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이민의 날 특집] 다문화 사회와 한국교회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6-04-27 수정일 2016-04-27 발행일 2016-05-01 제 2992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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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190만명… 한국어 교육 등 지원사업 적극 나서야
작년 말 기준 국내 외국인 3.7%
이미 다문화 사회 진입했지만 절반 가까운 국민이 ‘부정적 인식’
권익보호·안정적 정착 지원 등 이주민 위한 교회 활동 고무적
인식개선 노력에 박차 가해야

한국교회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한편 다문화축제 등을 마련해 소통과 화합을 위한 장을 열고 있다. 사진은 2015년 4월 이민의 날을 맞아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마련한 제10회 다문화축제 참가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다인종·다언어 사회에 접어들게 되었다. 교회도 이에 걸맞게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를 포함한 이주민들에게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 천주교회는 이주민들에 대한 특별한 사목적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의 하나로 2000년 ‘이민의 날’을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주교회의는 2000년 춘계 정기 총회를 통해 해마다 ‘해외 원조 주일’의 전(前) 주일을 ‘이민의 날’로 지내기로 했고, 2005년부터는 이민의 날을 5월 1일(주일인 경우)이나 그 전 주일에 지내 오고 있다. 올해는 5월 1일이 이민의 날이다.

■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주민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 고국에서 전쟁과 폭력 등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한국으로 온 망명자 등을 포함한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12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189만9519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95만9516명(65.4%), 영남권 16만3787(11.2%), 충청권 13만2242명(9.0%) 순으로 거주하고 있다.

이중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결혼이민자는 15만160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 5만8788명(38.8%), 베트남 4만847명(26.9%), 일본 1만2861명(8.5%), 필리핀 1만1367명(7.5%) 순이다. 여성은 12만8336명(84.6%)으로 남성 2만3272명(15.4%)보다 5.5배 많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다문화가정 자녀수만 20만 명을 넘어섰다. 초등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 비율도 2%를 넘었다.

한 나라에서 이주민 비율이 2.5%가 넘으면 다문화 사회라고 한다. 이 같은 수적인 현상으로만 볼 때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종, 국적, 계급, 계층이 다른 여러 집단이 서로 다른 문화를 갖고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미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 여전히 부정적인 이주민에 대한 인식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한국인과 결혼을 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입국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자리 잡은 이주민들이 여전히 억울한 대우를 받고 차별을 당하고 있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는 다소 충격적인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지난해 9~11월 여성가족부가 성인 4000명과 청소년 3640명을 대상으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한 결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간신히 낙제점을 면했다는 내용이다.

이 지수는 문화 개방성, 고정관념, 차별, 세계시민행동 등 8개 구성 요소별 점수를 종합해 산출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31.8%로 미국(13.7%), 호주(10.6%), 스웨덴(3.5%) 등보다 크게 높았다. ‘일자리가 귀할 때 자국민을 우선 고용해야 한다’는 비율도 60.4%로 미국(50.5%), 독일(41.5%), 호주(51.0%)보다 높았다.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인권 침해 문제는 수년 전까지 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점차 나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지만, 최근엔 이주아동 인권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편견은 문화적 갈등과 함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집단 따돌림과 정체성 혼란, 경제적 이유로 인한 가정 불화, 한국 산업의 3D 업종에 종사하면서도 여러 불이익을 당하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수원 엠마우스 서용석 신부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민자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과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경제 문제의 해결과 갈등의 해결 등 우리와 같은 고민을 지니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해법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는 이주민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회의 노력

“가톨릭교회와 많은 착한 사람들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여성들을 여러 면으로 돕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 여성들을 대하는 사고방식과 태도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들을 돕는 일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몇 사람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교회,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데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유흥식 주교의 담화문 중 일부다. 최근 각 교구는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권익 보호 및 신앙생활 지원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다문화축제 등을 마련해 다문화가정과 한국문화가 어우러지는 행사를 계속해서 열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일선 본당에서도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과 함께 교리를 배우는 대구대교구 대안본당의 대안다솜주일학교, 의정부교구 광적본당의 필리핀 공동체를 위한 영어 미사, 국내 첫 다문화가정 스카우트인 의정부교구 녹양동본당의 녹양동성모성심대 등은 좋은 사례로 눈길을 끈다.

■ 다문화가정의 사회 안착을 위해

각 교구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재 한국교회의 이주사목은 다문화가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주사목 담당자들은 다문화가정의 안착을 위해서는 언어 문제의 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본적 생활이 어렵고 낮선 환경에 온 이주민들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불필요한 갈등도 겪게 된다.

그래서 한국어 교육을 목말라하는 이주민에 대한 교회의 응답은 아주 적절하다는 평가다. 지난 2000년 결혼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마릴린(수원교구 화서동본당)씨는 교회 이주사목 단체에서 마련한 한국어 교실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한다.

당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외국인 초대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던 마릴린씨는 남편을 만나 강원도 철원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학원 강사를 하던 남편이 영어를 할 줄 알아 남편과의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없이는 언어장벽으로 인해 일상생활조차 하기 어려웠다.

지난 2003년 남편과 함께 수원으로 이사 온 그녀는 이웃에 살던 한 필리핀인의 도움으로 수원 엠마우스를 알게 됐다. 마릴린씨는 “수원 엠마우스에서 처음으로 한국말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면서 “언어 장벽으로 고통 받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것은 바로 교회 기관이었다”고 말했다.

마릴린씨는 현재 수원 엠마우스와 수원로타리클럽 공동으로 운영하는 아시안 마켓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수원 엠마우스 인근에 자리 잡은 아시안 마켓에서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타이 등의 식재료를 팔고 있다. 마릴린씨는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자신의 월급도 충당하고 형편이 어려운 이주여성들을 돕고 있다.

20만 명에 이르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도 교회의 사목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언어 능력 저하로 인한 학습 부진과 정체성 혼란, 집단 따돌림, 어려운 가정환경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교육의 기회에서 점점 멀어진다.

이는 학력 격차, 나아가 사회적 지위 격차로 연결된다. 다문화가정 대부분이 저소득층으로 편입돼 있어 자녀 교육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이들의 ‘가난’과 ‘사회적 지위’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서용석 신부는 “이주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교회가 할 일은 교육”이라면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국어교육, 가족교육 및 상담, 문화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고, 지역 공동체의 다문화 인식개선을 통해 사회통합 분위기를 조성해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