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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주일 특집] ‘생명의 밥상’을 차렸습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07-12 수정일 2016-07-14 발행일 2016-07-17 제 300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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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바람, 정성으로 키운 채소
생명 먹거리에 도·농 함께 웃음꽃

7월 17일은 농민주일입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님은 제21회 농민주일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우리 모든 가정에서 “생명의 밥상을 차립시다”라고 권고하십니다.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촌에는 여전히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농산물을 정직하게 생산하는 농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생명 존중과 형제적 연대를 바탕으로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먼저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교회의 모든 기관과 시설, 사제관과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밥상 차리기’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저희들도 요즘 나오는 제철 채소들을 중심으로 우리 몸과 마음, 환경을 살리는 생명의 밥상을 차려 봤습니다.

■ 생명의 밥상 공동체

오늘 차려 본 ‘생명의 밥상’. 요즘엔 채소들이 풍성하게 출하되기 때문에, 채소를 주 재료로 밥상을 꾸며 봤습니다.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하우스 시설이 발달해 한겨울에도 여름 작물을 맛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자연의 햇빛과 바람을 맞고 자란 제철 농산물이 건강에도 좋고 감칠맛도 더 나겠지요!

요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기형 출산도 많아졌지요.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한 우리농산물로 몸과 마음을 채운다면, 그런 일들이 많이 줄어들 겁니다.

우리농산물은 누가 키워냈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도시 소비자분들은 말 그대로 ‘얼굴이 있는 농산물’을 먹는 셈이지요. 가끔 직거래 장터를 가면 생산자들을 직접 만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얼굴 보고 지내는 사이이니, 좋은 것만을 주고받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농산물살리기운동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생명공동체 운동입니다.

올해 농민주일의 주제는 ‘생명의 밥상’입니다. 가톨릭교회는 ‘밥상 공동체’입니다.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에게도 짐승들에게도 ‘밥상’은 가장 중요하지요. 밥은 생명이니까요.

우리 모든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서로 바빠서 하루, 아니 1주일에 한 끼도 함께 모여 밥 먹기가 힘들지요. 기왕에 생명농산물로 꾸민 밥상,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아니 가능하면 더 자주 온 가족이 함께 밥상에 둘러앉기로 합시다.

■ 밥상을 차려봅시다

오늘 밥상에 오른 쌀과 보리, 각종 채소들은 완전 유기농입니다. 유기질 퇴비, 미생물과 지렁이, 그리고 두더지가 관리해준 땅에서 키웠습니다. 몸에 해로운 농약 따위는 근처도 못 오게 했습니다.

상차림은 평소 먹는 밥상에 반찬 가짓 수를 조금 더 했습니다. 매일 이렇게 푸짐하게는 못 차리겠지요. 밥은 구수한 잡곡밥에 국은 차돌박이 소고기를 품은 된장찌개입니다. 호박, 참나물, 가지구이와 오이피클, 그리고 깻잎 찜 반찬을 올렸습니다.

나물들은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지만, 영양은 만점이지요. 향긋한 미나리로 전을 부쳤고, 단맛이 빼어난, 진도에서 올라온 김도 곁들입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 브로콜리와 양배추로 만든 샐러드로 입맛을 돋웁니다.

오늘 밥상은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김현정(골룸바) 사무국장께서 손수 댁에서 준비해주셨습니다.

■ 미나리전 김기열·전명란 전주교구 순창분회

유기농으로 재배합니다. 붉은 미나리 품종으로 털이 없고 독특한 향이 납니다. 자가 생산한 액비(한약 찌꺼기, 청양고추, 황태 아미노산, 고등어 아미노산)를 발효하여 사용하고 살충과 살균은 자가 생산하여(때죽잎, 때죽열매, 청양고추) 2년 이상 발효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유기질 퇴비와 미생물, 생산액비 등을 이용해 토양관리를 하고,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유기자재목록 공시된 약재 및 돼지감자잎과 은행잎 등을 삶은 물로 병해충을 방제하고 있습니다. 노지 제철 채소가 전체 분회 농산물의 70% 이상을 차지하여 다소 거칠지만 건강하고 영양도 높은 생명농산물입니다.

□ 참나물 임인환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 오이피클 (브로콜리·양배추-샐러드) 최용석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 호박나물 김병인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 깻잎 찜 김현숙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 가지구이 방춘배 수원교구 두물머리분회

■ 메주 한종범 원주교구 대안리분회

원주교구 농민회원들이 생산한 콩으로 직접 농가에서 가공한 메주입니다.

■ 소고기 안동교구 쌍호분회

송아지 시절부터 사료는 생명농업 과정에서 나온 무농약 이상의 농사 부산물(무농약 볏짚, 쌀겨, 콩깍지, 옥수숫대 등)과 지역 농업 부산물, 사료포를 조성하여 생산한 자가 사료를 먹입니다. 또한 축사에 짚을 깔아주고 자급사료를 먹고 싼 똥과 오줌을 정기적으로 모아서 완숙 퇴비로 만들어 농사에 쓰고 있습니다.

■ 샐러드-방울토마토 홍석범·윤길순 의정부교구 대광리분회

무경운(無耕耘, 토양을 갈지 않고 재배)을 원칙으로 하는 유기농 토마토입니다. 퇴비는 거두어들인 토마토 줄기를 퇴비로 재사용하고 자가생산 액비(EM 발효액 등)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토양은 지렁이와 두더지가 관리하고, 열매수정은 수정벌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