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속 性 (7) 고등학교 축제 핵심은 성적 퍼포먼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6-02-16 수정일 2016-02-16 발행일 2016-02-21 제 298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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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성문화… 보호장치가 없다
학생들 성행위 연상 공연 유행
학교측 별다른 대응 노력 없어
성의식 바로잡는 교육이 관건
청소년들이 강한 성적 코드를 내세운 매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 노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래픽 장지은 기자
무대에서 고등학생들이 몸을 흔든다. 객석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고 박수치고 호응한다. ‘오늘밤 늦는다고 해’ ‘집에 가지 말아요’ ‘내 몸을 만져봐’ ‘난 섹시해’…. 학생들이 열심히 따라부르는 노래 가사들이다. 사회자가 객석을 향해 소리친다. “가장 섹시하게 춤을 출 수 있는 분들은 무대로 나오세요.” 학생들이 성행위 응용 동작을 춤으로 인코딩해서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한 남학생은 성행위를 응용한 춤동작을 파워풀하게 선보인다.”(청소년 진로 특강 강사 운영 ‘탤짱닷컴’ 인용)

고등학교 축제를 본 한 강사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남긴 글이다. 이어 강사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물론 교육자들과 부모들이 먼저 고민하고 답해야할 질문들이다.

“고등학생이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안 되는 건가?”

“성적 매력을 뽐내고 이성의 성행위를 유도하는 저 춤사위를 하는 학생은 성적이 높고 평소 행실이 바른 학생이니 걱정 안 해도 되는가? 또 다른 아이는 성적도 낮고 흡연하고 지각하고 결석하는 학생이니 걱정해야 하는 건가?”

“축제 무대에 이런 춤밖에 이런 노래밖에 없는 것은 미디어 탓인가? 아이들 취향 탓인가? 이 학교만의 문제인가?”

“학생들의 행위를 방치하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인가? 막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인가?”

최근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서는 청소년들이 연출하는 성적 퍼포먼스를 쉽게 볼 수 있지만, 학교 측의 올바른 대응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실제 걸그룹들이 한 고등학교 축제에서 선정적인 춤을 수위 조절 없이 선보여 비난을 받았다. 문제의 이 공연은 ‘직캠’(관객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 게시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등학교 축제 무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성인 인증 없인 볼 수 없는 내용이다. 게다가 한 남자고등학교에서는 찬조 출연한 여고 댄스팀을 집단 성추행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여고 댄스팀들이 돈을 받고 출장 댄스를 나가고, 남고생들은 여고생들의 자극적인 몸동작에 열광하는 것은 이미 고교 축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불미스런 사건이다.

한 고등학교 체육대회에서는 전교생들이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단체 티셔츠를 입고 나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각 티셔츠 등판에 새겨진 문구들은 ‘해본 년’, ‘많이 한 놈’, ‘내일할 놈’부터 ‘해줘 82(빨리)’, ‘따먹고 15(싶어)’ 등 특정 성행위를 지칭하는 포르노그래피 서브컬처 코드, ‘키스방 에이스 1’, ‘안마방 에이스 1’ 등 성매매 업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까지 다양했다. 학교 교사조차 ‘진짜 해본 놈’이란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체육대회에 참가한 상황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일선 교육자들조차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왜곡되는 실태를 인지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이끄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외국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경우 단호한 대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학교에서는 선정적인 춤을 춘 학생을 정학시키고, 러시아에서는 축제에서 야한 안무를 연출한 학교에 임시폐교 조치를 내릴 정도였다.

‘청소년을 위한 사랑과 책임 학교’, ‘미디어 시대의 성교육’ 등의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 ‘사랑과 책임 연구소’ 이광호 소장은 “인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문화를 통해 끊임없이 배운다”면서 청소년들이 강한 성적 코드를 내세운 매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는 실태부터 적극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와 교육위원회는 ‘청소년 인격 형성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문화에 대한 교육적 개입 건의문’(가칭)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성문화 실태를 실질적이고 폭넓게 개선하기 위한 대사회적 연대를 이루긴 쉽지 않다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이 소장은 우선 “교회 안팎에서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 있다고 이야기해서, 교육적으로 개입하고 사회적 견제를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미 심각하게 비뚤어진 청소년들의 성의식과 행동 등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