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이슈토론] 예비신자교리 6개월, 긴가요? 짧은가요?

입력일 2016-02-17 수정일 2016-02-17 발행일 2016-02-21 제 2982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2월 이슈토론 주제는 예비신자교리 기간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6개월의 시간은 너무 길다는 의견도 있었고, 하느님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6개월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 6개월은 너무 깁니다

6개월은 길어… 세례 후 신자 재교육 늘려야

예비신자 교리반에는 다양한 사연으로 성당을 찾은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느님을 알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문을 두드린 자매님, 성당에서 봉헌되는 장례미사에 참례한 후 더 나이 들기 전에 세례를 받고 싶다고 마음먹은 어르신, 아내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교리반에 온 형제님 등…. 찾아온 이유는 달라도 빨리 세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을 겁니다.

이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세례성사의 은총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교리반에 계신 모든 분이 세례를 받지는 못합니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 끝까지 교리를 받지 못하는 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다들 바쁘게 사시다보니 6개월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성당에 오기란 힘들 겁니다. 기존 신자들이야 주일미사 봉헌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므로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제 막 교회 문을 두드린 분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시각에 6개월 간 꼬박꼬박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또한 다소 추상적인 하느님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례 받기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랐거나 어릴 적부터 주일학교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을 접한 분들이야 삼위일체 같은 개념이 어렵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하느님을 모르고 한평생 살아온 이들에게는 예비신자 교리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비신자 교리를 최대한 쉽고 짧게 가르쳐 일단 가톨릭신자가 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임종을 앞둔 분에게는 하느님과 끈을 연결 지을 수 있도록 ‘비상세례’를 줄 수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짧은 기간에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줍니다. 사회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예비신자 교리반 교육보다는 단기속성으로 진행할 수 없을까요?

대신 신자 재교육을 지금보다 더 체계적이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가톨릭신문에서 봤는데, 세례 후 3개월 내에 냉담 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합니다. 그것은 세례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6개월 간 다소 길게 예비신자 기간을 갖는 것보다, 신자가 빨리 되도록 한 후 꾸준하게 관심과 교육을 이어가는 것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시간은 6개월이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신자 교리반에 오신 분들은 이미 성당에 찾아온 것만으로 하느님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어느 정도의 준비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으로는 핵심적인 것만 가르쳐 빨리 가톨릭교회의 일원이 되도록 하고, 그 이후 평생 신앙을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끄는 체계가 갖춰지면 좋겠습니다.

플로라(lily8401@hanmail.net)

중도 탈락자 막으려면 기간 줄여야

함께 교리 받은 형제자매가 10명은 됩니다. 그 중 3명은 출석미달로 중도에 그만둬 미사 시간에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예비신자 교리 과정은 대개 6개월 정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압니다. 출석미달로 그만두는 이들을 줄이려면 기간을 조금 조정하는 것이 어떨까합니다.

사순의 의미를 담아 40일 집중교리는 어떨까요. 혹은 3개월 정도면 어떨까요.김우현(바오로·마산교구 북신성당)

■ 6개월은 너무 짧습니다

하느님 알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6개월의 예비신자교리 기간이 길다? 저는 개인적으로 짧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본당에서는 대부분의 본당과 마찬가지로 1주일에 한 시간씩 6개월 과정으로 예비신자교리를 하고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6개월 동안 매주 1시간씩 시간을 내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결코 길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일주일에 1시간, 한 달이면 4시간, 6개월이라고는 해도 시간으로 환산하면 24시간, 단 하루밖에 되지 않는 것이죠.

하느님을 알고 신앙인이 되고자 하는데 24시간이 많은 걸까요? 사실 이 시간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비신자교리교재는 생각보다 두껍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진도 나가는 것조차도 벅차 보입니다. 물론 교리책의 진도 나가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예비신자들에게 교재에서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교리 기간이 길다고 생각된다면 한 번에 수업하는 시간을 조금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부족해 보이는 듯한 교리시간으로 인해 최근에 세례를 받았지만 아직도 주요 기도문을 외우지 못하거나 미사 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하느님에 대해 알리고 신앙인으로서 갖춰야할 것들은 물론이고 간단한 기도문 습득과 미사 전례 참례에는 지장이 없도록 해야 진정한 예비신자 교리의 완성이 아닐까요?

그나마 각 본당에서 신자재교육을 많이 하고 있어서 영세 후에도 예비신자교리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점은 다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개월이라는 대장정(?) 속의 예비신자교리, 진정으로 하느님을 알고 가톨릭신앙인으로 태어나고자 한다면 긴 시간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홍 안젤라

6개월 교리가 힘들면 미사참례는 어떻게?

예비신자교리 기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하느님이 어떤 신자를 더 원하실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비신자교리 기간이라는 것은 결국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하느님은 당신 자녀가 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준비기간을 갖기를 원하실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데에 매주 1시간씩 6개월의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효율성이 최고인 세상, 예비신자교육도 빨리 끝나면 좋겠지요. 단기 속성 족집게 과외처럼 교리의 핵심만을 빠르게 배우고 세례를 받으면 편하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시작된 신앙이 얼마나 오래 갈까요?

미사 참례는 평생 이어가야 할 신자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6개월 간 매주 1시간씩을 내는 것이 힘들다면 평생 미사 참례는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요? 바쁘니 미사도 빠지고, 바쁘니 성사도 안보고…, 그것이 냉담 아닌가요?

신앙을 가지려면 교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시간을 들여 가진 신앙은 평생 든든한 힘이 될 것입니다. 오래 고민한 만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삶에 의문이 생길 때마다 하느님이 생각나겠지요. 하느님에 대해 고민하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것, 그것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자녀의 모습 아닐까요.

신앙생활에서는 ‘효율’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안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