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을 밟아 떨리듯 울려 내는 풍금소리에 마음 떨리지 않는 이가 몇이나 될까. 최근엔 피아노나 전자키보드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학교 교실에서 만나던 풍금, ‘오르간’은 우리에게 친숙한 악기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오르간은 수백 년에 걸쳐 교회의 사랑을 받아온 유일한 교회 전례악기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헌장도 “라틴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은 전통적인 악기로서 크게 존중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례헌장은 오르간을 “교회 의전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마음을 하느님께 드높이 힘차게 들어 올릴 수 있다”고 극찬한다. 또 오르간 외의 다른 악기들은 지역교회의 동의에 따라 전례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을 두고 있다(120항).
교회가 사용하는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을 말한다. 오늘날 오르간이란 말은 리드오르간(풍금)이나 전자오르간 등을 총칭하지만, 본래 오르간은 파이프오르간을 지칭했다.
오르간이 처음부터 교회의 전례악기였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초기교회에서는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를 전례에 들이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9세기경 교육을 목적으로 수도원에 설치되기 시작한 오르간은 점차 여러 성당에 퍼져나갔다. 교황의 칙서나 공의회의 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14세기 경에는 오르간이 교회의 거룩한 악기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후 트리엔트공의회에서 오르간을 교회의 전통악기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인 교회의 전례악기가 됐다.
우리나라의 오르간 도입도 교회 역사와 함께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오르간이라는 악기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은 실학자 홍대용(1731~1783)이다. 그는 중국 베이징의 성당에서 오르간을 처음 보고, 한국에 소개했다. 한국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도 르그레조아(Legregeois) 신부에게 서간을 보내 전례를 음악적으로 꾸미는 데 필요한 악기, 즉 오르간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해시대에도 오르간을 필요로 할 정도로 전례음악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오르간도 교회와 함께했다. 1890년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는 뮈텔 신부로부터 오르간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확인된 국내 오르간의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한국교회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은 1924년 명동성당에 설치된 오르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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