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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현 신임 마산교구장 임명] 인터뷰

정정호 기자
입력일 2016-04-27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6-05-01 제 2992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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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현 주교 “교구 50주년에 중책 맡아… 사제단과 힘모아 내적쇄신 노력”

배기현 주교는 “올해 마산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외적 행사보다 앞으로 나아갈 사목 방향을 설정하고 쇄신하는데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신부도 겨우 된 사람입니다.”

제5대 마산교구장에 임명된 배기현 주교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던진 첫마디였다.

배 주교는 “신부가 된 것만 해도 너무 큰 은총이었고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고, 신부로서도 참 보잘 것 없던 사람인데 주교가 되어 신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배 주교는 처음 주교 후보가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한사코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전임 주교님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사임하셨고, 저도 교구에서 건강이 제일 나쁜 사람으로 신학생 때부터 소문이 난 사람입니다. 절대로 이 직분을 받을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하느님 뜻에 대한 순명과 믿음 때문이었다. 여기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겨주신 말씀도 큰 힘이 됐다.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코린토 전서 13장 말씀이었다.

배 주교는 “부족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이 이 직분을 맡는다는 것이 그분의 손길 없이는 견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느님의 사랑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찌 보면 우리 모두 하느님 앞에 미안한 사람들이고 그분 손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 모습이니, 이 미안한 사람과 같이 주님의 자비를 간구하며 살아가자”고 말했다.

거듭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배 주교는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왔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취재진을 일일이 챙기며 신경 써주고, 기자들을 위해 직접 식당 예약까지 해주는 모습에서 평소 그의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은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배 주교는 희년을 맞이한 교구가 집중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50주년을 맞아 우리 교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기에 화려한 외적 행사보다 사목방향을 잡고 쇄신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배 주교가 생각하는 교구의 나아갈 방향은 분명했다. 배 주교는 “교회 아닌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외에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바로 교회가 설 자리”라며 구체적으로 외국인노동자, 농촌과 공소, 노인과 젊은이들을 위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사목 역량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또 자비의 희년을 맞아 교구민들이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고 그 안에 사랑의 마음이 번져나가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자비(misericordia)는 말 그대로 ‘가엽게 보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늘 우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가엽게 보셨듯이 우리도 그렇게 이웃을 바라봐야 합니다.”

끝으로 배 주교는 평소 동료 사제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만큼 사제들을 위한 말을 잊지 않았다. “신부님들이 오늘날 사목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하고 속화된 세상에서 거룩함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신부님들이 마음의 열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행정적인 일과 웬만한 일들, 인사까지도 모두 총대리 신부님과 지구장 신부님들께 맡기고 교구 신부님들을 찾아갈 겁니다. 같이 술도 한잔하며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습니다.”

■ 약력

1953. 2.1. 경남 진주시 망경북동 출생

1971. 2. 마산고등학교 졸업

1985.1. 광주가톨릭대학교 졸업

1985. 1. 28. 사제 서품

1985. 1.~1989. 7. 남해본당 주임

1989. 7.~1994. 6.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교 유학

1994. 7.~1996. 3. 독일 뮌헨대학교 유학

1996. 7.~1998. 1.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1998. 1.~2001. 1. 미국 덴버 교포사목

2001. 2.~2002. 1. 안식년

2002. 2.~2005. 1. 사천본당 주임

2005. 1.~2008. 12. 덕산동본당 주임

2008. 12.~2014. 1. 미국 L.A 교포사목

2014. 1.~ 2015. 1. 안식년

2015. 1.~ 현재 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