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조규만 신임 원주교구장 임명 발표 후 이모저모

이주연·서상덕 기자, 강영우·이순헌 명예기자
입력일 2016-04-06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6-04-10 제 298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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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원주교구서 축하 인사… “새 주교님 위해 묵주기도 50단부터 바쳐야지”

4월 1일 오전 원주시 학성동에 있는 주교관을 찾은 조규만 주교가 수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해 교구 설정 50주년을 지내고, 100주년을 향해 출발하는 첫 해를 맞은 원주교구가 새 목자를 맞았다. 조규만 주교의 제3대 원주교구장 임명 소식이 발표되자 서울대교구와 원주교구에서는 축하와 감사, 환영의 인사가 이어졌다.

◎…원주교구장 임명 발표와 함께 서울대교구청 신관 3층 대회의실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유경촌 손희송 주교 등 주교단과 서울대교구청 사제단, 원주교구 박순신 신부(총대리 겸 사무처장), 신우식 신부(복음화사목국장), 황보위 신부(청년사목국장) 등 양 교구 사제단 1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축하식이 열렸다.

염 추기경은 “50년 역사를 맞이한 원주교구와 교구민들이 새로운 착한 목자를 맞으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조 주교님이 오랫동안 서울에서 중책을 맡으셨는데, 그 자리가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원주교구 공동체에 덕망 있는 착한 목자가 새 교구장으로 부임하심은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 주교는 답사에서 “48년 동안 서울대교구에서 지냈는데, 그간 교구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도 사제단이 추기경님과 주교단과 힘을 합쳐 서울대교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조규만 주교는 원주교구장 임명 다음날인 4월 1일 오전 9시30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내 주교관을 찾아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조 주교는 “추기경님과 함께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서 원주교구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 추기경은 “주님께서 조 주교님의 걸음걸음에 은총을 가득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며 격려했다.

이어 조 주교는 이날 오전 12시 무렵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에 있는 원주교구 주교관을 찾았다. 23년 만에 교구장직에서 물러나는 김지석 주교는 조 주교를 만나자마자 기쁜 얼굴로 손을 잡으며 교구장 임명을 축하했다.

“도시생활하다 이제 시골생활하게 됐네요”라는 김 주교의 우스갯소리에 조 주교는 “제가 원래 촌사람이에요. 서울사람이 아니에요. 서울에 너무 오래 산 것 같아요”라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조 주교와 김 주교는 오찬을 함께하며 1시간 넘게 환담을 나눴다.

◎…새로운 교구장을 맞는 원주교구는 분주함과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원주교구청 건물에는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는 평화’라는 조 주교의 사목표어와 함께 조 주교의 원주교구장 임명을 환영하는 대형 걸개그림이 내걸려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4월 3일자 교구 주보에는 조 주교의 교구장 임명 소식을 담은 4쪽 분량의 특별판이 더해져 교구민들에게 배포됐다.

원주교구 홈페이지에도 조 주교 임명을 알리는 배너와 소식들이 첫 자리를 채웠다.

◎…새 목자를 맞은 원주교구 곳곳에서는 기대와 환영의 말들이 넘쳐났다.

원주교구 한 원로사제는 ‘소통의 달인’이라는 새 교구장의 평을 접하고 한껏 부푼 기대와 바람을 털어놓았다. “초대 교구장 지학순 주교님이 처음 교구에 오셨을 때도 워낙 열악한 상황이었지요. 지 주교님은 사회 밑바닥부터 광산촌까지 안 가보신 데가 없으셨어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대로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이미 그때부터 사셨던 거죠. 새 교구장님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 그들을 돌보는 목자가 돼주시길 바랍니다.”

◎…새 목자가 온다는 소식에 교구민들의 모습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삼척항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언덕배기에 살고 있는 김악이(헬레나·93·원주교구 삼척 사직동본당) 할머니는 “우리 교구장 주교님이 새로 오신다고? 사진 한 번 보자, 인물이 참 좋으시네”라며 “우리 주교님 위해서 우선 묵주신공 50단 바쳐드려야겠다. 우리 교구 잘 키워주시면 좋겠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조 주교의 원주교구장 임명 다음날 백년가약을 맺은 홍성의(아우구스티노·41·원주교구 동해 북평본당)-장순자(예비신자·39)씨 부부는 “아직 어린 교구 구성원이지만 교회 공동체를 위하여 열심히 거들고 기도할 생각이다. 하느님의 부름에 순명하면서 모범이 되는 성가정을 이루겠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지역 5일장을 돌며 양말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장애인 박정우(베드로·52·원주교구 삼척 사직동본당)씨도 기쁨에 함께했다. “서울 대도시에서 큰 공부하시고 넉넉한 환경에 계시다가 강원도 시골에 오셔서 얼마나 불편하실지…. 주교님 이제 양말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우리 주교님 양말만큼은 제가 무조건 책임지겠습니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한 박정치(도미니코·73·원주 문막본당)씨는 “원주교구는 농촌, 어촌, 광산촌으로 구성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받고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면서 이들에게 다가가는 사랑의 손길이 돼주길 희망했다.

◎…교계 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권길중 회장은 “신학자로서의 면모를 사목에 접목하는 능력이 탁월하신 분으로 늘 마음에 남는다”면서 “원주교구에서도 평소의 소신을 더욱 힘 있게 펼치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에서 조 주교와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온 노길명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온유하면서도 교리나 신앙 정체성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시고, 업무 처리가 정확하면서도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도 포용하신 모습이 인상적이다”며 “원주교구에 가셔서도 착한 목자로서 교구민들에게 두루 존경받는 교구장이 되시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는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를 통해 임명 내용을 알리는 한편 ‘주교님께 드리는 축하의 글’ 이벤트 장을 마련했다. 축하글에서는 성직자 평신도 구분 없이 조 주교를 위한 축하와 기도의 마음을 담았다. 주호식 신부(서울 길음동본당 주임)는 “신학교와 교구에서 힘든 일 많이 하시고 이제 더 큰 책임을 안고 가시는 길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도록 기도하겠다”고 인사를 남겼다.

3월 31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축하식 후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서울과 원주교구 사제단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원주교구청 벽에 걸린 대형 축하 걸개그림.

이주연·서상덕 기자, 강영우·이순헌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