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상살이 복음살이] 우리 성당에 ‘햇빛발전소’ 어때요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07-06 수정일 2016-07-06 발행일 2016-07-10 제 3002호 1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태양광 전력 생산’ 서울 목3동본당, 에너지 절약 노력 눈길
 원불교, 현재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 세우는 등 투자 집중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6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발표하고 교회 공동체와 그리스도인들이 생태적 회심을 통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촉구했다.

이에 앞서, 2006년 6월 당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사목 서한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를 발표, ‘초록교회 만들기’를 제안하고 “모든 살림살이를 지속가능하고 재생가능한 방식으로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성당 태양광 발전, 이른바 ‘햇빛발전소’는 ‘친환경적 교회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살림살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지원도 가능한 방안이다. 성당 지붕마다 반짝이는 ‘햇빛발전소’를 통해서 에너지 비용도 절감하고, 지구 환경 오염도 생각하는 친환경적 교회 공동체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지.

서울 목3동본당(주임 최부식 신부) 에너지 절약 실천 여정은 10년을 넘어섰다. 본당은 2005년 말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했고, 2008년 7월에는 성당은 물론 교육관, 주차장, 가로등까지 2000개가 넘는 조명기구들을 모두 발광 다이오드(LED)로 교체했다.

2015년 6월 현재, 9년 반 동안 목3동성당에서 생산한 전력은 총 29만8000㎾, 전기료로 따지면 5600만 원에 달한다.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지만 본당은 총 사업비의 30%만 부담했다. LED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미 절감을 통해 소요 비용은 다 회수했다. 또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엘리베이터 운행도 줄였다. 일회용품 줄이기 등 다양한 실천을 통해 전기료와 수도료를 절감하는 한편 각종 특강 등을 통해 환경의식도 높였다. 성당에서의 공동체적 실천은 그대로 각 가정으로 이어졌다.

우면동본당(주임 김남길 신부)은 2013년 정부 지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용 6000만 원을 들여 세 곳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6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니 약 11%의 전기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우면동본당은 또 지하수를 냉매로 이용하는 수냉식 에어컨을 통해 전기료의 10분의 1 정도를 줄였다.

우면동본당도 목3동본당과 마찬가지로 LED를 조명으로 사용, 이미 2009년 전체 조명을 교체했다. 사실 LED 발광 다이오드 자체 수명은 거의 무한대이다. 다만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컨버터의 수명은 5년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서 거의 10년 동안은 손댈 일이 없다.

신정동본당(주임 박동호 신부)은 2014년 1월 성당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이후 2015년 12월까지 2년 동안 총 발전량이 7만 7150㎾, 월평균 3215㎾의 전기를 생산했다. 2013년부터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우리집 햇빛발전소’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햇빛나눔’ 사업에 참여, 사제관에 소형발전기를 설치했다. 이 사업은 신자 가정 10~20가구 이상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공동 설치하면 추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연간 발전량은 292㎾, 900리터 냉장고 한 대를 1년간 훌륭하게 가동할 수 있다.

그밖에도 새 서울대교구청, 정동 작은형제회, 용문청소년수련원 등이 햇빛발전 시설을 설치했다. 또 수원가톨릭대학교는 지열시스템으로 유류비를 연간 5000만 원까지 절감한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서울 총원은 지열시스템과 태양광 난방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서울 목3동과 우면동성당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오랫동안 친환경적 교회공동체 구축과 에너지 절약에 관심을 쏟아온 백광진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는 “사제관마다 3㎾급 태양광 모듈을 하나씩 설치하면 사제관에서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냉장고 한 개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면서 “400만 가구가 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핵발전소 1기 분량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곧 핵발전소 1기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서울대교구, 서울시와 에너지 절약 협약

사실, 성당마다 ‘햇빛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외적 여건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2013년 3월 29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에너지 절약과 생산 실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서울대교구는 소속 성당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10% 절약하고, LED 사용과 에너지 이용 효율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이용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재정적 지원도 하기로 했다. 협약은 3년간 지속되고 별도의 서면 통보가 없으면 1년 단위로 이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천주교가 가진 힘을 믿는다”면서 큰 기대를 보였다. 서울 인구 15%의 신자 수에 종파가 없는 단일 교회여서 에너지 절약운동을 펼칠 때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지금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교구 안에서 햇빛발전을 하고 있는 성당이나 시설은 손가락에 꼽는다. 그나마도 서울시와의 협약 이전부터 개별적으로 실시했던 성당들이 대부분이라 서울시와의 협약에 힘입은 것이라고만 말하기도 어렵다.

천주교의 참여가 미진한데 비해 타종교, 특히 원불교가 햇빛발전에 보이는 관심과 투자는 놀라울 정도이다. 원불교는 대종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전국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2013년 ‘둥근햇빛발전 협동조합’을 발족한 뒤 1년 동안은 전혀 성과가 없었지만, 2014년 7월 전북교구 덕진교당에 첫 발전소를 세운 후 지금까지 100개 교당에 햇빛발전소를 모두 설치했다. 원불교 교당은 2016년 현재 전국과 해외 26개국에 총 500개의 교당을 두고 있으며, 신자 수는 13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천주교회 총 신자 수는 565만5504명, 서울대교구만 해도 150만5889명이다. 서울대교구 신자 수만 해도 원불교 총 신자 수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성당은 전국 1706개, 서울대교구만 229개다.

 

■ ‘친환경’ 초록교회 만들려는 노력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발표된 지 꼭 1년이 지난 시점,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시점에서, 햇빛발전소를 성당 안으로 이끌어 들이는 방안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신재생 에너지 사용이 친환경적 교회 공동체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햇빛발전은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된다.

2005~2006년 환경사목위원회가 연구, 작성한 ‘초록교회 만들기 의식조사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교회가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생태적 인식과 삶 ▲친환경적인 사목시스템 ▲친환경적인 교회 환경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교회 환경을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구의 관련 규정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시설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친환경적 시설과 기회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햇빛발전이 성당의 전력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는 없다. 많아야 대략 30% 정도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즉 건축물의 위치나 방향, 구조 등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첫째, 성당에 설치되는 햇빛발전의 상징성, 둘째, 나름대로 환경오염 감소에 기여하는 비중, 셋째, 친환경적 교회 환경이 주는 신자들의 의식 변화 등을 생각해볼 때, 성당 햇빛발전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사목위는 현재 원불교와 같이 독자적인 에너지 협동조합을 구성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시 햇빛발전협동조합과 공동 추진할 것인지, 내부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어느 쪽이 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교구 전체의 의지다. 특히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워낙 검소하고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성직자로 정평이 나있고 생명과 환경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높아, 성당 햇빛발전소 설치 움직임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