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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세계성체대회 특집] 한국 공식순례단 필리핀 성지순례

필리핀 마닐라 최용택
입력일 2016-01-26 수정일 2016-01-26 발행일 2016-01-31 제 2980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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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신자들 뜨거운 신심 보면서 주님의 뜻 묵상
예수 힘겨운 싸움 표현하는
키아포 ‘검은 예수상’ 찾아 
김대건·최양업 신부 유학한
롤롬보이 성지서 미사 봉헌
마닐라 한인신자와 만남도
세계성체대회 한국순례단이 마닐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본당 신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 한국 공식순례단이 대회 참가와 필리핀 성지순례를 겸한 9박11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단장 장봉훈 주교와 실무 사제 이정주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를 포함한 41명 순례단은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마닐라와 세부의 가톨릭 명소를 순례했다.

500여 년의 필리핀 가톨릭교회 전통과 역사를 배우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세계성체대회는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세부에서 열렸다. 이번 순례 여정에는 공식 주관 여행사 가톨릭신문투어가 함께 했다.

◎… 키아포성당의 검은 예수상

4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마닐라에 도착한 순례단의 첫 방문지는 키아포 준대성당(Quiapo Minor Basilica). 멕시코에서 들여온 검은 예수상(Black Nazarene)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치유의 은혜를 청하는 순례자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순례단을 본 한 현지인은 “검은 예수상을 만지며 기도하면 기적이 이뤄진다”면서 기도를 권유했다.

키아포의 검은 예수상은 가시관을 쓰고 나무 십자가를 진 실물 크기의 그리스도상이다. 반쯤 무릎을 꿇은 자세는 무거운 짐을 진 예수의 힘겨운 싸움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곳을 순례하는 필리핀 신자들은 성당 입구에서부터 제대 앞까지 무릎을 꿇고 기어가며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도 한다.

매년 1월 9일에는 검은 예수상을 성당 밖으로 모시고 행렬하는 키아포 축제가 열린다. 수십만 명이 조각상이나 상에 연결된 줄을 만지기 위해 축제에 몰려든다. 또 매주 금요일을 ‘키아포 데이’로 정하고 교리교육 강연을 연다. 순례단이 도착한 날은 마침 금요일이었다. 덕분에 열정으로 가득 찬 강의와 현지 신자들의 뜨거운 신심을 목격할 수 있었다.

◎… 성 김대건 신부 머물렀던 롤롬보이

키아포 방문에 이어 순례단은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50여 km 떨어진 롤롬보이 성 김대건 신부 성지로 향했다.

롤롬보이는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가 신학생 시절, 아편전쟁으로 위험했던 마카오의 정세 혼란을 피해 유학했던 곳이다. 당시 두 신학생은 망고나무 아래서 더위를 피하며 공부에 힘쓰고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마닐라의 교통체증에 막혀 롤롬보이로 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자 한 순례객은 “우리는 에어컨 바람 나오는 차에 앉아서 가지만, 김대건 신부님은 이 더운 데를 걸어갔을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성지에서 미사를 주례한 장봉훈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성 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숨결이 남아있는 역사적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하느님께서 두 신부님들을 통해 한국교회를 세우신 것처럼 우리 모두 신앙의 여정에서 하느님의 뜻을 깨닫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 한인 신자들의 따뜻한 환영

순례단은 둘째 날인 1월 23일에도 마닐라에서 일정을 이어갔다. 순례단은 이날 오전 따귁 지구에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본당을 방문, 마닐라의 한인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필리핀에서는 토요일 근무가 일상적이지만, 이날만큼은 60여 명의 현지 신자들이 성당에 나와 순례단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이날 미사는 박정일 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박 주교는 전주교구장 재임 당시 마닐라 한인 가톨릭 공동체를 위해 교구 사제를 파견한 바 있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는 4개의 한인 공동체가, 세부에는 1개의 공동체가 신앙생활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닐라 순례는 플라자 데 로마(로마광장)에 위치한 마닐라대교구좌 성모무염시태 준대성당, 산 어거스틴 성당 등의 방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순례단이 키아포 성당에서 검은 예수상을 만지며 기도를 하고 있다.
롤롬보이 성 김대건 신부 성지에서 순례단장 장봉훈 주교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순례단이 마닐라 한인본당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며 손을 맞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다.
마차를 타고 마닐라 구시가지를 둘러보고 있는 순례단.

필리핀 마닐라 최용택 기자(johnchoi@catimes.kr)