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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청소년 성교육] (3) 악한 영의 움직임을 거부하는 성교육

이광호(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겸 생명문화연구가)
입력일 2016-05-17 수정일 2016-05-18 발행일 2016-05-22 제 2995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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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성관계가 낳은 불행

가톨릭교회가 영적 차원의 성교육을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기쁨」에서 당부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느님 나라의 열매가 될 수 있는 것과 하느님 계획에 어긋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한 영과 악한 영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식별하는 것만이 아니라, 선한 영의 움직임을 선택하고 악한 영의 움직임을 거부하는 것도 결정적으로 포함됩니다.”

성교육과 관련하여 악한 영의 움직임을 알아보고 식별하고 거부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입양된 사람이다. 그의 생부모는 모두 지식인 엘리트였지만, 혼인과 가정 등의 장기적인 인생 계획이나 책임과는 무관하게 성관계를 맺었고, 잡스를 임신했다. 생부는 잡스를 버렸고, 생모는 임신 중에 입양을 결정했다. 생모는 임신 기간 내내 낙태를 고민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태중의 잡스에게도 그 고통이 그대로 전달되어 영혼과 무의식에 큰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이렇게 태어나자마자 생부모에게 버려진 잡스는 자신이 받았던 그 상처를 똑같이 반복한다. 생부가 자신을 버린 그 똑같은 나이(23세)에 잡스도 혼인과 무관한 관계에서 딸을 낳고는 버렸던 것이다. 나중에는 딸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딸의 존재를 인정하지고 않았고, 엄청난 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도 교육비도 주지 않았다. 이 딸도 태중부터 청소년 시절까지 아버지 내면에 있던 그 상처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태중에서부터 버려졌다는 분노와 복수심이 그의 삶 상당 부분을 설명해준다. 딸에게만 그 상처를 반복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설립한 회사 애플에서 밀쳐내진 후 그 분노 에너지로 재기하고 애플에 재입성하여 복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 면에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마음 속 가득한 분노와 복수심이 그를 상하게 했고 그는 결국 암으로 단명했다.

문제의 뿌리는 잡스 생부모의 책임이 결여된 혼인과 무관한 성관계에 있었고, 이 죄와 상처에 악한 영이 개입하여 버림받고 분노하고 복수하는 죄의 굴레를 잡스와 그 자녀들에게 씌워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임 없는 성관계가 당사자만이 아니라, 자녀와 손자 세대까지 똑같은 패턴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성과 연관되어 있는 ‘악한 영의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 시대는 책임 없이 즐거운 놀이처럼 성관계를 하라고 청소년들을 부추긴다. 악한 영이 미디어와 문화를 통해서 아이들을 휘어잡고 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유혹에 이끌려서 죄의 굴레를 쓰고 있다. 이런 악한 영의 움직임을 확인·식별하고 거부하는 것이 가톨릭 성교육이다. 이 교육이 가능하려면 성령의 빛과 함께 그 빛의 인도를 받는 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광호(베네딕토·‘사랑과 책임 연구소’ 소장 겸 생명문화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