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회 환경운동, 본당서부터 뿌리내려야 한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6-05-31 수정일 2016-06-01 발행일 2016-06-05 제 2997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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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은 한국 천주교회 환경운동의 원년이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평화의 날 담화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발표했다. 이듬해, 한국교회는 환경운동이 신앙인들의 실천 과제임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환경운동에 들어가게 된다.

주교회의 정평위가 담화 자료집을 발간하고 개인 및 본당, 교구 단위의 과제들을 제시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환경 운동에 관심을 갖고 산하 단체로 ‘하늘땅물벗’ 모임을 구성하고 월례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교회 환경운동에서 본당 단위의, 환경 운동의 손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있었다.

■ 반복되는 환경운동의 걸림돌, 본당에 뿌리가 없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96년 가톨릭신문은 교회 환경운동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특히 본당 환경 분과나 단체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답보 상태임을 밝힌 바 있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10여 개가 못되고 이들 단체 책임자들은 ‘기존의 환경운동이 개인적 희생과 노력을 요구하는 만큼 눈에 띄는 성취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가톨릭신문 1996년 4월 21일자 1면)

다시 7년이 지난 2003년, 가톨릭신문은 ‘본당 중심 환경운동 답보 상태’라는 취지의 기사에서, “교회 환경운동의 손발이 없어 환경보전운동이 생활 속의 실천 운동으로 확산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 전체 본당 가운데 환경 분과가 설치된 본당은 불과 7곳뿐이고 실질적으로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단 2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생명, 환경 관련 활동을 하는 유사 분과가 설치돼 있는 곳도 18곳에 그치고 있다.”

본당 환경분과는 생활 실천운동을 추진하거나, 지역사회의 환경 관련 사안들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이뤄지는 구체적인 장이라는 점에서 환경운동의 ‘손발’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 환경운동, 특히 본당 단위의 풀뿌리 교회 환경운동은 사실상 오랫동안 침체 상태였다.

■ 서울대교구 환경 분과 설치 본당 10% 안돼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창조질서보전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환경과 생태 문제가 단지 지구와 자연의 문제만이 아니며 인간과 사회에 긴밀하게 연결됐고, 따라서 정의와 평화의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신앙과 그 실천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보편교회 뿐 아니라 한국교회 역시 회칙에 고무되어, 교회 환경운동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환경사목위원회를 우리농과 분리, 독립시킨 서울대교구는 본당 환경 분과와 환경 단체 결성을 올해 가장 주력해야 할 사업으로 꼽았다. 당시 위원장 이재돈 신부는 “한국교회 환경운동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본당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본당 환경운동의 손발을 조직하는 것이 교황의 생태회칙으로 새 전기를 맞은 교회 환경운동을 정착, 확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판단했다.

위원회가 올해 2월 각 본당의 환경 분과 현황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총 229개 본당 중에서 ‘환경 분과’가 설치돼 있는 본당은 17개로 전체의 7.4%에 불과하다. 환경생명, 또는 생명환경 등 유사 분과도 11개에 그쳤다. 사회사목분과 안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실천하는 곳도 10개 본당에 불과하다.

1990년대 초부터 교회 환경운동의 과제로 지적됐던 본당 환경운동 분과와 단체 결성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실을 맺는가는, 향후 교회 환경운동을 전망하는 가늠자이다. 위원회는 분과와 단체 결성을 지원하기 위한 매뉴얼을 편찬하고, 조직 결성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4일에는 한해의 결실을 모아, 교구 내 ‘하늘땅물벗’ 단체 창립대회를 거행할 예정이다.

■ 본당의 환경 활동 실천 위한 노력, 환경 분과는 필수

그렇다면, 본당의 환경 분과나 단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관련 활동은 무엇일까?

1990년대 초 자원재활용 등을 중심으로 3~4년간 활발했던 환경운동이 답보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새로운 실천 방법론의 부재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따라서 본당 단위의 환경 교육 강화와 새로운 실천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계발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5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가 제정한 제10회 가톨릭 환경상 대상을 수상한 서울 고척동본당은 지난 2010년부터 생태적 삶을 사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과 생활 실천운동을 전개해왔다.

전 신자 대상의 환경 교육을 비롯해,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불을 끄는 ‘1.1.1운동’,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나 개인 컵 지니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을 실천하는 ‘불편한 즐거움’, ‘그리스도인 생활 실천 봉헌’ 등을 통해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고척동과 양천구 신정동의 경계인 능골산 살리기운동 등 지역 주민과 연대, 환경보전에 앞장서 지난 1997년 제5회 천주교 환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본당에서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즐거운 불편 운동’이나 재활용품 수거, 아나바다 장터 등은 대표적인 활동들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실천하며, 동시에 환경 의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계발하고 구체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과나 단체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즉 교회 환경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 본당마다 빠짐없이 환경 분과나 활동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목자의 관심과 지원, 배려가 우선이다. 사목회의 등을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본당 공동체 전체의 뜻을 모아 활동가들을 모집하고, 소정의 교육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구체적인 논의를 거쳐 분과나 단체 결성이 결정되면, 사목회 산하에 공식 조직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세부적인 실천계획안을 마련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서 교구의 지원과 지도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본당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들

▲ 본당 주보를 통한 즐거운 불편 운동 홍보

▲ 일석이조의 아나바다 장터

▲ 우리농 매장 운영

▲ 환경 관련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의식 전환

▲ 본당 행사에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본당 화단과 텃밭 가꾸기

▲ 환경 친화적 성당 만들기

▲ 생활공동체 또는 생활협동조합 만들기

▲ 폐식용유로 재생비누 보급하기

▲ 지역 환경운동에 대한 참여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