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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무엇을 담았나 (상)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6-04-19 수정일 2016-04-20 발행일 2016-04-24 제 299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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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에 세운 집처럼 흔들리는 가정에 관심과 배려 요청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8일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발표했다.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하고, 어떤 가정에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베풀 것을 강조했다. 본지는 서문과 9개 장을 포함해 모두 325개 항으로 구성된 「사랑의 기쁨」이 담고 있는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에 서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교황은 성가정의 수호자인 성 요셉의 축일에 자신의 두 번째 교황 권고에 서명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대한 그의 관심을 표명하고 가정문제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가정에서의 사랑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사랑의 기쁨」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교황이 가정을 주제로 소집한 두 번의 시노드 결과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이 문헌에는 시노드 최종문서와 전임 교황의 문헌과 가르침,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가정에 대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다. 교황은 또한 아르헨티나, 케냐, 호주 등 지역 주교회의가 발표한 문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에리히 프롬 등 저명인사의 어록도 인용했다. 교황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인용해 가정의 개념도 설명했다. 특히 「사랑의 기쁨」은 현대사회의 가정에 대해 광범위하고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2월 24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반알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신혼 부부. 맞잡은 손에 묵주를 들고 있다.

■ 가정의 기쁨은 교회의 기쁨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서문은 “가정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입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7개항으로 이뤄진 서문에서는 긴급하고도 철저한 연구가 필요한 현대 가정의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황은 서문에서 우선 현대의 가정생활에 관한 다양한 시각의 질문들로 각각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끌어낸 시노드 교부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교황은 시노드 동안 진행되었던 원칙이나 도덕, 사목적 이슈에 입각한 논의 내용을 교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대원칙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교황은 실제로 몇몇 문제들에게 대해서는 “각 나라 혹은 지역이 그 문화에 부합하거나 전통과 지역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서 “사실 문화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일반 원칙이 존중받고 적용되기 위해서는 토착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항)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가정이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도록 당부한 것이다.

2015년 시노드 폐막미사에서도 교황은 분명한 어조로 “어느 대륙에서는 정상인 것이 다른 대륙에서는 이상하고 추악하게 보일 수 있으며, 어느 사회에서는 인권침해로 간주되는 행위가 다른 사회에서는 피치 못할 행위로 인식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양심의 자유가 다른 이에게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교회의 교도권으로 정의된 교리 문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 성경에서 본 가정

서문에 이은 첫 장은 성경에 대한 그의 묵상으로 시작한다. 특히 유다 결혼 예식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결혼 예식에도 볼 수 있는 시편 128장에 주목했다.

교황은 성경이 “가정과 인물의 탄생, 사랑 이야기, 가정의 위기”들로 가득하다 (「사랑의 기쁨」 8항)면서, 이를 통해 우리는 가정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실질적인 “삶”(「사랑의 기쁨」 16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성경은 첫 장에서부터 아담과 이브의 가족이 겪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창세기 4장 참조), 마지막에는 하느님의 어린양과 신부의 결혼식(묵시록 21장 참조)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가 말한 돌 위에 세운 집과 모래 위에 세운 집 비유는 각 가정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장에서는 가정에 있어서의 자녀의 의미, 자녀 교육에 관한 성경의 의미를 해설했다. 교황은 “성경은 또한 가정을 신앙 안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장소”임을 확인하고, “가정 안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것”을 주문했다.

(「사랑의 기쁨」 16항) 이어 “부모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하며, 아이들도 부모의 말씀을 듣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도 재차 확인해준다.

특히 교황은 가정과 결혼생활은 다정함을 통해 지속되지만(「사랑의 기쁨」 28항), 사랑의 관계가 지배의 관계로 변하게 되면 이 관계는 죄와 직면하게 된다(「사랑의 기쁨」 19항)고 지적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어려움을 겪는 모든 가정에게 추상적인 생각의 연속이 아닌 위로와 사랑의 원천이라고도 강조했다. 성경은 가정이라는 여정의 목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22항)

이어 교황은 모든 가정들이 ‘나자렛의 성가정’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 가정 또한 헤로데의 인정사정 없는 폭력이라는 무거운 짐과 악몽에 시달렸다”면서 “이들이 겪은 고통은 슬프게도 우리 사회로부터 거부되고 무기력이 빠진 이주민 가정에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의 가정은 동방박사들처럼 아기예수를 경배하고 마리아처럼 용기와 평온으로 가정에 닥친 도전을 직면하면서, 하느님이 행하신 모든 모든 일을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가정이 겪는 도전 구체적 제시

성경으로 「사랑의 기쁨」의 기초를 세운 교황은 두 번째 장에서 가정의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가정이 겪는 “실제 상황을 토대로” 교황이 두 번의 시노드에서 제시한 최종문서 내용을 담은 부분이다.

현대 사회의 가정은 많은 도전을 겪고 있다. 교황은 이주에서부터 열악한 주거환경, 빈곤, 실업, 마약, 여성폭력에 이르기까지 현대 가정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고찰하고 이들 가정이 겪는 도전들을 살폈다.

교황은 이 부분에서 이번 교황 권고의 주요 특징으로 꼽히는 구체성에 집중했다. 실제를 해석하는 ‘이론들’과 독단적인 ‘이상’이 보여주는 상당한 차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구체성과 사실성, 일상성인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 내용을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체적인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성령의 요청과 요구는 역사를 통해 울려 퍼지고, 이를 통해 교회는 결혼과 가정의 무궁무진한 신비를 좀 더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사랑의 기쁨」 31항)

교황은 “오늘날 모든 가정의 상황을 이 문헌에 정리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노드 교부들은 전 세계 가정의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했기 때문에, 나의 경험에 비춘 우려와 함께 교부들이 통찰한 바를 적시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오늘날 문화인류학적 변화는 우리의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각 가정과 개인 생활은 과거보다 사회구조의 지지를 점점 덜 받아간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오늘날 만연한 개인주의로 한 사람이 자신을 타인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3항)

교황은 다음 항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안정과 신의를 향한 욕망 때문에 현대인은 자신의 개인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부 관계라는 함정에 빠지고 있다.” (「사랑의 기쁨」 34항)

「사랑의 기쁨」은 결혼 생활을 한 개인의 발전과 이상 실현을 위한 역동적인 경로로 이해해야 하고, 이상주의로는 결혼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황은 “은총에 대한 열린 마음 없이 그저 원칙과 생명윤리, 도덕적 잣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7항)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