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조규만 신임 원주교구장 삶과 신앙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16-04-0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6-04-10 제 2989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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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의 성품… 후배들 따뜻이 챙기며 신학자로선 강직함도

2012년 4월 태국 방콕대교구 사목연수센터에서 열린 FABC 신학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한 조규만 주교(둘째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서울대교구 박준양 신부 제공

조규만 주교가 서울대교구에서 주교로서 지내온 10년은 교구장을 보좌하며 교구 중대사를 이끌어 온 자리와 함께 주교 수품 당시 사목표어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처럼, “한결같은 감사의 마음으로 타인에게 ‘물’이 되고 ‘밥’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평소 소신을 나눈 시간이었다.

조 주교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은 그를 두고 “온유하고 겸손하면서 동시에 강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랫동안 신학교 교수 시절을 함께했던 한 사제는 “소통, 열정, 중용, 청년다움의 소유자”라고 그의 성품을 설명했다. 조 주교는 그 가운데서도 사제들과의 소통 면에서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 특별히 젊은 사제들과 유대 관계가 돈독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운동 등을 통해 젊은 신부님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셨고, 또 한데 모아 함께 사목하는데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하셨다”면서 “그런 노력이 교구 분위기도 많이 바뀌게 하는 등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일 신부(서울 동성고등학교장)도 “후배 사제들을 챙기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사제들 사이의 성사적 형제애와 더불어 좀 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교류에 관심을 두는 특별함이 있으신 분”이라고 했다.

조 주교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후배 사랑은 신학교 교수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다. 서울대교구 신학생 이름은 물론 타 교구 신학생들까지, 학교 전체 신학생 이름을 모두 외워서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줄 정도였다. 조 주교가 1991년 신학교 교수로 부임한 후 첫 담임 반 학생이었던 구본만 신부(가톨릭대 ELP학부 대학 교수)는 “전체 교구 사제들 이름을 파악하고 계신 것도 사제들에 대한 사랑과 마음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고 했다.

이러한 인사(人事)에 대한 조 주교의 노력은 지금도 이어진다. 최근 전국 곳곳에 흩어져있는 교구 군종신부들을 일일이 방문한 일이라든지, 매년 사제 부모들을 초청해서 피정 지도를 해주는 사례들이 그렇다.

그에 대한 한결같은 평가 중 하나는 신앙과 교의 수호에 있어서 결코 타협하지 않는 ‘단호함’이다. 교의 신학자로서, 사목자로서, 신자들이 신앙의 본질을 뚜렷이 파악하고 자신의 신앙을 지켜나가는 부분에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와 위원장으로서 활동했던 조 주교는 아시아주교회의(FABC) 신학위원회(OTC)에서도 10년 넘게 전문신학위원직과 주교위원직을 연이어 맡았다. 또 2004년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에 임명돼 활동하는 등 신앙교리 수호자의 몫을 충실히 했다. 선교 지역인 한국교회의 신학적 바탕을 국제적으로 넓히는데 큰 기여를 했다.

사목 현장에 직접 다가가고자 하는 ‘열정’도 많은 이들이 꼽는 조 주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를 비롯해서 2006년 주교회의 초대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점증하는 청소년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회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2007년 한국청년대회를 처음 시도하는 등 청소년사목 활성화에 열정을 쏟았다. 당시 청소년사목위 총무를 지냈던 김영국 신부(가톨릭 학교법인 사무총장)는 “첫 한국청년대회를 잘 치르기 위해 주교님과 많은 준비를 하며 고심했던 기억이 새롭다”면서 “청소년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대회를 추진했던 조 주교님의 열의가 떠오른다”고 했다.

2014년 교구 총대리에 임명된 후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으로서 성공적인 교황 방한 행사를 이끌었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여러 교구가 함께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 주교는 위원회 책임자로서 전체를 조율하는 융화력을 발휘, 여러 사안들을 무리 없이 잘 풀어냈다는 평이다.

이제 원주교구장으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조규만 주교에게 동료 사제들과 지인들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신학교 동기인 이성운 신부(서울 천호동본당 주임)는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과 특유의 적극성 친화력이 원주교구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사제단 교구민과 함께 100주년을 향한 원주교구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제1회 사제단 야구 친선대회에서 타자로 나선 조 주교.

2012년 9월 열린 제1회 서울가톨릭청소년연극제에서 청소년들과 함께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3월 24일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주님 만찬 미사에서 조규만 주교가 신자들의 발을 씻어주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