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6) 모든 일에 회의적인 나, 보람 느끼며 살고 싶어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
입력일 2016-06-28 수정일 2016-06-29 발행일 2016-07-03 제 300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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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모든 일에 회의적인 나, 보람 느끼며 살고 싶어

사회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30대 초반 남성입니다. 자꾸만 모든 일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고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조금 조숙했는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 짧은 인생동안 내가 무엇을 하든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려고 애써봤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하느님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고, 사는 게 참 무상하고 덧없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러다 보니 학업에도 그랬고, 직장생활에서도 집중해서 열심히 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확신을 갖고 보람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도움말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스스로 존재 의미 찾으며 삶에서 희망 얻어야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으니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도 많고 낯설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일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워낙 젊은 사람들이 자기 뜻을 펼치기 힘들기 때문에, 어쩌면 어린 시절 갖고 있던 보다 근원적인 철학적인 질문을 유예해야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지금까지 밀어 놓았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을 것도 같습니다. 또는 입학과 취직 등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피로감과 우울 때문에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묻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보상을 받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질문의 요지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미를 알면서 확신을 갖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습니다. 우선, ‘내 삶의 의미’는 누구에게 묻는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른이 되면 자동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대라”고 묻는 이들이 가끔 있는데, 지구 위의 그 어떤 존재도 자기가 왜 살아야 하는지 알면서 태어나고 죽지 않는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습니다.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의미를 알면서 자기 자신을 창조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먹고 마셔야 하는 어리석고 약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왜 살고 죽는지 그 의미를 죽음 직전까지 물어 보아도 끝내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아주 많이 모자란 뇌를 타고 났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우주의 탄생과 팽창과 소멸의 비밀을 알지 못하고, 수천 년 동안 철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무수한 언어를 쏟아 냈으나 인간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완벽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에게 사랑의 하느님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성경이 있어 존재의 의미에 대해 실낱같은 희망과 인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는 의미를 도대체 모르겠는 것, 사는 게 무상하게 느껴지는 것, 하느님을 잘 모르겠는 것이 모두 자연스럽고 누구에게나 큰 숙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만, 마음이 깊이 혼란스러워 하는 와중에도 성경을 겸손한 마음으로 자세히 읽고, 나보다 훨씬 더 깊이 깨달은 종교 지도자들이 남긴 저작들을 공부하고,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에 대해 묻고 묵상하면 조금씩이라도 스스로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책무는 이처럼 “내가 알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의 가르침을 열심히 묻고 부족하지만 감히 따라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요약하자면, 우리는 “삶의 근원적인 의미에 대해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겸허하게 묻고 탐색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그런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훨씬 더 세밀하게 계속 자신에게 던지고, 또 그 답을 모색하는 것뿐입니다. 의미를 모르니 차라리 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실상, 피로, 좌절, 분노 등 여러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응석과 회피심리일 수 있습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좌절하면서 우리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요.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sangdam@catimes.kr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