답변을 드릴까 합니다.

현대 가톨릭교회에 여러 가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온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요한 23세 교황에 의해서 1962년에서 1965년까지 3년에 걸쳐서 열린 중요한 공의회입니다. 교황께서는 공의회를 소집하면서 “교회 생활의 모든 분야가 현대 세계에 ‘적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전히 의식 변화를 해야 한다”고 천명하셨지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교회의 자각과 쇄신, 신앙의 자유, 개별 민족과 사회 존중, 세계 평화, 그리스도교회의 일치, 타종교와의 대화, 전례의 개혁 등 가톨릭교회의 현대화를 적극 촉구했지요.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회의 조상제사 수용, 각국의 토착화된 성모상 등장, 미사집전 때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사용, 전례의 토착화, 평신도의 역할 강조 등 아주 중요하고 실제적인 변화와 개혁을 가져다주었지요. 그중에서도, 질문자가 의문을 품고 있는 ‘교회의 구원관’에 대해 새로운 빛과 조명을 가져온 사실을 저는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4개의 헌장, 9개의 교령, 3개의 선언문을 남겼는데, 그중 교회헌장 16항에서는“자기 탓 없이,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분의 교회를 모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통하여 알게 된 하느님의 뜻을 은총의 영향 아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영원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라고 선언했지요.

또한 사목헌장 22항을 보면, “이것은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그 마음에서 은총이 보이지 않게 움직이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도 들어맞는 말이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또 인간의 궁극 소명도 참으로 하나 곧 신적인 소명이므로, 우리는 성령께서 하느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 파스카 신비에 동참할 가능성을 주신다고 믿어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지요. 이는 바로, ‘구원’이란 하느님의 몫이지 우리 자신의 행위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지요.

위의 선언들을 종합해보면, 질문자가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가톨릭교회만이 유일한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신을 찾는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도 하느님의 구원은총이 작용하기 때문에 어느 종교나, 심지어는 종교를 믿지 않고 혼자서라도 착하고 보람 있게 산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중요한 사실로 선언하신 것이지요. 이처럼 가톨릭교회를 믿지 않지만 양심에 따라 착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신학자 카를 라너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 불렀지요. 이제 질문자는 더 이상 회의와 혼란에 빠지지 마시고,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기쁘게 신앙생활을 계속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 지난 1년 동안 상담 칼럼을 집필해주신 김정택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정택 신부(예수회·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