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가난에 옴 붙었네

입력일 2016-02-29 수정일 2016-02-29 발행일 2016-03-06 제 298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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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빤아킴(진료소)에는 유난히 피부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진료소 앞에 앉아서 몸을 벅벅 긁어대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증상을 보입니다. 뾰루지 같은 것이 손등과 손가락 사이 그리고 사타구니에 나타나고, 밤이 되면 더욱 심하게 가려워서 잠을 못 이룬다고 합니다. 씻지 않은 손톱으로 가려운 곳을 긁다보니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고 감염되어 고름도 나옵니다.

의사이신 요셉 형제님에게 환자를 데려가 보여드리니 옴에 걸린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옴 진드기가 피부 각질층에 들어가 굴을 파고 살기 때문에 그 분비물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해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습니다.

“재수 옴 붙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실제로 누가 옴에 전염된 것은 한국에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하루에도 10명 이상 옴에 걸린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한국에서는 옷을 자주 세탁하고 몸도 자주 씻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지만, 위생환경이 열악한 이곳에서는 옴 진드기를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피부에 기생하는 옴 진드기를 죽이는 로션이 있어서 옴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옴 치료 로션을 사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옴에 전염돼 진료소를 찾은 남수단 주민.

진료소에 오는 환자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친구도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면서, 약을 더 많이 받아 돌아가야 한다고 떼를 씁니다. 하지만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약은 그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끼리도 옷을 돌려가며 입습니다.

손님이 오면 자신이 쓰는 침구류를 내어주고 그곳에서 잠을 자게 합니다. 저도 공소방문을 나갈 때마다 개인침낭을 챙겨가긴 하지만, 늘 신자들의 권유로 그 집 침대에서 자곤 했습니다.

옷이나 침구류를 쉽게 공유하는 문화 때문에 그런지 옴 진드기가 환자의 친척과 친구에게까지 쉽게 전파되는 것 같습니다.

옴에 걸리는 이유도, 옷과 침구류를 돌려 써야 하는 이유도 결국 가난 때문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약을 주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좀 더 나은 생활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 아닐까요?

“재수 옴 붙었네”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옴은 가난에 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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