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속 性 (11) 미혼모가 혼자 생겨나나요?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03-15 수정일 2016-03-15 발행일 2016-03-20 제 298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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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정 되면 미혼모 사라져요”

미혼부 양육 책임 법으로 강제
자립 과정, 양육시설 확충해야
OECD 회원국가 대부분은 미혼부가 양육비 책임을 회피할 경우 벌금 부여는 물론 운전면허와 여권 사용 정지, 구속 등의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편견이 심하고 제도적 지원이 미비해, 많은 경우 미혼모들이 비공개로 출산을 하고 양육은 물론 생계 유지와 가사 노동 등을 도맡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미혼모도 드라마 대세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대중문화이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미혼모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때는 방영 중인 지상파방송의 유명 월화·수목 미니시리즈와 주말극마다 미혼모가 등장할 정도였다. 요즘에도 지상파 일일드라마를 비롯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할 것 없이 드라마마다 미혼모가 등장한다. 10대 리틀맘 등장도 이젠 어색하지 않다.

드라마 속 주인공 모습은 많은 경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회 부적응자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른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 자신의 온전한 선택으로 혼자 출산을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지만 지극한 모성으로 이겨내고 좋은 남자를 만나 잘 사는 것이 주요 줄거리인 경우가 태반이다. 미혼모를 뻔한 희생양이나 불륜 소재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단순히 자극성을 높여 시청률 상승에 일조하는 형국이다.

물론 그중에는 미혼모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미혼모들의 심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해 주목을 받은 드라마도 있다.

부당해고로 회사를 고소한 미혼모 원고를 향해 “법은 질서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결혼 후 출산이란 질서를 먼저 무너뜨린 건 원고다”라면서 “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원고는 보호받아서는 안된다”고 반론하는 모습, “혼자 키워도 굶겨 죽이지 않는다. 진짜 부끄러운 게 뭔지 아냐. 자기 새끼 버리는 거다”라고 울부짖는 미혼모의 모습 등은 현실감을 더한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 비해 미혼모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씻어줄 만한 대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양육은 온전히 엄마 책임?

쭈뼛쭈뼛 겨우 입을 뗐다.

“나 임신했어.”

“병원 가자.” “낙태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까?” “내 아이 맞아?”….

임신한 여성을 향해 남성이 쉽게 내뱉는 말들이다.

예상치 못한 임신에 대한 혼란을 극복하고, 어렵사리 낙태가 아닌 출산과 양육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또 다른 고통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생계유지와 육아, 가사노동 등의 무거운 짐은 여성들이 혼자 져야 한다.

도덕적으로 문란하다는 사회의 편견과 개인의 책임을 사회가 짊어질 수 없다는 차별뿐 아니라 학습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거나 강제해고와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러한 편견과 차별 등은 대부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쏟아진다.

미혼모들을 무엇보다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아기 아빠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강제로 낙태를 시키려는 아기 아빠와 그 가족들을 피해 숨어살아야 한다. 양육비를 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아기를 낳게 해줄 테니 그 대가로 돈을 내어놓으라는 경우까지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한 해 5000여 명의 미혼모가 생겨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혼모 스스로 임신 사실을 숨기는 상황도 많아 전체 수는 6000~1만여 명으로 추정,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바른 성교육과 체계적인 출산·양육지원 병행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미혼부에게 자녀 양육비를 강제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하는 법적 제도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OECD 국가 등은 이미 1970년대부터 제정, 실시하는 법이다. 캐나다 등지에서는 미혼부가 양육비 책임을 회피할 경우 벌금 부여, 운전면허와 여권 사용 정지를 비롯해 구속까지 시키고 있다.

이광호 소장은 “피임법 위주의 성교육만으로는 성에 내재된 생명과 책임을 올바로 인지하고 실천하게 할 수 없다”면서 “생명과 책임이란 성의 거대한 사회적 차원에 대해 교육받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교회 안팎에서는 생명을 지키고 미혼 한부모 가정이 올바로 설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미혼모가 생겨나지 않도록 올바른 교육이 실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낙태하지 않고 양육할 수 있도록 실태 파악과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엔 가톨릭교회 뿐 아니라 각 종단과 지역사회 등지에서 미혼모자 양육시설과 미혼모 자립 과정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교회 생명수호 활동가들은 최근 미혼모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지적, 청소년 미혼모 등이 생겨나지 않도록 건강한 가정공동체 형성을 위한 노력을 보다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