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부 세계성체대회 한국순례단 이모저모

필리핀 최용택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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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앞에서 한복 입고 성체성사 은총 청하며 기도
아시아 최초로 세워진
마젤란 십자가 참배
성당 7곳 순례하며
성체조배하고 묵상
제51차 세부 세계성체대회 한국순례단이 1월 26일 세부 시내 예수 성심 성지를 방문,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한 한국 공식순례단(단장 장봉훈 주교)은 필리핀 세부에서 진행된 8일간의 대회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일정은 첫날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교리교육과 성당 순례 등으로 진행됐다.

◎… 세부 성지 순례

개막미사 봉헌에 이어 순례단은 대회 둘째 날부터 세부와 필리핀교회 역사, 문화를 배우는 발걸음도 부지런히 이어갔다.

둘째 날 순례지는 과달루페 성모 성당과 성 페드로 칼룽소드 경당, 마젤란 십자가 등이었다. ‘마젤란 십자가’는 포르투갈의 탐험가 페르디난도 마젤란이 1521년 아시아 지역에서 가톨릭이 처음 전래된 세부 선교지에 세운 십자가를 일컫는다.

특히 이번 성체대회 상징물이기도 한 마젤란 십자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순례단장 장봉훈 주교는 ‘아시아에 처음으로 세워진 십자가’가 제삼천년기에 새롭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장 주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문헌 「제삼천년기」가 제삼천년기 복음화의 주역으로 아시아에 거는 기대를 피력하는 만큼, “북한과 중국 등 신앙의 자유가 제한된 땅에도 십자가가 세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례단은 마젤란 십자가 앞에 있는 산토 니뇨 대성당을 방문, 495년 동안 세부 신자들과 함께해 온 산토 니뇨 상을 참배하며 기도했다.

◎… 비지타 이글레시아

필리핀 성지 방문과 함께 한국순례단은 필리핀의 전통 신심행사인 ‘비지타 이글레시아’(Visita Iglesia)를 진행했다. 성당 순례를 뜻하는 비지타 이글레시아는 필리핀 신자들이 성주간 참회와 보속의 뜻으로 하루 동안 인근 성당 7개를 찾아가 기도하는 예절이다. 각 본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심을 묵상하는 일정이다.

한국 순례단은 산토 니뇨 대성당, 성모 성심 성지, 구속주회 성당, 기적의 메달 피난처 성당, 예수 성심 성지, 세부 주교좌 성당, 묵주기도의 성당 등 대회 본부가 지정한 7개 성당을 하루에 한 두 곳씩 모두 방문했다.

◎… 한국 대표로 보편지향기도

대회 5일째인 1월 28일, 대회장 IEC 파빌리온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한국 순례단 김영희(마리스텔라·31·대구 상인본당)씨가 한국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치는 영광을 얻었다. 한복을 입고 단상에 오른 김씨는 교회일치를 위하여 일하는 모든 이들이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더욱 성실히 봉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우연한 기회에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했다는 김씨는 한국순례단의 막내로 어르신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김씨는 “내가 한국어로 말하는 것이 영어를 비롯해 다른 나라 말로 통역되어 전 세계에서 온 신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면서 “이 자리에서 나도 보편교회의 한 일원으로서 성체대회에 일조를 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 분위기 메이커 데레사 할머니

조봉숙(데레사·84) 할머니는 순례단의 최고령 참가자로, 2008년 캐나다 퀘벡 대회부터 줄곧 세계성체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데레사 할머니는 “오전에 진행되는 교리교육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인근 성당이나 순례지를 방문하고 얼마나 좋아?”라면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 손 붙잡고 함께 성체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특히 조 할머니는 이번 한국순례단의 이른바 ‘분위기 메이커’로도 인기를 얻었다. 다리가 불편해 목발을 짚으며 순례단 뒤를 따라다녔지만, 훌륭한 유머 감각으로 순례단 분위기를 압도했다. 순례단을 이끈 장봉훈 주교마저도 “여기서 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데레사 할머니 밖에 없다”고 할 정도.

◎… ‘청각장애인 사제’ 박민서 신부 특강

1월 30일 대회장 바로 옆 산 카를로스 신학교에서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박민서 신부의 특별 강연이 펼쳐졌다. 80여 명의 농아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박 신부는 아시아의 농아사목 현황을 각국 별로 정리해 발표했다.

박 신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에는 박 신부를 포함해 2명의 농아인 사제와 1명의 수사(한국 예수회 김동준 수사), 3명의 수녀가 활동 중이다.

박 신부는 “아시아 가톨릭교회에서는 사목활동의 90% 가량을 봉사자들의 수화 통역에 의존하고 있고, 사제들이 직접 농아인들과 소통하며 진행하는 사목활동은 10%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수화를 할 수 있는 사목자가 더욱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1월 27일 마볼로 성 요셉 성당에서 본당과의 만남 행사 중 미사를 주례한 장봉훈 주교가 현지 신자들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있다.
1월 27일 본당과의 만남 행사에서 조봉순 할머니(맨 왼쪽) 등 한국순례단원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마볼로 성 요셉 성당을 방문하고 있다.
1월 28일 대회장인 IEC 파빌리온에서 봉헌된 미사 중 한국순례단원 김영희씨가 한국어로 보편지향기도를 바치고 있다.

필리핀 최용택 기자(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