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4) 큰애가 아빠 단점만 닮은듯해 둘째 낳기 싫어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
입력일 2016-06-14 수정일 2016-06-15 발행일 2016-06-19 제 299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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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큰애가 아빠 단점만 닮은듯해 둘째 낳기 싫어

큰 아이가 저를 닮은듯해 둘째아이를 낳기 싫습니다. 아내는 자꾸 둘째를 갖자고 보채는데 저는 더 이상 아이를 낳기가 싫습니다. 저는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평균적인 모습의 사회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내와 얘기를 하다보면 제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겁니다. 게다가 아내는 큰애가 실수를 하거나 모자란 모습을 보일 때마다 ‘어쩜 그렇게 아빠랑 똑같니’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나쁜 의도가 있거나 일부러 하는 말이 아니란 건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제 모습에서 참 싫은 점이 많거든요. 저 또한 아이가 저를 닮지 않길 바라는데, 제 눈에도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이 보입니다. 둘째도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는 부담이 너무 큽니다.

[답변] 아내와 터놓고 대화하며 생각 차이 줄이는게 우선

아내가 남편의 기를 죽이고 있군요. 배우자의 기를 죽이면 그 나쁜 결과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데 말이지요. 하지만, 아내는 자신의 그런 말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모르는 채 그리 나쁜 의도 없이 무심히 던지는 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꽁하는 대신 아내에게 언젠가 한 번은 화내지 말고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형편없고 모든 것이 모자란 사람으로 보이느냐”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아내가 내게 불만을 품고 있는데, 차마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이 꼭 자신이 정말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내가 본인 자신의 삶에 불만을 깊이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 배우자에 대한 기대가 비현실적으로 너무 크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어느 경우건 아내와 마음을 터놓고 과연 어떤 것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서로 격려해 나가면서 개선해 나갈 수도 있겠지요.

또 아내나 자신의 훈육 방식도 한 번쯤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흔히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하면 무관심하다가 무언가 사고를 치거나 지적할 일이 있을 때에만 관심을 보입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쪽에만 피드백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점점 더 나쁜 일만 하기 쉽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하니까요. 꼭 아이를 물리적으로 학대하는 것만 아동 학대가 아니라, 잘못 훈육하고 부정적인 쪽으로 몰고 나가는 것도 정신적인 학대일 수도 있으니 다시 한 번 부부가 자세히 어떤 훈육방식을 쓰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과연 이른바 평범한 가정의 평균적으로 자란 자신에 대해 스스로 높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흔히 무언가 빼어난 업적을 남기거나, 높은 권력을 지니거나 큰 돈을 벌어야만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착각들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와 같은 성취를 하기 위해 주변 사람, 특히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성공하기 위해 본인의 건강이나 행복은 돌보지 않아 이런 저런 이유로 불행하게 생을 마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실제로 들어가 보면 자신에게 정직하지도, 충실하지도 않았다면 과연 그런 삶이 바람직한지는 짚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저 평범하고 안전한 삶을 사느라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너무 죽이고 사는 것 역시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요즘엔 모두 오래 살기 때문에 아이를 다 키우고 난 다음이라도 그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둘째 아이는 사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육아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서로 형제가 있을 때 훨씬 더 육아가 쉬워지고, 아이들이 빨리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가 하나일 경우엔 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하구요.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꼭 둘째를 낳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은 본인이나, 배우자, 또 태어난 아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당당하며 성실한 부모를 자녀들이 존경하는 것이지, 외적인 성공은 화려하지만 차갑고 자식에게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한 부모를 존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sangdam@catimes.kr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